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

절차탁마S 1학기 5주차 공지 '비인간중심적 지성과 의지'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03-12 22:11
조회
101
라이프니츠의 《형이상학 논고》를 읽으며 조금씩 알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스피노자랑 비교하다 보니, 이상하게 라이프니츠를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말한 ‘신은 여러 가능한 세계 중에서 항상 최선의 세계만을 선택한다’는 것은 내가 겪는 불행한 현실이 그나마 겪을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악운 중 가장 나은 것이라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나에게 닥친 불행한 현실이 다른 모든 선과 공존하는 가운데 일어났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신이 항상 최선의 세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특정 개인에게 불행이라 규정될 사건이 일어날 수는 있을지언정 ‘악한 의도’를 갖고 세계를 창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라이프니츠의 얘기를 기계적으로 ‘내가 닥친 불행도 그나마 신이 최선을 다한 것이다’라는 식으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ㅎㅎ;; 라이프니츠의 논의도 스피노자와 비슷하면서 색다른 지점이 있는데, 그런 것들에서 매력을 느끼려면 더 꼼꼼하게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형이상학 논고〉 끝까지 읽어 오시면 됩니다. 정수쌤은 노력하면 에티카 1부를 다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셨으니, 에티카 끝까지 읽고 정리하시면 됩니다. 개인 공부도 마저 하시되 조금씩 주제에 접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리해주세요. 정희쌤과 진아쌤께서는 에티카 1부 부록에서 ‘목적론 비판’을 정리하시는 게 과제입니다. 읽을 것, 정리할 게 많네요! 그래도 또 달려봐요~ ^^ 간식은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진아쌤과 정희쌤은 에티카를 읽으면서 난색을 표하시지만, 저는 두 분 덕에 에티카를 새롭게 읽고 있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진아쌤이 ‘신의 지성’에 대해 질문하셨죠. 정수쌤은 이를 ‘신이 지성을 가졌다는 것이 과연 신을 의인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가? 신을 자연으로 바꿔 읽으면, 자연이 지성을 가지는 것이 자연을 의인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바꿔서 제기하셨죠. 일단, 스피노자는 지성과 의지를 신의 본성으로 파악하는 자들을 비판합니다. 그런 것은 ‘자기 원인’이라는 신의 본성으로부터 따라 나오는 것이지 신의 본성일 수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자연이 사계절을 반복·순환하는 가운데 의지와 지성이랄 것이 발휘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성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해석이 필요한데요.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3종의 인식이라고 할지 아니면 이성과 동일한 의미로 파악할지, 저희도 정확히 정리되지 않았거든요. 하하.

지성에 대한 명확한 해석은 되지 않아도, 스피노자는 사유의 영역을 인간만의 특권적 능력으로 설정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 같습니다. 분명 신은 지성과 의지를 발휘하긴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취사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적인 의미에서의 지성과 의지가 아닙니다. 이는 신뿐만 아니라 인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성과 의지를 발휘할 수 있긴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본성이라 할 수 없죠. 여기서 본성이 다시 뭘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이것도 명확하게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정리 안 되는 게 너~무 많습니다. 여전히 에티카는 난해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맛이 느껴지네요. 분명 인간을 세계의 중심에 두지는 않으나 바로 거기서 실천지점이 보이는 느낌이에요. 흠. 알듯말듯하지만, 즐길 수 있는 알듯말듯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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