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

절차탁마S 2학기 6주차 공지 "기계도 정서를 느낄까?"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06-05 11:00
조회
84
‘내가 만난 스피노자’가 기대됩니다! 한 주가 지날 때마다 글이 달라지더군요. 그리고 듣는 것과 달리, 글로 정리된 이야기들은 또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다음 주에는 어떤 이야기들로 채우실지 궁금한데요? ㅎㅎ

다음 시간에는 《에티카》 정리55(128쪽)까지, 《군주론》은 끝까지, 《정치론》은 5~7장을 읽으시면 됩니다. 《정치론》 5장 발제는 정옥쌤, 간식은 윤순쌤께 부탁드릴게요~

 

‘내가 만난 스피노자’에 대한 코멘트는 각자 잘 소화하셨으리라 믿고, 간단하게 《에티카》 강독 중 나온 토론 일부만 정리하겠습니다~

《에티카》는 읽으면 읽을수록 새롭지만, 그 중에서도 정서(affectus) 부분은 지금도 생각할 거리를 계속 던져줍니다. 스피노자는 “정서를, 신체의 행위 역량을 증대시키거나 감소시키고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신체의 변용들이자 동시에 이러한 변용들의 관념들인 것으로 이해”합니다.(3부 정의3) 스피노자는 이미 서문에서 정서를 인간 삶의 방식을 이해하기 위한 맥락에서 접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정서를 인간이 아닌 다른 사물에 적용시켜보면 어떨까요?

가령, 인간의 정서가 발생하는 거의 모든 구체적인 상황과 원리를 기계에 저장시켜놓고, 실제로 기계가 한 명의 인간처럼 정서를 느낀다면, 그것은 인간일까요, 기계일까요? 스피노자는 “우리와 유사하고 우리가 아무런 정서도 갖지 않았던 어떤 실재가 어떤 정서에 의해 변용된다고 우리가 상상함에 따라 우리는 그와 유사한 정서에 의해 똑같이 변용된다”고 말합니다.(3부 정리27) 이때 “우리와 유사한 것(nos similem)이라고 판단”하게 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일단은 ‘형태’일 것 같습니다. 굴드는 《판다의 엄지》에서 미키마우스가 점점 더 귀여운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변형된 데에는 아기에 대한 애정과 양육하고자 하는 욕구를 일으키는 메커니즘이 작동했다고 분석합니다.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정서로 변용되는 것도 우리와 유사하다고 판단하게 되는 예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동물들에게서도 모성애를 발견할 때, 마치 동물과 인간이 하나의 공통된 무리에 속하는 것처럼 얘기하는데요. 형태, 정서 외에도 우리 자신과 유사하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더 있을 것 같습니다.

토론 중에는 기계도 인간처럼 신체 변용이 일어날 수 있냐, 그렇다면 그때 신체 변용은 인간과 똑같은 원리의 신체 변용이냐 등등의 얘기가 있었는데요. 음... 정서의 알고리즘을 주장하는 유발 하라리나 안토니오 다마지오 같은 석학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과 기계의 차이가 무엇일지 점점 더 애매해지네요. 아직 추상적인 질문들만 있지만, 스피노자의 사유가 여전히 포스트 휴머니즘 같은 주제를 사고하는 데 있어서 좋은 힌트가 될 것 같네요. 파도 파도 새롭게 팔 여지가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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