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학 세미나

<명리학 세미나 > 6월24일 수업 공지

작성자
배현숙
작성일
2020-06-19 00:52
조회
123
格局에 대하여

적천수에서 말하고 있는 格局에 대한 설명은 복희샘이 올려주신 걸로 대신하고 어제 수업에서 확인하지 못한 몇 가지 용어들을 정리해봅니다.

<적천수 434쪽 예제 사주>

癸乙癸庚

未未未辰

辛庚己戊丁丙乙甲

卯寅丑子亥戌酉申

이 사주에 대해 낭월은 偏財格과 官印相生格, 두 가지로 표현했습니다. 격에 대한 이 두 가지 명칭은 사주의 격을 격국론과 용신론으로 각각 표현하기 때문인데요, 격국론으로 표현할 때는 사주의 월령을 어떤 지지가 차지했는지로 정하거나, 월령을 차지한 지지의 지장간 중에서 투출한 글자로 격의 진가(眞假)를 구분하여 정합니다. 그래서 이 사주의 월령인 미토의 지장간 丁, 乙, 己 중에 천간에 투출된 글자가 없으므로 未土 偏財를 그대로 격으로 삼은 것이지요. 그런데 이 사주는 용신의 원리로 보면 未月 乙木으로 신약합니다. 따라서 癸水 印星을 용신으로 하고 庚金 官星이 이를 도와주는 관인상생이 성립된 경우로 보아 관인상생격으로 보는 것이지요. 적천수 예제 사주에서 말하고 있는 격국은 다 이렇게 두 가지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格은 팔자를 주도하는 강한 기운이라고 하였습니다. 局은 지지에서 방합, 삼합 등으로 강한 세력을 이룬 것이고요. 그런데 『자평진전(子平眞詮)』에서는 이러한 격국을 용신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여 ‘(용신격국 또는 격국용신(格局用神)’이라고 부릅니다. 이 때 사용하는 ‘용신’은 그러니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울어진 사주의 기세를 중화시키는 용신의 개념과는 다른 것이죠. 즉 『자평진전』에서 말하는 용신은 팔자의 格局을 말하는 것으로, 이 때 격국을 파격으로 만드는 기신(忌神)을 제화(制化)하거나 합거(合去)하여 成格이 되게 하는 천간과 지지의 육친을 상신(相神)이라고 하는데, 이 육친이 우리가 사용하는 용신의 개념과 유사합니다. 그리고 희신(喜神)은 이 상신을 돕는 육친이죠. 텍스트마다 용어의 쓰임이 조금씩 다르니 구분하여 사용해야 합니다.

어쨌거나 격국은 팔자를 주도하는 가장 강한 기운이니 이로부터 명주의 타고난 능력이나 적성을 파악하여 진로나 전공 등을 통변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운이나 세운의 흐름에 따라 팔자의 주도 세력이 바뀌기도 합니다. 그러면 格도 변하겠죠.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커다란 상황 앞에서는 어떤 개인의 팔자도 이 조건과 상황에 따를 수밖에 없는 이치와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해오던 행동 양식이나 패턴이 통째로 바뀌진 않을 겁니다. 표현방식이 변할테죠. 사람을 비롯해서 이 세상에 있는 어떤 존재도 결코 한 가지로 고정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 사람은 달라진 ‘조건과 상황’에 따라 그 존재양식을 바꿀 수밖에 없을 테고, 그것을 ‘格이 변한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격의 청탁(淸濁)에 대하여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종종 格이 ‘아름답다, 깨끗하다’는 표현을 만납니다. 도대체 사주가 깨끗하고 탁하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요? 그릇의 청탁(淸濁)이란 어떤 걸까요? 격이 淸하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그릇이 청하다는 것은 그릇의 크기와는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즉 비록 작은 종지라 할지라도 그릇 자체의 용도나 패턴이 뚜렷하다면, ‘격에 맞는 모양이나 상황이 주어졌을 때 크게 쓰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뜻에서 淸한 것이고, 비록 큰 그릇이라도 소재에 따라 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탁한 그릇도 좋은 사기(재료)로 만들어졌다면 잘 쓰일 수 있고, 그 소재가 변형이 되는 것이라면  濁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그렇다고 탁하다는 표현이 반드시 ‘나쁘다’는 뜻은 아니라고 합니다. 淸한 것은 어떤 용도나 패턴이 고정되어 있는 것으로, 부귀빈천이 뚜렷한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즉 부귀빈천의 패턴이 淸한 팔자들은 박복한 운으로 갈 때 가더라도 다른 것을 용납하지 않아, 용도와 패턴을 벗어나게 될 때 오히려 운명적인 굴곡이 더 극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고 하네요. 따라서 사주가 淸하다는 것과 인격이 청하다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인격이라는 실체도 없지만, 인격이란 건 주어지는 외부환경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니까요. 이 밖에도 그릇의 청탁을 논하는 조건들이 꽤 많습니다만, 결국 격이 淸하다는 걸 한 마디로 말한다면 그 사람의 행동양식이나 성품 등에 ‘통일성이 있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어느 한 방향으로 뚜렷한 논리, 행위, 개념이 정립되어 있는 팔자를 하다고 하는 것이죠.

