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기너스

비기너스 시즌 3 다섯번째 시간(2.11)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20-02-05 21:52
조회
78
비기너스 5주차 세미나 공지입니다!

어제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빠지신 부천 비움 선생님들을 비롯해 불참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졸지에 조촐한 세미나가 되어버렸습니다ㅎㅎ. 그래도 인원이 적다보니 각자가 준비해온 공통과제와 일리치를 읽으며 각자가 느낀 고민의 지점들을 충분히 나눌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다보니 토론의 가장 긴 부분은 '유튜브'에 할애를 하게 되었는데요, 김훈 선생님이 써오신 과제와 관련하여 유튜버들의 활동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라는 문제를 둘러싸고 격론(?)이 펼쳐진 것이죠. 그림자 노동이다, 아니다 하고 결론이 명확히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복잡한 문제의 지점들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유튜버의 활동은 분명 자신의 노동력을 시간 단위로 팔아서 그에 대한 임금을 받는 임금 노동과는 구분됩니다. 또 임금노동을 보완하고 재생산하는 무급노동이라는 의미의 그림자 노동과 꼭 일치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물론 이것을 자율적인 토박이 활동이라고 규정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유투버들의 활동을 자신의 고유한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는 능동적인 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자연스러운 필요를 충족시키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지점들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유명 유투버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오고 또 그 관심을 자신의 콘텐츠에 계속해서 집중시키기 위해 임금 노동자 이상으로 스스로를 착취한다고 하죠.

아마 앞으로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 계속해서 출현하게 될 것 같습니다. 어딘가에 정규적으로 고용되지 않은 상태로 자유롭게 자신의 노동이나 서비스를 파는 불안정 노동이 점점 일반화 되고 있죠. 이런 방식의 노동은 한편으로는 자유로워보이기도 합니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대기업을 퇴사하고 스스로 이러한 '자유로운' 삶을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잔뜩 올라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일리치의 문제의식은 유효한 것 같습니다. 자유롭고 불안정한 노동과 정규적이고 안정적인 노동의 구분 이전에, 보다 근본적인 단절은 호모 에코노미쿠스와 호모 아르티펙스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진정한 단절은 자신의 노동을 팔고 서비스와 상품을 소비하면서 경제적인 논리에 따라 표준화된 삶의 양식을 따르는 호모 에코노미쿠스와 자신의 활동을 통해 GDP로는 포착되지 않는 고유한 가치와 비균질적인 관계들을 생산해내며 자신의 고유한 삶의 기예를 가다듬는 호모 아르티펙스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여전히 호모 에코노미쿠스적 주체성으로부터 도주하지 못하는 한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쉽사리 자기착취로 귀결되어버리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족이 길었네요. 아무튼 정식 후기는 근영샘께 맡기고 저는 공지를 하겠습니다. 다음주에는 <생명관리정치의 탄생> 6, 7, 8강을 읽고 오시면 됩니다. 6강은 김훈 선생님께서 발제를 맡아주셨고 7, 8강은 어제 불참하신 비움 선생님들께 제가 할당(^^) 해드렸습니다. 누가 맡으셨는지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간식당번을 미쳐 못 정했네요. 제가 따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주에 뵐께요!
전체 1

  • 2020-02-07 11:31
    이번에도 일리치 선생님은 정말 엄청난 통찰력을 보여주시네요. 소유냐 존재냐, 호모 에코노미쿠스냐, 호모 아르티펙스냐 하는 z축의 발견!
    문제는 노동의 형태나, 빈부의 차이, 시스템 복지의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죠. 어떻게 고유한 필요와 품행을 발명할 것인가. 고것이 핵심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