예술인류학

[지은팀] 2회차 세미나 후기

작성자
hilde
작성일
2018-11-18 15:49
조회
102
공통과제를 쓸 때마다 고민스럽다. 뭘 써야 하나? 분명 과제와 관련된 책은 읽었지만, 그 책이 제기하는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내 언어로 정리하기가 힘들다. 그러다 보면, 더 수월한 길을 택하고 만다. 평소 의문을 갖고 있던 문제를 책의 내용에 접목하고 ‘그래 바로 이거다’라고 ‘감탄’하며 그래도 A4 한 장을 채웠음에 안도하기도 하고 이렇게 써도 되나 하는 의문이 들면서 마음도 요동치기 시작한다.

채운 샘은 그런 방식의 글쓰기는 ‘자기가 보고자 하는 것만 보려는 것’으로 책에서 문제 제기하는 것과 연관이 적다고 하셨다. 조별 토론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자본주의, 기독교, 비철학 영역, 동굴 등 다양한 개념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으나, 그것이 나카자와 신이치의 『예술인류학』의 핵심 내용인 ‘예술’을 이해하는 것에 무슨 관련이 있는지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 공통과제를 할 때는 조르주 바타유의 『라스코 혹은 예술의 탄생』을 읽으면서 '예술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라고 하셨다.

글을 쓸 때는 ‘삶의 어느 부분에서 내가 막혀 있는가’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글을 읽을 때도 신이치는 어떤 지점에서 문제화하고 있는 것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내 삶과 이 시대와 나 자신이 뚫지 못하는 문제와 텍스트를 갖고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한 권의 책을 읽어도 방향을 확 바꿀 수 있도록 읽으라는 채운 샘의 ‘언명’이 있었다.

그럼 우리의 생각을 어떻게 확 바꿀 수 있을까? 신이치에 의하면 코드화 세계에서의 철학은 관성적으로 반응하는 우리의 생각을 바꿀 수 없고 오히려 경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코드화된 세계의 철학은 ‘知’라는 목적을 향해 나아가고 ‘지’의 상태를 우월하게 봄으로써 인간의 정서, 욕망을 ‘지’의 능력보다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철학은 우리를 일방향으로만 사고하도록 한다. 그래서 신이치는 어떻게 코드의 변환이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 제시한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정서, 욕망이 넘실대는 비철학의 영역에 대해 말한다. 관성적인 관념을 깨고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기 위해 예술, 즉 사유에 재료 주기를 해야 한다. 사유에 재료를 준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다른 감각을 갖기 위해 필요한 재료들을 의미한다. 듣는 체험을 예를 들면, 아무것도 안 하고 음악만 듣는 훈련을 하면 청역대가 달라진다고 한다. 그럼 평소와는 다르게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이렇게 다른 방식의 감각, 시각을 체험하면서 경직된 사고를 깰 수 있다. 감각과 의식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이 필요하다.

신이치는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을 예술을 통해 보여주려 한다. 이런 부분을 사유하는 것이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채운 샘은 말한다. 예술은 다른 삶을 살기 위한 저항적 영역이기도 하다. 저항은 우리의 관성적 관념을 교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저항은 어떤 것을 무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의 차원이 코드화 세계로 흘러가 관념을 교란시키는 것이다. 코드를 다르게 해석하는 것 자체가 저항이다. 그리고 그 저항의 근원적 힘이 예술이다. 그런 관점에서 신이치는 철학과 예술을 제시하고 있다. 코드화 사회에 포획되지 않는 삶을 위해 다른 것을 만들어 내는 힘의 근원이 바로 예술이다. 들뢰즈가 철학이란 비철학 없이 성립할 수 없다고 말했듯이, 주류 철학이 배제한 예술에 대한 사유없이 나, 타자 그리고 세계에 대한 이해가 확장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예술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아닐까 한다.
전체 2

  • 2018-11-19 10:35
    다른 방식의 해석은 다른 방식의 감각과 함께 한다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정신과 신체는 따로 놀지 않는다!ㅋㅋ '우리에게 예술은 무엇인가'를 화두로 후기를 써주셨군요ㅎㅎ 다음 시간 현주샘의 글이 기대가 됩니다...^^

  • 2018-11-21 20:16
    글게요...요번주엔 좀더 많은 고민을 통해서 예술의 문제의식으로 다가가야 될텐데...말입니다 ^^ 그러나 처음 만나는 바타유라...끄응~ 아자아자! 홧팅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