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글쓰기

6.6 주역과 글쓰기 공지

작성자
규문
작성일
2021-06-02 20:35
조회
181
어느새 리(離)괘가 상괘인 여덟괘를 모두 보았습니다. 리(離)괘는 인식의 문명(文明)함을 상징합니다. 해와 달이 밝게 비추듯 인간의 인식은 명(明)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내가 경험한 것만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인간에게는 자기의 경험을 넘어설 수 있는 지성이 존재한다는 것. 삶의 국면을 다양한 측면에서 조망할 수 있는 이 능력이야말로 인간이 자연과의 리듬을 맞춰 살아갈 수 있는 열쇠가 된다는 것을 리(離)괘는 말해주지요. 그렇다면 이 명(明)이 태양처럼 밝게 비추고 있는, 리(離)가 상괘인 여덟괘의 공통점은 군주의 자리라 할 수 있는 다섯 번째 효에 음유한 성질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겠죠. 음유하고 자기를 낮추고 오만하지 않을 수 있는 군주는 그렇기에 만물을 비출 수 있고 본래 밝은 덕을 발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리(離) 자체가 겉으로는 양강해 보이지만 안으로는 음유한 기운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고요.


이런 리(離)의 덕성을 잘 보여주는 괘 중 하나가 려(旅)괘 같습니다. 화산려괘는 여행자의 도를 보여줍니다. 유랑하는 자는 가는 곳마다 이방인이 되어 항상 고립무원의 유랑객이 타지에서 잘 살려면? 무엇보다 자기를 낮춰야 합니다. 채운샘은 <콜로누스의 오이디푸스> 얘기를 해 주셨는데요, 이 극은 자신의 정체를 알고 눈을 찌른 오이디푸스가 방랑길에 오른 이야기입니다. 영웅이며 한 나라의 왕이기도 했던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떠도는 곳에서 그런 정체성을 전혀 내세우지 않았고, 오로지 겸허함을 갖춥니다. 가는 곳마다 축복을 내리고, 동행자인 안티고네에게도 온화하게 대하고요. 화산려의 초육효는 쇄쇄(瑣瑣)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쩨쩨하게 군다는 것,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정체성을 고집하고 남에게 강요하는 짓을 하지 않는 것, 오만하게 굴지 않는 것이 여행자가 살아남는 첫째가는 방법이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겸허함은 어떻게 갖춰지는가. 역시 이는 수행의 영역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하기 이전부터 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 안에 있고, 그 안에서 구성된다는 것을 계속 의식하는 것이죠. 이는 낯선 자기를 보게 하는 불편함 속에 계속해서 자신을 위치 시키는 것 즉 배움과 연관됩니다. 문명(文明)의 괘인 리(離)는 인간이 다른 인간 사이에서 배우는 괘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 주 부터는 진(震)괘가 상괘인 괘들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 괘들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읽어가도록 해요:)




다음 시간에는


<원형과 무의식> [동시성에 관하여]

<역학원리강화> 처음~80쪽

<주역> '뇌천대장', '뇌택귀매'

읽고 함께 이야기 할 부분 체크해 옵니다.


후기는 가토샘.

간식은 정우샘, 만화샘.


일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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