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

절차탁마S 3학기 4주차 공지 '윤리와 영성(?)'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08-13 15:13
조회
92
“‘자기’란 무엇인가?”, “‘배려’란 무엇인가?” 이 질문을 가지고 고대 그리스·로마를 횡단하는 푸코의 작업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저희야 푸코가 정리한 것을 읽지만, 푸코는 ‘자기 배려’라는 테마를 길어 올리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문서고를 뒤졌을지 상상도 안 갑니다. 동시에 푸코로 하여금 문서고를 뒤지게 한 동력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자비심 혹은 보살심일까요? 뭔지는 몰라도 왠지 그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ㅋㅋ;; 푸코라는 사람이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다음 주에는 《에티카》 4부 정리36(170쪽)까지, 《주체의 해석학》은 1982년 1월 20일 강의 전·후반부를 읽어 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스피노자를 통해 보는 우리 시대’ 준비를 해야 하는데요. 주제하고 문제의식, 스피노자와 어떻게 연결할지 정리해서 화요일까지 숙제방에 올리시면 됩니다. (그리고 각자 ‘내가 만난 스피노자’도 파이팅입니다.) 강의의 자세한 후기는 정희쌤께 부탁드릴게요~

이번에 에티카 4부를 읽는 진도가 다시 느려졌는데요. 전반적인 내용은 2부, 3부와 겹치는지만 조금 다르게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차이가 본격적으로 윤리적 실천 지점을 제시하는 데 있는 것 같았습니다. 스피노자는 일단 인간이 처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조건을 얘기하지만, 동시에 그 조건으로부터 어떤 윤리적 실천이 가능한지도 함께 얘기합니다. 상상이 미덕이 될 때라든가 특정한 정념의 정서모방을 통해 보다 다수의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도록 유도한다든가 등등을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해석하는 것은 후대의 스피노자주의자들이지만, 어쨌든 스피노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대에 윤리적 실천들을 끄집어낼 수 있었던 거겠죠.

푸코가 사유하는 윤리도 스피노자와 비슷합니다. 여러 번 채운쌤께서 지적하셨듯이, 푸코에게 윤리는 ‘실존의 미학’이라는 주제로 표현됩니다. 그것은 자신이 예속되는 조건을 분석하고, 그로부터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 양식의 발명을 함축합니다. 하지만 스피노자와 구별되는 푸코의 독특함은 니체의 계보학을 적극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니체의 계보학은 진리가 진리로 인정되는 조건을 분석함으로써 회색으로서의 기원을 추적하는 분석입니다. 가령, ‘고기로 먹어도 되는 동물’과 ‘반려로 받아들일 수 있는 동물’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아무리 사소한 도덕적 가치평가도 그것이 구성되는 진실·진리 역사와 따로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윤리를 얘기하려면 우선 우리의 신체를 관통하는 진실·진리의 역사를 분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체성을 사유한다는 점에서 스피노자와 푸코는 다시 만납니다. 스피노자는 신체성을 변용의 문제로, 푸코는 영성으로 가져옵니다. 채운쌤은 푸코의 작업을 ‘고대 철학의 복원이 아니라 철학에서 영성의 복원’이라고 하셨죠. 그것이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보라며 화두를 던지셨는데요. 음... 사실 감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정수쌤은 전문가의 사회와 연관 지어서 잠깐 대답하신 것 같습니다. 저는 예전에 이슬람을 공부하면서 진보와 발전이 목표가 아닌 사회를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정치에서의 영성’이란 주제와 연관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시대에서는 윤리를 고민하는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영성과 맞닿는 듯 합니다.



마무리는 수감자들의 권리 보호를 요구하는 '감옥정보 그룹'의 성명을 발표하는 푸코의 사진입니다~
왼쪽에서 담배를 물고 라이터를 손에 쥔 사람은 사르트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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