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티(불교&티베트)

<불교 of 티베트> 시즌 3 세 번째 시간 후기

작성자
키키
작성일
2020-11-03 16:34
조회
139
안녕하세요^^ 보물섬 김밥이 있는 좋은 동네에 사는 키키입니다. 보물같은 김밥을 사러 빗속 따릉이를 타고 망원시장으로 달려가던 마음이 참 좋았습니다. 다음에는 보물섬에서 수행력을 높여 조금 더 빛나는 금강김밥(?)을 준비해 보도록 할게요! (뭐래)

보살되기 불티 세미나 3번째 시간이었습니다. 보살이 되는 길은 지혜와 자비의 마음인 보리심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아와 무상을 넘어 공을 얼마나 자기 삶에서 철저히 뿌리내려 이해하고 명상으로 체화하는 지난한 과정인 듯합니다. 이는 내가 받은 몸으로 살아가며 ‘내가 없다 무아’를 깨닫는 신박한(?) 수행이죠? 따로 재밌는 게임 찾아서 할 필요가 없어요. 행을 닦는 게 정말 재밌는 게임입니다. 한없이 중첩된 자기(무아), 무한히 되어가는 자기(무상) (feat: 정화스님) 놀이. 살다보면 하루하루는 변화무쌍하고 화가 날 일도 참 많은 것 같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별것 아닌 일에 화가 나고 지나치게 반응합니다. 그러면서 장기간에 걸쳐 초래하는 중대한 문제들은 가볍게 여기며 어리석게 살죠. 입보리행론을 면멸히 읽으며 지혜로 샛길을 내봤습니다.
이번 주는 한번도 뵌 적 없지만 모두 다 알고 있는 그 유명한 한상선 선생님이 두둥 나타나셨습니다! 밍규르 린포체님과 오래 공부하셔서 티베트불교 공부가 수승하기로 소문나신 분!! 붓다미소와 평온함의 파동이 남달라 그 ‘한 선생님’이심을 따악 알았습니다.(차를 사주셔서 보리심 +1 획득하셨습니다. 하하). 지혜 보따리를 스르륵 풀어주시며 줍줍하겠습니다!!

1. 바디 스캔 명상으로 마음을 고요히 하고
명상시간에는 윤지쌤의 친절가이드로 바디 스캔을 명상을 했습니다. 몸을 방편으로 하늘 위로 떠 다니는 마음을 지금, 여기 몸으로 가져와 알아차리는 연습이었습니다. 가장 강력한 방편이 몸입니다. 집에서 매일 5분씩 앉아서 몸을 관찰하거나 바라보거나 알아차리시면 됩니다. 등을 곧추세우되 긴장을 풀어 ‘편안한 집중’을 느껴보세요. 명상을 즐겁게 계속할 수 있도록 명상이 잘 된다 싶을 때 그만두는 연습도 해보세요!

2. 툭 치면 입보리행론이 술술 나오도록
산띠데바의 입보리행론 제5장 호계 정지품을 낭송했습니다. 돌아가면서 한 페이지씩 읽었는데, 숙고하며 다시 읽고 싶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건 무의식에 훈습되도록 계속계속 읽어야 합니다. 툭 치면 입보리행론이 술술 나오도록요! 만일 자기 마음에 애착과/ 화내는 마음이 일어난다면/ 그때는 아무것도 행하지 말고 말하지 말며 / 나무토막처럼 머물러야 한다. 저는 48절에 밑줄을 쫘악 쳐 났더라고요! 신구의가 오롯이 함께 하도록 수행하다보면 저절로 그렇게 되는 순간이 가끔 찾아오겠지요. 지혜를 쌓기에는 경전을 통해 증명에 의지하는 것이 최고랍니다.

