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글쓰기

8.1 주역과 글쓰기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1-07-17 17:52
조회
125
드디어 주역과 글쓰기 2학기가 끝났습니다! 어느새 64괘를 절반 넘게 읽었네요. 다음 학기에는 괘를 3개씩 읽고, 그 괘에 대한 짧은 글을 쓰고 나누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2주간의 방학 동안 <주역> 책, 아예 덮고 있진 마시고^^;; 부지런히 읽어둡시다.

이번 시간에는 <주역>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그 방법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우리가 고전을 읽고 그걸 토대로 글을 쓰는 이유는 계속 같은 문제를 반복하는 이 단단한 자아를 벗어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자아는 혼자 만들어진 게 아니라 근대라는 시대적 배치와 함께 구성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 자아를 벗기 위해서는 그 '바깥'이 필요합니다. 고대 텍스트는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 전혀 자명하지 않으며, 다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주역> 역시 그렇죠. <주역>을 읽으며 지금 우리가 사는 시공간의 '바깥'을 상상하는 것입니다.

가령 이번 시간에 읽은 '풍화가인(風火家人)'과 '풍뢰익(風雷益)'은 우리가 너무 당연해서 더 상상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던 '가족'이나 '이익'에 대한 다른 지평을 보여줍니다. '가인'괘의 가정은 지금의 핵가족과 전혀 닮지 않았고, 가정의 중심인 여성의 역할 역시 전혀 다릅니다. 한 집안이 다스려진다는 것은 한 나라가 다스려지는 것과 연관되어 있으며, 그 집안의 매니징을 하는 것이 여성의 역할이죠. 따라서 '가인'괘에서 '여자의 바름'을 말할 때 '아이를 기른다' 같은 것은 전혀 제시되지 않습니다. 아이 하나만 보고 있기에는 집안을 매니징 하는 일이 너무 바쁘니까요^^;; 익괘 역시, 기본적인 통치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괘입니다. 익괘는 철저하게 위에서 덜어 아래를 채워주는 괘입니다. 동양 정치철학의 베이스는 백성들의 항산을 보장하는 것이죠. 뭔가를 보태줄 때도 늘 기준은 백성의 항산(恒産)이 됩니다. 그것이 위험하지 않도록 늘 보장해주는 것! 이때 국가 예산이나 몇 십 년 후의 지속을 생각한다면 사실 '국가'라는 것을 국민이 아닌 다른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주역>을 읽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지만 총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 시대의 비판적 시각을 갖고 <주역>을 읽는 것입니다. 가령, 익괘를 읽으며 우리는 왜 '더해서 나아감'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더한다'는 것은 진보가 아니라 '나눔' 혹은 '증여'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질문을 품고 근대적 가치체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외부'로서 <주역>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대안적 생태이론으로서의 <주역>입니다. 서양에서는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보는 생태이론이 최근에서야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주역>에서는 천지 사이에 인간이 있다는 것에서 아예 출발하고 있습니다. 생태 이론은 단순히 뭔가를 보호하고 복원하는 문제가 아닌, 전체와 개체 사이의 문제를  사유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역>의 사유는 우주와 개체의 문제에 대한 다른 면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렌즈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세 번째는 과학적 방식으로 읽는 것입니다. 이것은 내년에 <주역>과 과학을 함께 읽는 시간을 기대하는 것으로^^! 효의 운동, 그것들이 주고받는 영향...이것을 과학적으로 푼다면? 운동과 에너지를 어떻게 볼까? 과학의 눈으로 본 <주역>은 무척 새로울 것입니다. 네 번째는 새로운 윤리적 지평으로서 <주역>을 읽는 것입니다. <주역>을 보면 대상전의 주인공인 군자(혹은 제후나 선왕)는 괘의 상을 보고 윤리의 근거로 삼습니다. 우리는 그걸 보면서 벙 찌죠. 어떻게 거기서 이런 윤리가? 그런데 생각을 해 보면 나름 말이 됩니다. 문제는 그 과정이 너무 놀라운 것이죠. 어떻게 윤리의 근거가 우주의 상이 될 수 있을까? 이것은 주체가 어떻게 진리를 구성하는가, 이 문제와 연관이 됩니다. 보편적 모랄이 아닌, 각 상황의 구체성에서 구성되는 <주역>의 윤리를 새로운 윤리의 지평으로 가져가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주역>을 정치 철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주역>은 동양 특히 유가 정치철학의 베이스였습니다. 이번에 우리가 배운 익(益)괘 역시 '위에서 덜어서 아래로 채워준다'는 기본적인 정치 형태를 괘사와 효사로 구성한 것이죠. 대상전의 주체도 천하를 다스리는 왕과 제후, 군자들이었고요. 자연을 본으로 삼아 펼쳐지는 정치 철학으로서의 <주역>은 분명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정치'의 바깥을 보여줄 것입니다.

<주역>을 읽는 다섯 가지 방법을 들으면서, 문득 다음 시간부터 써야 하는 과제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만난 <주역>은 어떤 모습일까요? 분명 같은 것을 읽었는데 조금씩 다른 책인 <주역>이 소개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다음 시간은 8월 1일 시작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영원회귀의 신화>1장 읽어옵니다.

<주역> 중풍손, 풍수환, 풍산점 읽고 글을 써옵니다.


각자 써 와야 하는 괘는 다음과 같습니다.

중풍손 : 호진샘, 만화샘, 영주샘, 정랑샘.

풍수환 : 은정샘, 정우샘, 태욱샘, 태미샘, 가토샘.

풍산점 : 정옥샘, 재복샘, 수정, 규창, 혜원.


간식은 재복샘, 은정샘.

후기는 규창.


모두 방학 잘 보내시고요,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요^^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