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생1학기2주차 정리 및 11.21공지

작성자
정옥
작성일
2019-11-15 01:22
조회
115
소생1학기2주차 정리 및 11.21공지

이번 주는 오전에 <크로포트킨 자서전> 조별 토론을 진행하고, 점심과 산책 후 역사 시험을 치렀습니다.  이후 오전 조별 토론에서 나온 내용을 함께 공유하며 정리하고,  "현대 서구 문명의 뿌리, 그리스" 영상을 시청하였습니다.  즐겁고 맘 편히 볼 수 있어 저희가 매우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서양사> 조별 토론을 진행했고,  러시아어 인사말을 배워 보았습니다.

텍스트와 리듬

이번 주는 읽어야 할 텍스트 분량이 많았습니다. 크로포트킨 자서전이 500쪽이 훨씬 넘는 분량이었고, 서양사도 100쪽이 넘어, 읽고 외울 시간이 다급했습니다. 거기에 에세이 주간이라 다들 숨이 턱에 찾을 거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자서전 완독한 분이 2-3분밖에 안되었어요. 다 읽은 샘들도 읽기 바빠, 다 읽은 후 기쁨으로 남지 않았다는 말씀도 하셨어요. 문제는 저를 포함해 철학팀에서도 완독을 못한 상태에서 키워드를 뽑는 사태가 벌어졌어요. 아침에 일찍 모여 토론을 어떻게 진행할지 급하게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선민샘의 호된 일성을 들었고 면목이 없었습니다.

텍스트를 읽고, 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은 새로운 신체 리듬을 구성하는 훈련을 하는 과정입니다. 작년 페르시아 탐사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여행지는 아주 많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을 읽고 맥락을 파악하여 어떤 것을 취할지를 선택하는 것과 여행지는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는 작년에 여행일지를 담당했었는데, 본 것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상을 기록하는 것조차도 무척 어려웠습니다. 여행지에서 돌아 온 후 여행기 쓰기가 지지부진 했던 것도, 현장을 읽고 키워드를 구성하는 훈련이 충분히 되지 않아 놓치는 것이 많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 기존에 자신이 구성했던 리듬을 바꾸고 새로운 리듬을 속도감 있게 구성하는 훈련은 꼭 필요한 부분으로 보입니다. 신체의 리듬과 정신의 리듬이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행을 자신의 것으로 남기기 위해 긴장감을 가지고 자신의 리듬을 재조직하는 훈련이 텍스트를 소화하는 과정에 이루어진다고 생각됩니다.

<크로포트킨 자서전> 은 3대 자서전 중 하나로 꼽힐 만한 명저입니다. 자서전은 저자가 직접 자신의 삶을 취사선택하여 구성하기 때문에, 인식의 전환점들이 훨씬 분명하고 솔직하게 드러난다는 면에서, 평전과는 또 다른 읽는 맛이 있습니다. <에드워드 사이드 자서전> 과 비교되는 지점도 재미있었는데요, 사이드가 집안사람들을 중심으로 구체적이고 사적인 이야기를 푸는 과정에 시대가 드러날 수 있게 구성한 것과 달리, 크로포트킨은 사람들의 행동, 대화, 상황 묘사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의 존재론과 사상을 엿볼 수 있게 서술한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황제의 근위병이었던 크로포트킨이 황제나 귀족들이 가진 허위와 무기력보다 농노나 상인들의 활기와 유쾌함에 주목하는 지점은, 인간을 신분과 위계가 아니라 그 자체로 이해하려는 긍정성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아나키스트에 대한 통념을 날려버리는, 일독을 권하고픈 책입니다. 민호의 후기로 확인해주세요.



벌금에 대하여

서양사는 시험에 대한 압박 때문에, 글자 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하고, 맥을 짚으며 읽으려고 애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산책도 포기하고 한 글자라도 더 보겠다고 의지를 불태운 샘들도 계실 만큼요. 그래서인지 벌금이 과한 것 아닌가라는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열심히 시험 준비를 하셨을 텐데 낯선 단어와 시험제도가 익숙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던 것 같고요. 벌금이 부과된 것은, 기본적인 역사 상식이라도 익히게 하려는 채운샘의 배려(?)에서 고민된 것이긴 합니다. 현장에 가면 역사적 이해 없이 유적을 보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바로 느끼게 됩니다. 공부를 한다는 의미에서 벌금제도를 당연하게 생각하였는데, 이 과정이 너무 당연해 벌금을 내는 이유와 쓰임에 대해 함께 공유하는 과정을 빠트렸던 것 같습니다. 늦게나마 이 문제를 얘기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벌금으로 걷힌 공금은 자료집 준비나 여행에 필요한 기타 비용으로 쓰려고 마련하고 있습니다. 남으면 여행비용에도 보탤 수 있을 것 같구요. 무엇보다 다른 방식으로 돈을 쓰는 실험이기도 합니다. 여행은 큰 틀에서 보면, 어떻게 다른 방식의 삶을 기획하고 생활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의 연장에 있습니다. 우리의 여행은 서로 다른 세대가 세상의 낯선 세대를 만나러 가는 것입니다. 이것은 배움을 실험하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본말이 전도되거나 부담으로 남으면 안되기에, 역사팀에서 벌금액을 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 이러저러한 의견들이 나올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우리 방식으로 해결하며 가는지 공유하고자 합니다. 관심 가져주시고 궁금한 것은 물어봐 주셔도 좋습니다. 이 모든 것이 여행과 공부의 과정이고 공유 역시 공부일 테니까요.


