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티(불교&티베트)

<불티모아> 2월 25일 1회 세미나 후기

작성자
윤지
작성일
2021-02-28 19:29
조회
206
불티모아 more 세미나가 지난 목요일 개강을 했습니다. <중론>이라는 불교의 유명한 논서를 올 한해 동안 차근 차근 꼼꼼히 강독하는 세미나인데요, 달라이라마 존자님께서 법문때마다 부디 공부 좀 하라면서 언급하시는 용수보살의 텍스트입니다. <중론>은 27개의 품으로 이루어진 그렇게 두껍지 않은 논서죠. 그러나 난해하기로 소문이 나 있어요. 혼자서는 책을 펼쳤다 그냥 그대로 덮게 되는 책입니다. ^^;; 하지만 이걸 1주일에 한 품씩 찬찬히 읽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함께 토론해 간다면 아무렴 다르마의 소중한 핵심을 건지지 않겠습니까?

이 귀한 공부를 어떤 분들과 인연이 되어 하게 될까 싶었는데, 불교 공부에 관심이 있으신 9분의 학인이 모였습니다. 아직은 저희 중 누구도 이 논서를 어찌 읽어갈지 별다른 감이 없지만 ^^;; 한 달간의 워밍업을 마치고 나면 곧 머리를 맞대고 불교 논리학의 세계로 본격적으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세미나 첫 시작은 명상의 기초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저희는 앞으로 매주 목요일 1시에 모여 30분간 함께 명상을 합니다. 이번 주엔 몸은 마음의 물리적 지지대라고 가르치신 부처님의 말씀을 따라 바른 명상 자세를 점검해보고 잠시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명상을 하고 나면 그 전과 후의 기운이 확실히 다른 것이 느껴지죠!

이렇게 기운을 돌리고 나서 낭송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번 시즌엔 용수보살이 왕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 게송으로 만든 <친우서>를 낭송하는데요, 친구에게 세속과 일상에서 선업과 공덕을 쌓으라고 충고하는 말씀이니 바로 저희에게도 해당되는 얘기겠죠.  낭송 시간에는 게송만을 반복해서 낭송하며 그 의미를 새기고 게송에 대한 자세한 해설은 책으로 읽어나가기로 했습니다.

명상과 낭송 후 세미나의 첫 4주간은 채운샘께서 인도 사상사 및 붓다의 탄생과 불교에 대한 개괄적인 강의를 해주십니다. <중론> 텍스트에 바로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중론이라는 고도로 논리적인 텍스트가 어떤 사상적 배경과 역사적 맥락에서 등장했는지를 먼저 훑은 다음 본격적인 공부에 들어가는거죠. 앞으로 한 달간은 워밍업 단계이니 혹시 눈팅하시면서 불티모아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학인들께선 아직 늦지 않았으니 신청하고 들어오셔도 좋습니다. ^^*

힌두-인더스-인도

인도의 주요 종교는 힌두교입니다. 불교의 고향이 인도인데 현재 불교도는 인도 인구의 0.4%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불교는 인도를 넘어 히말라야 북쪽의 티벳과 동아시아로 뻗어나갔죠. 그런데 티벳으로 넘어갔던 불교가 티벳의 망명으로 다시 인도 북부의 다람살라에서 전세계로 다르마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불티세미나를 열게 된 것도 달라이라마 존자님과 같은 티벳 스승의 가르침을 통해 티벳 불교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호기심과 열망에서 시작된 것이고요.

불교는 기원전 5-6세기에 등장했지만 힌두교는 그보다 훨씬 이전 인더스 문명으로까지 그 기원을 거슬러 가볼 수 있습니다. 인더스(Indus)라는 말은 본래 인더스강(大河)의 어원인 신두(Shindu)에서 힌두(Hindu)로 그리고 힌두의 h가 탈락되면서 인더스, 인디아라고 발음된 것이라고 해요. 인더스 문명은 기원전 15세기경 북서쪽의 아리안족이 침략해 내려오면서 토착민이 드라비다족과 섞여 정착을 하고 이 무렵 ‘베다’라고 하는 힌두교의 근간이 되는 성전이 집성됩니다.

베다는 다신교였습니다. 다신교란 인간이 합리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여러 자연 현상, 이를테면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릴 때 이를 경외시하는 것이죠. 서양에선 그리스 로마의 신들이 다신교였죠.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인간의 사유 능력이 고도로 발달하게 되면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사상을 발전시키는데 이것이 일신교입니다. 이 모든 삼라만상을 주재하는 하나의 신을 설정하는 것은 훨씬 통합적이고 효율적입니다. 바다의 신, 번개의 신에게 따로 제사를 지내고 기도드릴 필요가 없이 하나의 유일신에게 의존하면 되니까 말입니다. 일신교는 모든 것을 하나로 통합하고 수렴시키니 단순하고 논리적으로 이해하기도 편합니다. 그래서 현재까지도 일신교인 기독교와 이슬람이 인류에게 대중적인 종교가 된 것이라고 하죠. 베다는 다신교였지만 베다교라고도 하는 힌두교의 독특함은 다신교적 바탕에 일신교적 성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우주의 모든 존재를 관통하는 하나의 힘, 브라흐만을 믿기 때문이죠.

