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

절차탁마S 2학기 7주차 공지 '합리적 근대국가 정치론'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06-14 11:34
조회
71
공지가 늦어졌네요. 죄송합니다. 날도 덥고, 놀고자 하는 관념이 공지를 올려야겠다는 관념을 압도해버렸습니다. 신나게 보냈으니 다시 돌아올게요!

다음 시간에는 채운쌤 강의는 없고 저희끼리 진행합니다. 그래도 읽고 쓸 게 적지 않습니다.^^;; 주제는 통과됐으나, 결과적으로 에세이는 처음부터 다시 쓰게 됐네요. ㅠㅠ 그래도 방향은 잡혔고 뼈대를 건질 수 있었으니 다행 아닐까요? 원래 2주 만에 10쪽도 쓰고 그랬는데, 그거에 비하면 이 정도는 거뜬하게 할 수 있죠! ㅋㅋ 각자 하실 수 있는 만큼 에세이를 쓰고 숙제방에 올려주세요~

에티카는 3부 끝까지(145쪽), 《정치론》은 8장 〈귀족국가; 첫 번째 모델〉, 《군주론》은 이번에 채운쌤 강의와 알튀세르의 강의안을 복기하면서 다시 읽으시면 됩니다. 읽으시면서 얘기할 거리를 메모 형태로 정리해주시고요~ 간식은 정옥쌤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스피노자와 마키아벨리는 각자의 시대에서 합리적 근대국가를 고민했습니다. 명확하게 의식했는지는 모르지만, 마키아벨리는 기존의 군주정에서 벗어난 새로운 정치 체제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변덕스러운 대중의 정서를 기반으로 한 정치를 사유했다는 점에서 그에게도 스피노자주의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민주주의적인 지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정치론을 ‘마키아벨리즘’이라 치부할 수 없습니다. 스피노자는 말할 것도 없죠. 스피노자가 살았던 당대의 네덜란드는 미국에서 민주주의를 선언하기 전에 이미 민주주의 체제를 갖추고 있었죠. 스피노자는 그런 시대 속에서 국가가 성립하고 유지되는 원리를 분석하면서 정치에서 민주주의적인 것을 사유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빠르게 지적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몇백 년도 더 전에 살았던 인물들의 고민이 지금도 유효한 걸 보면 참 신기합니다.

이들의 정치론에서 핵심은 대중의 정서입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귀족과 대중의 정서를 재빨리 읽고 유연하게 대처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죠. 스피노자도 철학적 자유든 정치적 안정이든 정서를 사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확실히 이들과 이들을 독해한 철학자들을 읽다 보면, 새삼 정서에 대한 치밀한 관찰·분석을 빼놓고는 어떤 것도 얘기할 수 없겠다는 걸 알게 됩니다. 가령, ‘겁 많음’은 흔히 ‘용기 혹은 담대함의 결여’로 생각했는데, 스피노자는 ‘더 큰 악을 더 작은 악을 통해 피하려는 욕망’으로 설명합니다. 코나투스에 의해 우리는 실존에 모순되는 것을 욕망하지 않습니다. 겁이 많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어떤 적극성을 동반하는 것이죠. 이밖에도 스피노자는 아무리 부정적인 정서도 그 자체로는 어떤 것에 대한 욕망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식으로 설명합니다. 부정적인 정서를 대체로 능력의 결여 혹은 의지박약의 차원으로 생각한 저는 3부를 읽으면서 스피노자의 세밀한 관찰과 분석을 잘 배워야겠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스피노자와 마키아벨리가 꿈꾼 국가는 결국 ‘근대국가’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국가를 위해서라면 다른 국가와 전쟁하는 것도 서슴지 않습니다. 근대국가는 기원상 ‘폭력’과 분리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알튀세르는 마키아벨리로부터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폭력이 아니라 정립적이고 구성적인 폭력”을 발견했는데요. 과연 그런 의미의 폭력이 가능할까요?

대승(大乘)불교에서 보살은 ‘한 사람의 중생이라도 해탈하지 못하면 윤회에서 벗어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고 합니다. 이 선언은 실제로 모든 이가 해탈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자비심의 발로이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해탈한 유토피아 같은 세계를 꿈꾼 결과는 아닙니다. 영원히 조화롭기만 한 공동체가 없듯이, 모두가 해탈한 세계도 없죠. 채운쌤은 보살이 저러한 서원을 한 것에는 그의 깨달음이 번뇌에 휩싸인 대중과 함께 살아가는 이 지평과 분리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죠. 이러한 보살의 ‘함께 살아감’에서는 폭력 같은 것이 사유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폭력을 넘어가는 것까지 있죠. 아직 이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동양의 정치 철학을 다시 공부할 실마리를 갖게 됐네요. ㅋ



마무리는 언젠가 코로나가 끝나면 저희가 갈 네덜란드 헤이그의 스피노자 하우스입니다. 기분 내기 위한 바캉스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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