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5주차 역사팀 후기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9-11-30 15:06
조회
95
이번 <종횡무진 서양사>에서는 중세와 십자군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와, 프랑크 왕국의 집안싸움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국가라는 것이 참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프랑스와 독일을 합친 넓은 땅을 형제끼리 합치고 나누고...또 한 나라의 왕위를 줬다가 뺏고 또 안 받는다고 뻗대는 등등 유럽이 한마디로 '개판'이 되었습니다. 거기다 좀 힘을 합쳐서 안정되나 싶더니 갑자기 유럽 밖으로 줄줄이 나가서 전쟁을 하질 않나 0ㅁ0 이 모든 난장을 보면서 드는 감상은 '시험 어떡하지?' 였답니다ㅎㅎ

시험 문제는 대체로 무난했는데 역시 베스트는 답지였습니다. 장원경제와 종사제가 모두 '종선'이 되어버리는 통합의지, '오토 1세'가 '아토 2세'가 되어버리는 호주 유학파(???)의 답이 정말 압권이었죠 ㅎㅎ (누가 썼는지는 그 사람의 명예를 위해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영상은 비잔틴 제국과 기독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비잔틴 제국은 1000년동안 존속된, 엄연한 로마 제국의 후예입니다만 사실 서양사 안에서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유스티니아누스 법전 이후로 도대체 뭘 하고 살았는지(?) 알기가 어렵죠. 그 수수께끼를 풀고자, 그리고 앞으로 러시아 정교로 이어지는 동방정교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아보고자 골랐던 다큐멘터리였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동방정교의 생존전략이 당시 들불처럼 번졌던 이슬람과의 공존이었다고 했습니다. '기독교' 하나로 뭉치려 했던 서유럽과 달리, 비잔틴 제국은 이슬람과 공존해야 했던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혜원조) 조별토론에서는 중세 봉건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분명 중요한 제도였을 것 같은데 <종횡무진 서양사>에서는 후루룩 넘어갔다는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아무래도 통일을 중시하고 힘의 분산을 과정으로 보는 책의 논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요. 크로포트킨의 <만물은 서로 돕는다> 안에서는 길드와 농노제가 꽤 중요한 제도였는데 정작 교과서적인 세계사 안에는 아주 짧게 다뤄지고 말았지요. 심지어 중세를 '암흑시대'라고 정의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장원경제는 분명 중세 사람들의 생활의 양식을 지정하는 중요한 요소였을 것입니다. 저히 조에서는 모처럼 블로크의 <봉건사회>를 읽은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며 수다를 떨었습니다. 중세는 강으로 나갔다 하면 노르만족이 잡아가는(?) 위험한 시대였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종속되고자 하는 열망이 더 강한 시대였다는 것, 서로 계약하고 그것을 이행하는 것을 '맹세'만으로 보증할 수 있을만큼 말의 힘이 강했다는 것 등이었죠. 특히 '누군가에게 속한 사람'이고자 하는 중세 사람들의 멘탈리티와 '자유=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 취급하는 근대인의 생각 사이에 큰 단절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또 서양교회의 성속분리는 서양사에서 크게 다뤄지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보름스 협약 이후 서유럽은 성속이 분리되어 교황은 교황대로, 세속군주는 세속군주대로의 길을 걷게 되지요.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렇게 분리되어 있는 세속군주가 어디가를 정복하면 꼭 그곳을 기도교로 개종시키려 하거나, 혹은 개종시키기 위한 정복전쟁을 벌인다는 사실입니다. 이건 단지 그곳 사람들을 자기네들과 동일화 하고자 하는 생각에서였을까요? 사회통합? 이에 대해서는 잘 풀리지가 않았습니다.

서유럽과 달리 정교와 이슬람은 성속일치의 사회입니다. 비잔틴 같은 경우는 황제가 종교 지도자를 겸하고 있지요. 이슬람 역시 종교 지도자가 정치 지도자를 겸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개종하라'라고 하거나 종교의 이름으로 정복을 하는 움직임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정치세력과 종교세력이 함께 가니 종교적 명분을 따로 추구할 필요도 없고요. 헌데 동방정교를 들여온 러시아의 경우는 어떨까요? 러시아 정교와 러시아의 역사는 어떻게 돌아갔는지, 좀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규창조) 참고자료로 본 다큐에서 시나이 산의 카타리나 수도원을 소개했죠. 보통 수도원을 생각하면 곧 유럽의 성당 혹은 기독교의 수도사들을 주로 떠올립니다. 그런데 카타리나 수도원은 우리가 생각했던 수도원과 많이 다릅니다. 우선 카타리나 수도원은 그리스 정교회(동방정교) 건물입니다. 그래서 언뜻 봐도 기독교 전례와 의식 절차, 도구가 많이 다르더군요. 무엇보다 신기했던 것은 그곳에 이슬람적인 요소가 곳곳에 섞여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수도원에는 베두인 유목민족들 수도사들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기도 시간이 되면 한쪽에서는 예배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메카 방향을 향해 절을 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수도사들과 베두인족이 함께 빵을 만드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먼 옛날부터 베두인족은 수도원의 안전과 작물을 돌보는 일을 맡으면서 그곳에 살았다는데, 아마 수도원에서 살 곳을 마련해주고 베두인은 수도원을 지켜주면서 서로 살아온 것이겠죠.

수도원에는 수많은 해골들이 쌓인 방도 있었습니다. 그 해골들은 모두 그곳에서 살았던 수도사들의 것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왜 해골을 따로 모아놨을까 싶었습니다. 훌륭한 사람의 유골을 모아놓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질서정연하게 정리해놓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른 뼈들은 버리고 굳이 해골만을 저렇게 무질서하게 쌓아놨나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됐는데요. 어떻게 보면 그 많은 해골들은 그 자체로 수도원을 지켜온 시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도원은 단지 수도사들만이 있어서 지켜진 것이 아니라 베두인족과 같은 수많은 이방인을 받아들이면서 지켜졌습니다. 카타리나 수도원과 같은 오지도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 되면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큐를 보면서 혼자 뭉클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종횡무진 서양사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습니다. 우선 이번에도 남경태 선생님의 깔끔한 정리와 깨알 같은 상식들에 대한 감탄이 있었습니다. 선형적인 역사관을 그린다고 해도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이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이번에 유럽 국가들의 탄생을 그릴 때는 더더욱 복잡했을 것 같습니다. 유럽의 족보를 정리하면 거의 나라의 고유한 혈통이라고 할 만한 게 없습니다. 덴마크의 노르만족이 내려와서 영국을 세우고, 게르만족은 이동하다가 독일을 세우게 되죠. 그리고 한 나라의 내전이 벌어지면 여러 나라에서 개입을 해서 고유한 혈통이 무색해지기도 합니다. 이런 걸 한 눈에 잡히도록 정리를 하려면 얼마나 많이 읽고 정리해야 할까요?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할 일 없는 기사들의 훈련에서 토너먼트라는 말이 나왔고, 영국의 어원이 엘프래드라는 국왕으로부터 유래됐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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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30 19:40
    강에만 나가도 노르만족이 잡아가는 중세라니, 교과서로 배운 '암흑의 중세'라는 이미지 보다 현실감있었습니다. 이 조건에서 중세인들은 근대인과 달리 종속되고자 하는 욕망에서 장원경제와 종사제라는 삶의 방식을 만들어냈구나 싶어요. 그런데 그러던 것이 근대인에게는 왜 희귀하게(?) 발견되는지,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쟁과 평화>를 보면서 찾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