기원전 5-6세기에 등장한 불교는 새로운 종교로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브라흐만이라는 기존 힌두교의 바탕위에서 등장합니다. 그러나 독특하게도 일신교의 성향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불교는 기존의 전통속에서 새로운 질문과 문제의식을 던지며 이전의 사상적 개념들을 완전히 일변시켜버립니다. 불교는 위대한 존재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런 존재가 되라고 가르칩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믿는 것 보다 신뢰가 가는 외부 대상을 붙들고 매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일까요? 불교는 이것을 붙잡으려고 하면 이것을 내치라 하고 저것을 붙잡으려 하면 그것도 내쳐 버립니다. 샘께선 우리가 중론을 공부하며 이런 난감함을 경험할 것이라고 하셨죠. 아무것도 붙잡을 수 없는. 오직 치밀한 논리로써만 뚫고 가야 할 지혜의 길이 궁금하기도 두렵기도 하네요. ㅎㅎ

불교와 비슷한 사유가 힌두교에도?!

이번 채운 샘 강의에서 정말 흥미로웠던 부분은 일부 불교의 사유들이 기존의 힌두교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먼저 화신(化神) 사상이 있는데요, 화신이란 어떤 절대적인 힘이 다양하게 모습을 바꾸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나타날 수 있으니 종교의 통합적 성격이 강해서 화신사상이 있는 힌두교에는 이단 개념이 없고 타종교에 대한 배척이 약하다고 합니다. 인도라는 나라가 모든 종교에 관대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불교에서도 화신을 말합니다. 티벳 사람들은 달라이라마 존자님이 관세음보살의 화신이라고 믿죠. 부처님은 어떤 존재로도 화현될 수 있다고 하고요. 그런 맥락에서 보면 불교에서도 포용하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힌두교와 불교에는 둘 다 업(karma)과 윤회의 사상이 있습니다. 힌두교의 목표도 불교와 마찬가지로 ‘윤회로부터의 해탈’이라는 점이 새삼 놀라웠는데요, 그러나 힌두교에서 말하는 업과 윤회의 개념은 붓다가 깊이 사유했던 논리 구조와는 다르죠. 저는 초기 경전에서 붓다가 바라문들과 업과 윤회에 대해서 토론하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바라문들이 업과 윤회를 과거의 선업과 악업에 의한 결정론으로써 사유했다면 붓다는 지금 이 순간 나의 행위와 말과 생각이 새로운 업과 윤회 혹은 해탈의 길을 열게 하는 능동성을 설파했다고 배웠던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다르마(dharma)입니다. 다르마는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총괄하는 법과 질서라는 의미인데 이 다르마의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이 초기 베다 경전인 <리그베다>라고 합니다. 리그베다에는 아직 업과 윤회와 같은 사상이 없었지만 신들을 따라 살아야 하는 규범과 질서로써 ‘르따’를 언급했는데 르따란 서양의 로고스, 동양의 도(道)와도 일맥상통하는 개념입니다.  르따는 이후 다르마의 개념으로 발전했다고 하죠.  그러니까 불교에서 다르마라고 하는 것의 기원은 베다로부터 나온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잠깐, 베다 중에서도 가장 나중에 완성되어 베다(veda)의 끝이자 절정(anta)에 해당되는 부분을 ‘베단타(vedanta)’라고 부르는데요, 이 베단타가 바로 소수 귀족 지식인들 사이에서 전수된 <우파니샤드>라고 합니다. 힌두교와 관련해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들이 이번 강의에서 하나로 쭈욱 꿰어지네요. ^^

<우파니샤드>의 시기로 넘어오면서 힌두교는 훨씬 더 종교적이고 윤리적이며 철학적으로 깊어졌습니다. 이때 ‘인간의 삶은 무지와 업에 바탕을 둔 고(苦)’라는 사유가 나왔다고 하죠. 어, 이건 부처님께 특허가 있는 말씀인 줄 알았는데 우파니샤드에 먼저 나왔던 거였습니다! 그러니까 붓다는 힌두교의 우파니샤드라는 철학적 담론 위에 자신의 사유로 새롭게 길을 내었던 거죠.