3. 너, 인성에 문제 있어? 아니요 우리 문제 없습니다.
토론시간에는 ‘달라이라마, 화를 말하다’ 151~275p까지 읽고 토론을 했습니다. 입보리행론은 아름다운 시처럼 지은 듯 보이지만 치밀한 논증이었습니다. 이번에 인욕품 32절에서 111절까지 읽으면서 왜 논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죠. 아주 구체적이고 쉬운 예를 들어 화가 아무짝에도 쓸데없다는 것을 따박따박 증명해서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면 화가 나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을 열거하며 왜 화를 내는 것이 어리석은 것인지 논리적으로 보여줍니다. 네. 불에게 불타는 성질을 가졌다고 화를 내는 것처럼 무지한 짓입니다. 화를 내는 사람은 대부분 무지와 부주의로 인한 것이지 악한 의도에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니랍니다. 유정한 행위자에는 화를 내지만 무정한 것에는 화를 내지 않죠? 가령 막대기로 나른 때린 사람에게는 화를 내지만 그 조건이 가능케한 부수적인 막대기나 내 몸에는 화를 내지 않는지 무상, 무아, 공을 깨달으신 저세상텐션으로 알려주세요. 아 이 넘사벽 경지란!

화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걸까요? 그런데 우리는 자꾸 화를 내고 싶은 거죠? 대한민국에서 핑계로 성공한 사람은 김건모 밖에 없을텐데, 우리는 오늘도 화낼 핑계를 댑니다. 아이유의 삼단고음 화가 주는 쾌, 책을 읽다가 화가 나서 잠깐 집어던졌다는 이야기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왔습니다. 화가 얼마나 즉각적이며 우리의 보호자나 친구처럼 느껴지는지 알아차리게 했습니다. 화가 그동안의 공덕은 일순간에 무너뜨린다지만 화를 내고 싶은가 봐요. 어쩌면 이해 못 하는 게 아니라 이해 안 하려고 결심한 건 아닐까요? 화내면서 무명 아래 사는 것이 편하니까요. 우리는 이해한 만큼 아는 만큼 삽니다. 아직도 화를 내는 것이 좋다고 여기는 것은 우리가 아직 산띠데바 성자님의 입보리행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달 존자님도 청중과의 대화에서 처음에는 앎과 그 대상 사이의 틈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지성을 통해 명확하게 이해하고 명상으로 지혜를 체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셨어요.(휴) 지식과 경험의 일치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명상으로 체득하고 실천하는 거죠.

너무 능동적인 불교, 업의 현재성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얼마나 능동적인지 업의 능동성 대목에서 많은 분들이 공감했습니다. 업이 결정론같지만 현재성을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인과의 법칙인 까르마도 내가 아는 인과의 자정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소금이 컵에 있느냐, 갠지스 강에 있는냐의 차이죠. 그렇게 복잡다단한 인과관계 속에 상호의존성의 공으로 존재하니까요.

가끔 업에 대해 잘못 이해해서 모든 것을 업의 탓으로 돌리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자신이 해야 할 일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 이는 업을 심각하게 오해하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이 과거에 행한 일의 소산이라 하더라도 이것이 현재 자신에게 어떠한 선택권도 없다는 뜻이 아니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주도권이 자신에게 없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업의 개념을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업은 행동을 뜻하며 매우 능동적인 과정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업이나 행동에 대해 논할 때는 행동을 취한 행위자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우리 자신을 이 논의에 포함해야 한다. 어떤 미래가 올지는 스스로의 손에 달렸다. 우리가 지금 어떠한 결정을 내리고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결정된다. 업을 수동적이고 정적인 힘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업은 오히려 능동적인 과정이다. p212

