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에이징 세미나

6.24 몸, 살림 세미나 공지

작성자
규문
작성일
2020-06-20 21:17
조회
58
200624 몸살림 공지

 

이번 시간에는 폐경과 대장경을 알아보며 직접 찔러보기도 했습니다. 수태음폐경은 가슴에서 시작해 손끝에서 끝납니다. 그 다음 경락인 수양명대장경은 수태음폐경이 끝난 손끝에서 시작해 코 옆까지 이어지지요. 우리 몸에 기가 도는 길을 따라 경락이 늘어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폐경과 대장경의 시작부분의 혈 세 개, 끝나는 부분 혈 세 개, 총 여섯 개의 혈을 외워 오시면 됩니다. 차근차근 알아가자고요~

<동의보감>은 드디어 신(神)을 다 읽었습니다. 이번에 읽은 데서 인상깊은 증상은 탈영(脫營)증과 실정(失精)증입니다. 탈영증은 문자 그대로 영화로운 상태에서 벗어나 생긴 병입니다. “이전에는 고귀하다가 나중에 비천하게 되어” 병이 된 것이죠. 실정도 비슷하게, 부유하다가 빈곤하게 되었을 때 생겨난 병입니다. 재밌게도 이 병은 외사(外邪)로 인한 병이 아닙니다. 즉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해 감염된 병이 아닌 것이죠. 내부로부터 발생한 병이 바로 탈영증과 실정증입니다. 이 병들의 증상은 바로 무기력입니다. “기가 슬픔 때문에 감소되므로 밖으로는 위기가 손상되고, 안으로는 영혈이 소모”되는 것이죠. 가끔 이런 구절을 읽으면 스피노자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슬픔을 느끼고 그러면서 더 큰 슬픔에 빠져드는 것을 스피노자는 역량의 감소로 설명했다면 한의학에서는 위기와 영혈로 설명했다고 할 수 있겠죠. 하여간 둘 다 신체적으로 슬픔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통하는 것 같습니다.

탈영증과 실정증을 보니까 예전에 채운샘께 들었던 강의가 생각이 났습니다. 매우 무기력해 보이는 노숙자를 조사해 보면, 의외로 일용노동직은 없다는 것이었죠. 대개 한 ‘사업’ 하시던 분들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순간에 망하게 되자 그 갭을 견디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탈영증과 실정증이라 진단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슬픔으로 인해 힘이 온통 졸아들어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된 것이죠.

이러한 슬픔에 대한 처방도 참 재밌습니다. 물론 약을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약도 소용이 없을 때는? 그럴 때는 의사의 ‘재치’를 쓴다고 합니다. 가령 무기력하게 사는 부인이 있다는 의뢰를 받은 의사가 그 집에 가서 삼사일 동안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먹고 마시고 진탕 놀기만 하고 가버린다면? 세상 무기력하던 부인은 그럼 남편을 붙잡고 뭐 그런 사람이 다 있냐고 있는대로 화를 낸다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음식을 먹을 기력을 얻고 무기력에서 벗어났다고 합니다. 재치 만점 의사의 무기력증 해결! 그러면서 “의사란 재치가 있어야 하지 재치가 없다면 어떻게 무궁한 병변에 응하겠는가?”라고 하는데 너무나 지당한 말이더군요. 이런 이야기들을 읽는 것도 <동의보감>을 읽는 재미인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각했던 건, 역시 의사란 가까이 있어야 하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증상을 듣고, 며칠 동안 환자와 동고동락 하며 그의 습관부터 말하고 걷고 먹는 것까지 모두 숙지하며 ‘재치’를 발휘하는 사람과, 문진을 작성하고 수치만 확인해서 처방하는 사람은 둘 다 의사라지만 전혀 다르지 않을까요? 물론 지금이 병원이나 의사 수가 더 많기는 하지만 의사와 환자 사이가 더 멀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건 아마도 의사와 환자 사이에 위계가 이전보다 더 견고하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는 경락 외우고 <동의보감> 읽느라 <바디>에 대한 이야기를 못했네요. 다음 시간에 몰아서 해보도록 합시다^^

 

다음 시간에는 <바디> '해부실:뼈대' 까지, <인체구조교과서> 78쪽까지 읽어옵니다.

 

수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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