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문 회의록

2. 28 매니저 회의록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0-03-01 16:46
조회
55
2020년 2월 28일 금요일 매니저 회의록

이번 회의는 ‘소생 여행 준비’와 ‘《고기로 태어나서》 발표 준비’ 두 가지를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소생 여행 준비는 혜원누나의 ‘현재 러시아 여행을 가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혜원누나는 그동안 자신이 다녔던 나라들과 다르게 사회주의가 일어나고 진행된 나라를 간다는 것이 궁금해진다고 했습니다. 도쿄, 뉴욕, 서울 같이 자본주의가 주류인 도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 모스크바 같이 사회주의가 진행된 도시는 또 다를 것 같아서 기대된다고 했습니다. 나머지 멤버들은 아직도 러시아 여행을 관념적으로 그리고 있었습니다. 민호가 아직 자극을 받지 못했다고 하자 혜원누나가 그런 외부 자극을 기다리는 건 너무 수동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저희도 수동적으로 이런 식으로 공부를 지속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공부를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혜원누나는 이대로 진행할 바에야 차라리 각자 공부하면서 더 흥미가 생긴 주제들을 가지고 새로 조를 짜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얘기는 일주일 전에 했고, 그 결과로 ‘2학기를 정리하는 발표를 하자’라는 결정을 했었습니다. 이에 대해 저와 건화형은 왜 갑자기 다시 결정을 번복하고, 그때 정하지 않았던 방안을 제안하는지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특히 혜원누나는 지난번 회의에서 ‘2학기를 정리하는 발표’를 강하게 주장했었기 때문에 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혜원누나는 이렇게 진행되다 보면 또 발표를 위한 발표 정도만 하게 될 것 같았다고 얘기했고, 건화형은 안 되는 와중에 발표를 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차라리 일주일 만에 바꾸기보다 각 조에서 더 문제의식을 다듬어 오는 게 낫지 않겠냐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혜원누나가 제시한 방향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대신 혜원누나한테 앞으로 방안을 제시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근거에 의해서 일이 진행되는지를 분명하게 얘기해달라고 했습니다.

 

《고기로 태어나서》는 각자 자기 문제의식이 드러나도록 발전시켜 오기로 했는데, 여전히 미진했습니다. 문제의식이 분명하지 않았고, 굳이 《고기로 태어나서》를 읽지 않고도 할 수 있는 키워드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각자의 문제의식을 더 첨예하게 다듬을 수 있는 서브 텍스트를 더 읽기로 했습니다. 혜림누나와 저는 가타리의 《세 가지 생태학》을, 혜원누나, 민호, 건화형은 신이치의 ‘압도적인 비대칭성’이 소개된 원고를 같이 읽기로 했습니다. 이밖에도 다른 책들을 개인적으로 찾고 추천할 예정입니다.

혜림누나는 공장에서 사람들이 동물들에 무감각해지는 현상을 분석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혜림누나가 가져온 글은 ‘도덕적으로 개인의 나쁨 이상을 말할 수 없을 것’이라는 코멘트가 있었습니다. 혜림누나는 ‘무감각’ 자체가 아니라 동물들을 ‘먹는 고기’로 보는 조건에 대해 집중해서 분석하기로 했습니다. 추천 텍스트로는 ‘삶의 양식의 경화’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가타리의 《세 가지 생태학》이 있었습니다.

건화형은 ‘폭력’에 대해 분석하기로 했습니다. 건화형은 동물에게 가하는 폭력에 대해서는 반응하면서 우리 자신에게 저지르는 폭력에 대해서는 둔감하다는 것에 대해 문제 삼겠다고 했습니다. 주디스 버틀러의 이중적인 ‘박탈’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잘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폭력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시할 수 있는 개념으로 민호와 혜원누나가 나카자와 신이치의 ‘압도적인 비대칭성’을 추천했습니다. 혜원누나가 이 개념이 나오는 것을 번역해서 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주디스 버틀러의 《박탈》을 비롯한 다른 책도 더 읽기로 했습니다.

민호는 동물권에 대해 분석하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접근할지 막막해서 ‘가축화된 동물의 생존이 과연 유전자적으로 성공한 것일까?’와 같은 질문들을 경유해서 가져왔습니다. 단지 권리가 먼저 있었고, 그것을 지켜야한다는 식으로 접근하지 말고 ‘생물이 어떤 식으로 생존해왔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추천 텍스트로는 자연 선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굴드의 《다윈 이후》가 있었습니다.

저는 혜림누나와 많이 겹치는데, 인간이 노동 과정에서 어떻게 사육 당하는가에 대해 쓰려고 했습니다. 《고기로 태어나서》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건물주’인데, 이것을 하나의 살찐 가축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아니냐는 코멘트가 있었습니다. 혜림누나와 저는 삶의 양식의 표준화, 건물주라는 동일한 욕망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다만 혜림누나는 스피노자를, 저는 맹자의 구절을 적극적으로 가져와서 다른 컨셉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추천 텍스트로는 혜림누나와 똑같이 가타리의 《세 가지 생태학》이 있었습니다.

혜원누나는 ‘윤리적 육식’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최근에 배양육 기술이 도입되었다는 기사를 봤는데, ‘과연 우리는 먹는 행위를 어디까지 무책임해질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민호는 나카자와 신이치와 고쿠분 고이치의 대담에서 ‘증여를 끊는 원자력’과 연관 지어보라고 코멘트했습니다. 글의 목표는 먹는 행위를 하나의 수양으로 삼을 수 있다는 데 이르기로 결정됐습니다.

글 구성은 3번까지, 분량은 2~3페이지를 벗어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음 주에는 적어도 2번까지 해당하는 내용을 써 오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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