화를 억압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전도망상의 소산인 오온으로 이루어진 몸을 가지고 있는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 더욱 화를  잘 살펴 지혜롭게 잘 다루라는 것입니다. 화의 불길 안에 있지 말고 화를 빨리 알아차리고 나아가 지혜로 화를 일으키는 원인과 조건을 면밀하게 분석해가는 거죠. 그 원인을 더 넓게 멀리 알아갈수록 화조차 본성이 아니라 조건이라는 것을 알고 비로소 객관적으로 보게 됩니다. 결국 화도 공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겠죠. 알아차림의 강도가 모두 다를 테니 민감하게 깨어 우리의 근기를 잘 알아차리고 정진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자비심은 알맞은 힘과 깨달음 등의 수행을 갖추어 적절한 시기에 해야 한답니다. 항상 자신의 근기를 관하고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근기에 맞지 않는 자비로 강요당한 희생일때는 떠나는 것도 능동입니다. 모든 떠남이 능동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어떤 능동은 강력한 능동이기도 합니다. 돈오하려고 욕심내다 가랑이 찢어지지 말고 한 단계씩 천천히 꾸준히요. 어떤 조건이나 순간에도 내가 할 수 있는 행은 있습니다. 그냥 그것을 묵묵히 하는 거죠. 그것만이 나를 구원합니다. 자세히 보면 화의 뿌리에는 불만이 있고 더 아래에는 집착이 있다고 말합니다. 증오는 매우 해롭고 거칠게 일어나며, 일어나는 즉시 극도로 불쾌하게 만드는 성질을 지닌 반면 집착은 보다 온건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더 깊이 알아차려야겠죠. 집착 역시 증오의 뿌리이기 때문에 증오를 완벽하게 제거하려면 집착 또한 잘 다루어야 한다(p205)고 합니다.

겉보기 등급과 달리 앵그리 현숙이었다고 갑분고(갑자기 분위기 고해성사)하신 현숙쌤이 최근 가족들에게 화를 내지 않게 되었다는 간증은 좀 놀라웠습니다. “그게 가능해? 어떻게?” 이런 의문과 함께 우리는 현숙쌤을 빤히 쳐다보았는데요.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찾아오기도 하겠지요. 뭔가 새로운 배움이 잡힌다 싶으면 꼼꼼히 필기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불티공부를 일상에 잘 뿌리 내리고 계시는 것 같아 박수를 보내요!

자애와 연민을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내와 감내로 행을 닦는 것만큼 굳건한 수행이 없답니다. 나를 화나게 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은 인내 수행을 위한 스승입니다. 웬수같은 남의 편, 아들, 가족들, 주변 사람들 모두 감사한 마음으로 행을 닦아요. (끙) 화날 때는 옴마니파드메훔! 우리 달부심(달 존자님을 사랑하는 자부심)러들은 이 길로 고고씽!

숙제
하루 5분 잊지 말고 바디스캔 명상하기, 가능하시면 20분까지 해보세요.

다음 시간 공지
다음 시간에는 달라이라마, 화를 말하다 책을 끝까지 읽어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힘찬 발걸음으로 비봉을 두 번 정복하시고 불심으로 불교를 정복하시고 계시는 스님컬렉터(모르는 스님이 없으셔) 임길례 선생님께서 간식 보시를 하신답니다.
전체 2

  • 2020-11-04 08:07
    읽는 내내 통통 튀는 재미가 있는 키키샘의 후기 잘 읽었습니다~ ^^
    막대기로 나를 때린 사람이 있다면 실은 고통을 유발한 직접적 요인인 '막대기' 그리고 때리는 행위를 일으킨 그 사람의 '증오'를 향해 화를 내는 것이 맞다는 샨티데바의 설명에 빵 터졌습니다. 저희는 아직, 왜 화를 내면 안되는지 따박따박 논증하는 게송을 읽다가 오히려 화가 나서 책을 던져버리는 상태에 있긴 하지만, 게송이 전하는 반박할 수 없는 신선한 논리와 지혜를 계속 되새겨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툭 치면 술술 나오도록~!!! ^_^

  • 2020-11-04 11:08
    돈오하려고 욕심내다 가랑이 찢어지지 말고 한 단계씩 천천히 꾸준히 닦아가야 한다는 설명이 콕박히네요. 자기 근기에서 시작하기. 그럴 때 그 근기는 한계가 아니라 이정표가 되겠네요. 김건모도 나오고 아이유도 나오고 시작부터 마지막 공지까지이어지는 드립들의 저세상텐션에 놀라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