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소생 프로젝트 8월 30일 공지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8-08-27 12:22
조회
67
늦었습니다. 얼른 공지를 시작할게요!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 《올리브나무 사이로》를 봤는데, 어떠셨나요? 저번에 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와 이번에 본 《올리브나무 사이로》, 다음에 볼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는 키아로스타미의 길 3부작이라고 불립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네마짜데가 지치지 않고 계속 달린 것에 비해 《올리브나무 사이로》에서 호세인의 입은 지치지 않고 계속 말합니다. 말이 너무 많아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무식하게 들이대는 게 남일 같지 않아서 안타깝기도 했어요. ㅠㅜ

어쨌든 두 편의 영화 모두 지그재그의 길을 달리는 이미지가 나오는데, 저는 길이 매번 다르게 구성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네마짜데가 친구의 집을 찾으러갈 때의 길과 돌아오는 길, 호세인이 테헤레에게 청혼하러 그릇도 내려놓고 뛰어가는 길과 어떤 대답을 듣고 돌아오는 길은 전혀 다른 길일 것 같았어요.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지영쌤과 (작은) 지은 누나의 후기를 참고해주시고, 댓글로 각자의 느낌을 허심탄회하게 풀어주세요~

다음 주 공지입니다. 이즈쓰 도시히코의 《의미와 깊이》 3부의 5장과 6장을 읽어 오시면 됩니다. 발제는 민호가 5장, 혜림쌤이 6장을 맡아주셨습니다. 그리고 이번 《의식과 본질》까지 읽으면서 글을 쓴다면 어떤 것을 쓰고 싶은지 각자의 주제를 A4 반페이지 분량으로 정리해서 올려주세요. 꼭 이슬람을 중심으로 놓지 않고 다른 것과 연결하셔도 됩니다. (팀 세미나까지 포함해서)숙제는 수요일 10시까지 정리해서 숙제방에 올려주세요. 다음 시간 후기는 (큰) 지은 누나, 간식은 혜원 누나와 윤희쌤께 부탁드릴게요.

채운쌤은 공부하면서 자기만의 ‘책 지도’를 그려야한다고 하셨습니다. 3가지 관점에서 책을 볼 수 있어야하는데, 일단 개인이나 사건을 둘러싼 시대를 보고, 그것이 어떤 역사적 맥락에 놓여있는지, 어떤 네트워크와 관계되었는지를 볼 수 있어야합니다. 이건 일전에 얘기하신 어떤 책을 읽든 재미를 느끼는 것과 연관되는 것 같아요. 재미를 느낀다는 건 그 책의 주제를 자기 문제로 가져오는 것과 연관될 테고, 자기 문제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책 지도를 그릴 수 있어야하죠. 어떤 책을 공부하든 이런 식으로 공부해야 하는데 공부하는 법을 익히는 것도 쉽지 않네요. ^^;; 이번 소-생에서 사고 훈련을 빡시게 할 수 있겠어요!

강의 내용 일부만 정리할게요. 채운쌤은 짐승과 인간의 차이를 얘기해주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하셨습니다. 동물은 ‘잉여’가 없습니다. 잉여란 대상을 어떤 공통된 상으로 의미화하고 인식하는 것이죠. 자연에서 동물은 포식자를 경계하고, 먹이를 잡습니다. 상황마다 ‘위험하다’ 혹은 ‘먹음직스럽다’라고 판단할 뿐 어떤 대상을 사랑하거나 증오하는 감정을 덧붙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잉여’를 발생시킵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이전 인류와 구분되는 지점은 바로 축적하고 잉여를 발생시키는 기술을 발명했다는 점입니다. 잉여가 있기 때문에 인간은 한편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망상을 일으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를 일정한 방식으로 인식합니다. 즉,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죠. 그리고 세계에 작동하는 근원적 원리를 묻는 순간 철학과 예술이 시작됩니다. 다르게 말하면, 우리가 철학을 필요로 하는 것은 삶이 이미 잉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즈쓰 도시히코가 문제 삼듯, 의식은 일정한 코드가 작동하는 표층의 세계와 표층의식에서 작동하는 코드로 환원할 수 없는 심층의 세계가 공존합니다. 예술과 철학은 표층의식보다는 심층의식과 연관됩니다. 이 점에서 서양과 동양의 철학을 무 자르듯 서양은 논리가 발달하고, 동양은 직관이 발달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예술과 철학은 그 자체로 코드를 흔드는 심층의식의 영역으로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논리로 환원되지 않는 영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표층의식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저항적’입니다. 동양과 서양을 분석하려면 다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나고, 동일한지 정교하게 살펴야합니다. 심지어 과학도 영적 체험, 심층의식과 관련된 차원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바바라 맥클린톡은 옥수수 연구를 실험실로부터 벗어나 옥수수가 자라는 밭에서 진행했습니다. 그녀는 기존에 실험실에서 연구를 진행하던 방식에도 능통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자가 피실험자를 연구하는 논리로만 이루어진 관계를 벗어나 영적인 차원에서도 과학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이죠. 실제로 그녀는 옥수수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였고 매일 옥수수와 대화를 하며 교감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옥수수가 말을 걸고, 옥수수를 이해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녀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문제에 직면하지요. 그런데 문득 그 답을 알아요. 아직 말로는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데 말이에요. 무의식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거예요.”

과학뿐만 아니라 언어도 표층과 관련된 일상의 용어와 비유와 상징과 관련된 시적 용어로 구성되죠. 일상에서 신비적인 요소를 모두 미신으로 배제하는 요즘이야말로 신(神)적인 요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 같아요.

언제 이 살인적인 더위가 갈까 막막했었는데 조금씩 계절이 바뀌고 있는 게 실감납니다. 이제 산책할 맛이 생기겠어요! 추석이 오기 전에 날 봐서 창경궁으로 산책가요. ㅎㅎ 그러면 다음 시간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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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8-28 15:33
    아하~ 숙제는 수요일 10시 전에 숙제방에 올린다는거, 첨 알았네요ㅋ 알겠습니당! 매주 공지 고마워요 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