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

절차탁마S 1학기 6주차 공지 '내재적 세계'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03-19 10:34
조회
109
지난번에 라이프니츠를 너무 편파적으로 읽고 있었다는 걸 반성하고, 그의 매력에 빠져보자고 다짐했는데요. 쉽지 않았습니다. 라이프니츠가 그리는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전통 신학의 신이 그려지거든요. 선이나 악은 이자가 붙어서 더 큰 선과 악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악보다 선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 “육체나 물체는 실체들의 지각에 나타나는 현상에 다름 아니”고 “열등한 실체들의 집합에 대응하는 것” 등에서 의문이 듭니다. 들뢰즈는 과연 어떤 점에서 라이프니츠에게 빠진 것인지...!? 결국 귀결되는 것은 전통 신학의 신인데, 여기서 어떤 매력을 느낀 걸까요? 언제나 다짐하는 것이지만, 함부로 이해된 것처럼 정리하기보다 정리되지 않는 지점들을 공부해가야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에티카 2부 정리4(42쪽), 《형이상학 논고》 〈제일철학의 (…)〉, 〈자연, 실체들의 교통 및 (…)〉(166쪽)까지 읽고 정리해오시면 됩니다. 저를 포함해서 개인 과제는 좀 더 박차를 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희쌤과 진아쌤께서는 ‘양태’를 정리하시면 됩니다. 간식은 정희쌤께 부탁드릴게요~ (과제는 숙제방에 꼭 올려주세요!)

이번에 에티카 1부를 읽으면서 ‘내재적인 세계’(?)가 좀 더 그려졌습니다.(‘내재적인 세계’라 하니 갑자기 어색하네요. 내재성? 내재론? 뭐라고 해야 할지 아직 정리되지 않았네요) 저는 대충 스피노자의 내재적인 세계는 신과 양태가 동일한 평면 위에 있다고 뭉뚱그렸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동일한 평면 위에 있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딱히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무한양태’ 개념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정리18 “신은 모든 것의 내재적 원인이지 타동적 원인이 아니다”는 구절에서부터 ‘무한양태’-‘유한양태’-‘독특한 실재’로 따라가다 보니 내재적인 평면이 그려졌습니다.

‘무한양태’에 대해 토론하다 ‘왜 절대적 본성으로부터 따라 나오는 양태(무한양태)를 생각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양태란 신의 변용이고, 변용되었다는 점에서 이미 특정한 방식으로 규정된 유한양태라고 이해했거든요. 그러나 신은 변용하기만 하고 양태는 신과의 관계에서 변용되기만 한다면, 위계와 유출의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신은 ‘무한양태’ 곧 우주를 작동하는 법칙과 그러한 법칙 속에서 일정하게 구성되는 모습으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는 동시에 ‘유한양태’, 다른 양태들과 변용하고 변용되는 각각의 개체가 됨으로써 자신을 표현합니다. 즉, 극대와 극소에 동일한 역량을 펼쳐낸다는 것을 설명해야만 신이 완벽히 내재적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내재적인 평면을 그릴 때에만 독특한 실재도 좀 더 역동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증명에서 스피노자는 “어떤 양태에 의해 변용된 것으로 고려되는 한에서의 신”이라고 말했는데요. 이때 “어떤 양태”는 우리와 동일하게 유한양태를 가리키지만, 동시에 각각의 속성에서 실존하도록 구성하는 무한양태를 포함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항상 ‘나’로 실존하게 만드는 역량 속에서 ‘나’로 존재하고, 거기에는 ‘나’로 환원되지 않는 어두운 바탕 같은 게 동시에 작동하고 있습니다. 뻔한 말이지만 왠지 새롭게 생각되네요. 하하. 스피노자의 내재적인 세계는 읽으면 읽을수록 참 감동적이에요.

반면에 아직 라이프니츠의 세계는 그다지 내재적이거나 역동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지난 시간에 채운쌤께서 주름 운동, 접힘과 펼침의 동시성을 얘기하셨지만, 아직 저에게 라이프니츠는 다분히 정적으로 다가오거든요. '각각의 인간은 이미 신에 의해 모든 관념을 가지고 있고, 현실 속에서 그것을 펼쳐내는 것이다'라는 얘기도 어딘가 꿍쳐두었던 관념을 하나씩 꺼내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매우 역동적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명확하지 않네요. 일단은 좀 더 읽어보는 것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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