반평균이 상승했다


그래도 시험은 궁금하시죠? 7만6천원의 금액이 말해주듯 평균이 급상승했답니다. 무려 만점자도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만점이 나왔다는 것은 변별력 문제를 제시하지 않은 출제자의 오류도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ㅎㅎ 이번 시험에선 유난히 글자 한자를 흘리는 답지들이 있었습니다. 정답 아카데미‘아’/ 펠로폰네‘소’스 에서 ‘아’ 와 ‘소’를 빼버리는 식이죠. 이보다 더 안타까운 답은 알키비아데스를 알키‘미’아데스로 적은 것이었죠. 이번 출제자의 모토는 시험은 쉽게 채점은 깐깐하게였기에 ‘출제자 중심’ 원칙에 따라 ‘땡’입니다. 우리의 사오정님은 지난 출제자의 원 포인트 레슨에 힘입어 아홉 문제를 맞추는 장족의 발전을 보였습니다. 문제 풀이의 신세계를 기대하다 살짝 실망했지만 그녀의 노력엔 박수를~



#담주 공지입니다.

*<상호부조론> 1-4장 (~190페이지까지) 읽고 조별 요약자가 내용요약과 질문 준비해옵니다.

윤순1-2장/ 건화3-4장

호정1-2장/ 민호3-4장

*<서양사> 3부 로마사 : 출제자 민호

#과제 있습니다.

크로포트킨의 아나키즘에 대하여 간단히 정리하여 올립니다.

씨앗 문장을 뽑고 사회주의와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아나키즘에 대하여 정리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러나 역사팀은 크로포트킨의 역사인식을 적어도 좋고, 다른 키워드로 정리하셔도 됩니다. 수요일까지 숙제방에 올려주세요.

1학기 간식공지

11/21 규창, 영식샘

11/28 민호, 윤순샘

12/5 건화, 현숙샘

12/12 지영, 정옥

12/19 혜림, 혜연샘

그러나 어쨌든


마야코프스키


거리는 매독 환자의 코처럼 사라지고


정욕의 강은 침으로 흘러갔다


유월의 정원은 마지막 속옷까지 벗어던지고


파렴치하게 앓아누웠다


나는 광장으로 나갔다


불에 지진 동네를


붉은 가발처럼 머리에 쓰고서


내 입에선 미처 삼키지 못한 비명이


사지를 버둥거렸다, 끔찍하게도.


그러나 나를 욕하거나 비난하지 않으니


예언자를 대하듯 내 흔적에 꽃을 덮으리


이 모든 사라진 코들은 알고 있으니


내가 당신들의 시인임을.


당신들의 엄정한 판결이 선술집처럼 무섭구나!


창녀들이 불타는 건물을 지날갈 때


오로지 내 책만을 가져가리라, 성물(聖物)처럼 받쳐 들고


내 책은 그들이 신에게 바치는 변명이니까.


그리고 신은 내 책을 읽고 울음을 터뜨리리라!


이건 말이 아니라 둥글둥글 뭉쳐진 경련이구나


신은 내 시집을 겨드랑이에 끼고 하늘을 돌아다니고


한숨을 쉬며 친구들에게 읽어 주리라.

전체 3

  • 2019-11-15 15:00
    만물은 서로 돕는다! 가장 자신을 위하는 삶을 살았던 크로포트킨이 어째서 모든 권력, 모든 제도에 저항하는 혁명을 하게 되는지 흥미진진했습니다.
    지리학자는 어째서 혁명적일 수밖에 없는가! 크로포트킨이 그 바쁘고, 그 복잡한 삶의 질곡 속에서 어떻게 공부했나, 정말 감동이었지요.
    공부하는 삶이었기에 혁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 우리의 소생도(단지 여행만이 아닐) 크로포트킨의 지리탐사와 같은 것이구나! 정옥 샘의 후기를 보니 더욱 그러합니다.

  • 2019-11-15 16:36
    알키미아데스라니...이건 느슨한 원칙을 적용해도 완벽한 땡!(누굽니꽈아~) 역사는 사건의 생성이고, 다양한 계열들의 분산적 종합이고... 그러나 일단은 암기다!!!
    레닌도 그렇지만, 크로포트킨은 그렇게 '도바리'를 치면서도 읽고 썼다는 거! 아, 혁명하느라 바빠서 공부할 시간이 없어.. 이런 생각은 꿈에서도 안했다는 거!! 번뇌의 자리가 공부의 자리란 걸 선명하게 보여주는 자서전이지요. 이 책으로 각자의 뼈를 때리소서~~

  • 2019-11-18 16:35
    시험문제를 참 쉽게 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역시 쉽고 어려운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