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1주차 역사팀 후기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9-11-11 14:11
조회
92
상식을 쌓기 위해 최대한 알짜배기만을 문제 내려고 했습니다. 너무 쉬워서 어쩌나~ 벌금이 너무 적게 걷히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했는데, 선생님들이 걱정을 덜어주셨습니다. 총 10만 6천원이 걷혔더군요. 시험문제가 총 135문제인데 약 60% 정도 맞히셨군요(53문제 틀리셨습니다). 시작이 어떻든 끝에만 가서 웃으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파이팅입니다. ㅎㅎ

이번 시간에는 저자가 주목하는 오리엔트 세계의 메소포타미아 문명 관련 다큐를 보고, 조를 나눠서 토론을 했습니다. 규창 조는 지영쌤, 민호, 저, 호정쌤, 정옥쌤, 영식쌤 이렇게 6명이었습니다. 혜원조는 혜림, 건화, 윤순샘, 영식샘, 현숙샘 이렇게 6명이었습니다. 책 내용, 다큐 내용을 막 섞은 토론 내용을 몇 가지만 정리해볼게요.


일단 다큐를 보면서 고대와 현대의 삶이 생각보다 비슷하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다큐에서 약 4500년 전, 저 멀리 있는 수메르 문명인들의 삶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했었죠. 양털 옷을 입고, 진흙으로 벽돌을 빚어서 집을 짓고, 맥주를 마시는 생활 모습은 어떻게 보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다큐에서 보여준 여름에 복사열을 피하기 위해 지붕에서 잔다든가, 증류된 물을 마신다든가 하는 수메르 인들의 생활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역사를 하나의 선형적인 시간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역사를 공부하기 때문에 그들과 우리의 다름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가끔 역사를 배우다 보면 황폐화된 대제국의 흔적들을 보곤 합니다. 그럴 때면 ‘왜 굳이 이런 척박한 땅에 살았을까?’라는 궁금증이 들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문명은 항상 비옥하고 풍요로운 곳에서 발생합니다. 그리고 대제국이 있었던 곳은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대체로 비옥하고 풍요로운 환경이었습니다. 그러나 환경이 변하면서 대제국이 망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다큐에서 봤던 수메르 인들이 그런 예였죠. 그들은 밀농사를 위해 강물을 끌어왔었습니다. 그러나 강물을 길게 끌어오는 과정에서 많은 물이 증발했고, 땅에 많은 염분이 스며드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150년 정도 지난 이후에는 땅의 염도가 너무 높아져서 더 이상 밀농사를 짓지 못했고 자연스레 수메르 문명은 망했죠. 그러니까 자연 조건이 변하거나 대제국이 망하면서 지금과 같은 척박한 땅이 된 것입니다. 만약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다면 과거를 오직 현재의 시야로만 이해하게 되었을 것 같습니다.

텍스트(《종횡무진 서양사》)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습니다.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읽기에 편하지만 문화와 힘을 구분하고 문화에 지나치게 우월함을 부여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지은이는 오리엔트 세계를 이집트와 히타이트를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그런데 히타이트에 대해서는 전쟁 쪽으로만 발달한 호전적인 군사국가로 묘사하더군요. 결과적으로 이집트와 히타이트 둘 다 오리엔트 세계를 통일하지 못했는데, 지은이는 히타이트가 이집트를 이겼다 한들 문화적으로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곧 멸망했을 것이라고 정리합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집트는 힉소스의 문화를 흡수함으로써 바퀴를 발명할 수 있었고, 동양의 주나라도 상나라의 문화를 흡수함으로써 문화제도를 세웠습니다. 만약 히타이트가 이집트를 이겼다면 이집트의 문화를 흡수하면서 어떤 대제국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여담으로, 힘과 문화를 나누긴 했지만 히타이트에도 나름대로의 철기 문화 관련된 것들이 있지 않았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추가로 조사하고 싶은 내용도 있었습니다. 당시 히타이트는 유일하게 제철 기술을 보유한 나라였습니다. 지은이는 히타이트가 멸망한 덕에 철기 문화가 오리엔트 세계에 퍼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렇다면 기원전 12세기경에 히타이트를 멸망시킨 그리스에게도 철기 문화가 전파되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호메로스의 여러 시들을 보면 아직까지 철기보다는 청동으로 된 물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히타이트가 멸망한 시점에서부터 철기 문화가 널리 퍼진 것이 아니라 다른 요인이 더해져서 철기문화가 보급된 걸까요? 이 부분은 나중에 역사팀에서 나중에 추가 자료로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종횡무진 서양사>에서 재밌는 부분 중 하나는 같은 도구를 쓰는데도 지역마다 문화마다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바퀴가 있었는데요, 똑같이 바퀴를 썼지만 이집트에서 바퀴를 군사용으로 쓰게 된 것은 힉소스의 지배를 받고 난 다음이었습니다. 그전까지 이집트에서 바퀴는 평화로운(?) 운반용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죠. 이같은 사례를 보면서 어떤 비등한 규모의 제국이라 해도 그곳 사람들이 영향 받는 독특한 자연환경의 영향 안에 있다는 것을 고려하며 역사를 봐야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책을 보며 문제가 하나 제기되었습니다. <종횡무진 서양사>에서 메소포타미아의 강점이 이집트에 없던 개방성에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대제국을 건설하여 역사적 위세를 떨칠 수 있엇다고 합니다. 그런데 또 그 개방성으로 인해 견고한 통일제국을 이루지 못하고 역사의 패권을 유럽으로 넘겨줬다는 식으로 서술한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도대체 역사의 스포트라이트는 무엇을 기준으로 비추어야 하는 것인지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자유분방한 힘의 교통으로 인해 형성된 대제국의 성립인가? 아니면 보다 작지만 안정적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인가? 앞으로 우리만의 역사 연표를 작성하려 하는데(친절하게도 <종횡무진 서양사> 부록에는 세계사 연표가 있답니다!) 어떻게 사건을 선정하고 연표를 채워나갈지 그 기준을 세우는 것도 중요한 역사 공부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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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13 11:08
    기대했던 종횡무진 서양사의 시작~ 저금통 잘 들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