힌두교에서는 사람이 살면서 성취해야 하는 4가지 덕목을 얘기하는 데 그 4가지란 영원한 법인 다르마, 재물과 권력, 명예인 아르따, 쾌락인 까마 그리고 모크샤라 불리는 해탈입니다. 이것도 불교에서 언급되는 것들입니다. 다르마(진리, 법)와 모크샤(해탈)는 이해가 되지만 재물, 권력, 명예와 쾌락이라뇨?!라고 질문할 수 있죠. 힌두교에서는 재물과 권력등을 세속적으로 추구하지만 불교에서는 이들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거기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죠. 쾌락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자체를 부정하지 않지만 불교는 궁극적으로 쾌락이 왜 쾌락일 수 없는가를 통찰하고 그것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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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바드기타>, 지존자의 노래

힌두교의 경전 중에는 <우파니샤드>가 철학적으로 잘 알려져있지만 사실 힌두교도에게 더 대중적인 것은 <마하바라타>라는 대서사시라고 합니다. 마하바라타는 전쟁을 바탕으로 한 서사시라서 인도의 <일리야드와 오딧세이아>라고도 한다는 데요, 그런데 왜 하필 전쟁이야기 일까요? 정신없는 전쟁의 한 복판에서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다니 말입니다. 샘께선 죽음을 목적에 두었다는 점에서 삶과 전쟁이 같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삶이 전쟁터이기도 하고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이 전쟁터이기도 하죠. 마하바라타는 18편으로 된 엄청나게 긴 장편 서사시인데 이 중에서도 6편의 일부를 모아놓은 것을 <바가바드기타>라고 부릅니다.

‘바가바드’는 지존자, ‘기타’는 노래라는 의미니 ‘지존자의 노래’라는 의미가 되죠. 불교에서도 부처님을 ‘바가완’이라고 호칭할 때가 있는데 비슷한 어원이 아닐까 합니다. <바가바드기타>는 장편 <마하바라타>의 정수를 담고 있기 때문에 힌두교의 핵심 바이블이 되었다고 해요. 이 경전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는지 간디와 비노바바베, 한국의 함석헌 선생같은 여러 지성들이 주석을 단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왕권을 되찾기 위해 친척을 적으로 죽이고 싸워야 하는 아르주나와 아르주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크리슈나. 저는 샘의 강의를 듣고 <바가바드기타>가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 거기에 이런 구절이 나오더군요. “크리슈나여! 도대체 삶이 무엇이기에 이런 전쟁을 해야 된단 말입니까?” 인간의 실존적 고뇌와 절망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죠. 바가바드 기타는 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아르주나와 여기에 답하는 크리슈나의 영적이고 철학적인 대화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삶이라는 전쟁 한복판에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다양한 방편을 얘기하죠.

불교가 등장하는 바탕이 된 인도의 사상사를 간략하게 스케치 하듯 훑어보는데도 인도인들의 근본적인 사유가 영적 방향을 향해 있다는 게 저는 감탄스러웠습니다. 그런 바탕 속에서 불교도 등장했던 것일까요?  계속 이어서 다음주에도 철학과 종교의 원천으로서 인도 사상이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공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3월 4일,  2회차 세미나 공지 ***

1. <친우서> 처음~ 73쪽까지 읽어옵니다. 1학기 중에 9회에 나누어 책 전체를 일독하는 것으로 할께요.

2회차 (3/4):   처음~73쪽
3회차 (3/11):   74~ 129쪽
4회차 (3/18):  130~ 185쪽
5회차 (3/25):  186~ 239쪽
6회차 (4/1):   240~ 296쪽
7회차 (4/8):   297~ 354쪽
8회차 (4/15):  355~ 407쪽
9회차 (4/22):  408~ 451쪽
10회차 (4/29):  452~ 500쪽 (끝까지)

2. 강의 시간에 나누어드린 <리그베다의 종교>라고 되어있는 프린트물을 일독해오세요.

다음주 간식 준비와 후기는 길례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그럼 3월 첫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
전체 1

  • 2021-02-28 20:49
    윤지샘 후기로 선업을 쌓고 계시군요! 강의 내용을 넘나 충실하게 정리해주셔서 지나가던 저도 재밌게 읽었습니다ㅎㅎ
    힌두교에 이미 윤회나 다르마, 인생을 고로 보는 관점 등 불교의 핵심적인 사상들이 있었다는 게 신기하네요. 그러고보니 (무리한 연결일 수도 있지만) 인간의 삶을 고통으로 보고 태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 태어났다면 빨리 죽는 것이 차선이라는 그리스 '실레노스의 지혜'에도 윤회로부터의 해탈이나 인생을 고로 보는 관점이 살짝 담겨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걸까요? 어려운 중론을 어떻게 읽어내실지 후기로나마 슬쩍 맛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