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에이징 세미나

6.17 몸, 살림 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0-06-13 20:36
조회
62
이번 시간에는 <동의보감> 신(神)편 전광(癲狂) 부분을 읽었습니다. 그동안 ‘미친’ 사례를 여러가지로 봐 왔는데 그 클라이맥스가 바고 ‘전광’입니다. 그런데 이 ‘미친’ 경우도 증상마다 다릅니다. 전(癲)은 양이 허하고 음이 실한 경우 생기는 것이고 광(狂)은 음이 허하고 양이 실한 경우 생겨나는 것입니다. 예컨대 너무 기뻐하거나 너무 성내며 미쳐 날뛰는 것은 양이 성해서 드러나는 일종의 광증이지요. 이른바 ‘머리에 꽃 꽂은’ 사람이 이 경우에 해당됩니다. 광증에 사로잡힌 사람은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그때 그 사람은 힘이 너무나 지나쳐 어떻게 말리기도 어렵다 합니다. “옷을 벗고 마구 달리며, 높은 곳에 올라가 노래를 하거나 혹은 수일 동안 먹지를 않고도 담장을 뛰어넘고 지붕을 오르는데, 그 올라간 곳은 그가 평소에 오르지 못하던 곳”([神] 14)이라고 나와 있지요. 우리가 광증이라 부르는 것은 사실 정말 힘이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넘쳐서 보이는 증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미친’ 사람은 보기 힘들죠. 다들 병원으로 가서? 격리 되어서?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시대 자체가 사람이 양기 넘치게 활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컴퓨터, 스마트폰 앞에서 양기를 소모하는 가운데 ‘양이 허하고 음이 실한’ 상태가 되어 버리죠. 그러면서 드러나는 건 ‘전증’입니다. 전증이란 “정신이 천치처럼 되고 말에 조리가 없”으며 “넘어져서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기만 잘 나고 자기만 옳다고 여기며 노래와 춤추기를 좋아하는” 광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죠. 바로 우리 시대에 만연한 우울증과 같은 증상이 바로 ‘전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광증’보다는 ‘전증’의 시대죠. 떨쳐내기 어려운 우울함에 눌려 한없이 침체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겉으로 보기에 완벽히 ‘미친’ 사람인 ‘광증’의 경우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전증’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광증’의 경우는 넘쳐나는 양기를 발산하면 되지만 ‘전증’은 그야말로 만성적으로 기운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우울해서 어떤 것과도 만나지 않으려 하고 침체되어 있으면 더 우울해지는 것과 같은 악순환에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동의보감>에서 우선적으로 처방한 것은 철을 먹으라는 것입니다(!). 정말 녹이 슨 부분을 긁어다 먹으라고 말이죠. 전광은 우리 몸에 울체되고 막힌 것이 있기 때문에 기운이 통하지 않아 생기는 병입니다. 그리고 철분은 이때 쌓인 담을 해소하는 것이기에 먹으라는 것입니다. “철분은 담을 삭이고 마음을 진정시킬 뿐만 아니라 간의 사기를 억제하는 경우에도 특별한 효능이 있다”([神] 14. ‘철분산’)는 것이 처방의 이유입니다.

철은 우리 몸과 가장 먼 것 같지만, 사실 철분은 진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예전에 읽은 <아파야 산다>에서 읽은 적이 있죠. 철분이 충분하면 박테리아나 암세포가 번식할 위험이 있지만, 철분이 침전되는 유전병이 있는 환경에서는 오히려 박테리아와 암세포의 번식이 억제된다고 말이죠. 즉 우리 몸은 그린 듯한 ‘건강’한 상태에서 병을 만나는 게 아니라 병과 함께 진화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책이었습니다. 그 책에 의하면 철분은 우리 몸에서 세균 번식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고, <동의보감>에서도 ‘철’이 중요한 약재로 등장하는 것이겠죠.

이번 시간에 우리가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은 ‘망설이면 간이 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간이 지모를 내고 담이 결단을 한다고 나오죠. 그리고 열이 뻗다가 간이 열을 받게 되면 ‘미친다’고 하고요. 그런데 지금 우리는 너무나 많은 ‘선택지’에 둘러싸여 있지요. 물건 하나를 사는 데도 얼마를 더 사면 뭘 주고, 다른 데서는 할인율이 더 높다고 유혹하는 등등. 시대 조건 자체가 우리를 망설이게 하고, 심지어 그 망설이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갈팡질팡 하는 것이 간을 상하게 하는, 혹은 간이 상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 지모를 내서 결단을 하는 간과 담의 연계플레이가 너무나 약한 신체를 이 ‘망설이는’ 쇼핑이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모두가 ‘그냥 질러버리자!’라고 외쳤습니다만...중요한 건 ‘더 저렴하게/더 합리적으로’ 쇼핑하려는 이 습성이 무척 시대적인 병증이라는 사실이 아닐까요? 쇼핑에 매진하며 할인 조건을 계속해서 알아보는 것이 더 좋은 조건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희망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이번에 읽은 빌 브라이슨의 <바디>에는 인상적인 구절이 나오죠. 우리는 이 살덩어리를 우리라고 지칭하면서, 사실 우리 몸에 대해 전혀 모르고, 이 몸을 찬양하는 방식이라고는 그저 먹고 마시는 것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 무지를 벗고 우리가 진정 우리 몸의 주인이 될 때까지, 계속 공부해 봅시다^^

 

다음 시간에는 <바디> ‘입과 목’ 까지, <인체 구조 교과서> 78쪽까지 읽어옵니다.

 

수요일에 만나요//
전체 1

  • 2020-06-15 19:53
    우울의 시대네요ㅜ 우울증이 위험한 것은 타자와의 접속을 거부하는 데 있지요. 나으려면 타자와 접속해야 하는데 말이죠. 밥이든, 약이든, 침이든.
    우리의 타자는 <동의보감>과 책들......이라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저의 간을 위해 망설이지 말고 빨리 주장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