그런데 대부분의 팔자들은 격이 濁합니다. 관은 있는데 인수가 약하든지, 인수가 있는데 관이 약하든가 떨어져 있든지, 식상과 재성이 떨어져 있다든가, 재성이 노출되어 비견 겁재에 분탈당하고 있을 때 격이 濁하다고 합니다. 또 관인이 서로 통해 있거나 식상생재를 제대로 갖추고 있어도, 강한 글자에 의해 충파(沖破) 되거나 空亡을 만나거나 刑되어 있으면 힘이 삭감되어 격이 탁해지고, 관살혼잡, 충합 등이 어지럽게 섞여도 탁한테, 정치하는 이들에게는 되레 이 탁함이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어르고, 달래고, 꾀고, 때리는 능력, 그 술수가 정치인의 무기가 되기 때문이겠죠?  또한 사주가 지나치게 뜨겁거나 차가워도 격이 탁하다고 하는데요, 조후를 잃었다는 건 일종의 큰 음양적 기운을 잃은 것이므로 격을 탁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팔자들이 格濁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 격탁이 되레 도움이 되는 경우가 정치인 말고도 또 있는데요, 산중에서 도를 닦는 이들이나 우리처럼 공부를 하는 이들에게는 이렇게 조후를 잃은 사주가 필요하다네요. 그럴 때는 격탁이라고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공부하는 일이 세상에 나가 명리를 얻는 일과는 분명 다른 노선을 걷는 일일테니, 다 갖추어진 사주를 들고 앉아 공부하기란 도저히 불가능할 겁니다. 잠깐 동안은 앉아 있을 수 있겠지만,  머무르려 해도 세상이  부르는 소리가 가깝게 들릴 테고, 그래서 그 소리에 자꾸 뒤를 돌아다 볼테니... 생긴 대로 살 수밖에 없을테지요. 

 다시 말해 격탁이라 해서 삶의 양식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경제적인 부분이나 살아가는 양식이 격탁대로의 모양을 갖추면 되니까요. 만약 활동성이 약한 인자들로만 갖추어진 팔자를 가지고 있다면, 교육적인 일이거나 종교적 수행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겠지요.

그러고 보니 함께 공부하는 이들 중 많은 이들의 사주가 조후를 잃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공부에 최적화된 팔자들 가트니!!ㅎㅎㅎ

 

◈ 다음 시간에는 격국편의 ‘영향요계(影響遙繫)’와 ‘잡기(雜氣)’에 대해 공부합니다. 조금 낯설고 어려운 용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지난 시간에 공지해드렸던 사주 명식을 각자 깊이 공부해오시고요, 철초 선생의 해설을 한 번 더 꼼꼼하게 읽어보시며 많은 질문을 준비해 오시면 세미나가 더 풍성해질 것 같습니다.

◈ 다음 주에는 호정샘께서 간식과 후기를 맡아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한 주 평안하고 건강하게 지내시길 빕니다.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