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문 회의록

매니저 회의록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0-01-06 08:22
조회
54
2020년 1월 3일 금요일 매니저 회의록

참여 : 박규창, 구혜원, 정건화, 성민호, 김혜림

회의는 규문만의 고유한 색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관한 얘기로 시작됐습니다. 지난 12월 28일 토요일에 문탁에서 열린 청년 네트워크를 다녀왔는데 거기서 규문만의 색이 흐리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어설프더라도 다른 팀은 제각각 자기 자리에서 자립을 위해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저희는 우리만의 색이 있는 활동이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매니저들이 모여서 함께 공부한 것을 생산하고 공유하는 것을 저희의 주된 활동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일단 저희는 강학원처럼 낭송을 할 수도 없고, 길드다처럼 일과 공부를 접목시킬 수도 없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자체를 저희의 주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했습니다. 구체적인 형태에 대해서는 지난 양생파티 때 코기너스 팀이 얘기됐습니다. 혜림누나와 혜원누나는 지난번에 양생파티 때 코기너스팀이 한 것처럼 서로 문제를 의뢰하고 분석해주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고 했고, 저는 형식이 통일되지 않더라도 우리가 재밌게 발표하고 나누는 자리였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습니다. 형식은 딱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어떤 주제를 가지고 하든 우리가 재밌게 할 수 있는 방식이라면 괜찮다는 쪽으로 정리됐습니다.

발표는 4월, 8월, 12월에 하면 좋겠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별다른 생각은 없었습니다. 대략 이때쯤 하는 것이 소생 여행을 떠나기 전후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형식이나 주제에 관해서 어떤 구체적인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서 발표 날짜도 바뀔 예정입니다.

언제 어떤 발표를 하든 결국 우리의 문제의식, 주제를 정하는 쪽으로 다시 이야기가 돌아왔습니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글을 쓸지에 대해 얘기하다가 막막해서 다른 길로 빠지고, 다시 주제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성인지 감수성’, ‘남녀 평등’ 이런 특정한 주제들을 먼저 정하고, 각자의 공부 분야의 독특한 관점에서 얘기를 하면 어떻겠냐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형태는 일리치나 크로포트킨이 한 것처럼 A4 1~2쪽 분량의 팜플렛 글쓰기였습니다. 이러한 글을 분기마다 모아서 발표하자는 것이었는데, 여전히 어딘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노동, 몸, 관계 같은 주제를 잡아도 추상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굳이 이때 이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고 발표해야 할 문제의식이 분명하지 않아서였습니다. 시기에 맞게 발표하자는 얘기도 있었고, 유행어를 분석하자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시기에 맞게 발표하자는 것은, 가령 4월 같은 경우에는 자주 놀러 가는 때니까 ‘놀이’에 관해 이야기한다든가 8월은 ‘휴가’를 가지고 얘기하자는 것이습니다. 유행어를 분석하자는 것은 혜원누나가 제시한 건데요. 이번 새해 인사 중에 “들숨의 건강과 날숨의 재력을 얻으세요”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4월은 미세먼지가 많으니까 ‘미세먼지’를 주제로 한다든가 ‘펭수’, ‘송가인’ 같은 화제의 캐릭터를 분석하자는 것도 있었지만, 여전히 저희 문제와 거리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주제가 저희로부터 출발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건화형과 혜림누나가 최근 각자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혜림누나는 도시와 건축에 대한 공부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리처드 세넷의 <짓기와 거주하기>를 읽고 도시와 건축물에 대해 분석하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습니다. 건화형은 ‘노동’이라는 주제를 공부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최근 들어서 노동 형태는 이전과 더 많이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착취하는 누군가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좋아서 어떤 일을 하는데, 역설적으로 스스로를 착취하는 기이한 노동 구조가 형성됐죠. ‘좋아하는 걸 하면서 돈 버는 삶’이 어떻게 자기착취의 굴레에 고착되게 하는지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민호는 코기너스를 통해 공부하는 새로운 방식을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답 없을 것 같은 문제들을 푸코나 일리치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길이 보이는 것 같아서 재밌었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이나 유튜브 등을 우리가 배운 텍스트의 관점으로 재조명하는 시도들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혜원누나는 어떤 것을 파기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공부를 소화하는 걸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건화형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의식에서 어떤 방식으로 공부를 생산할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혜원누나는 ‘아직 구체적인 생각은 없지만 우리의 글쓰기가 너무 진지하고 딱딱하다. 나는 트위터를 비롯한 온라인에서 본 것들을 글에 활용하고 싶다.’고 얘기했습니다. 건화형이 혜원누나의 얘기에 전적으로 동의한 것은 아니지만, 이어서 글을 쓰는 우리의 위치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대략 ‘그동안 우리는 철학자들의 말을 빌려와서 그 뒤에 안전하게 숨어있는 것 같다. 하지만 어설프더라도 우리 나름대로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하면서 한 명의 필자로서 공부하고 얘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같은 말을 했습니다. 저도 건화형과 비슷하게 공부를 하고, 글을 쓰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칭찬을 받는 관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지금 하는 공부에 더 충실하고 싶다고 얘기했습니다. 일단 지금 제 단계에서는 설명하는 톤이더라도 지금과 같이 글을 쓰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나중에는 설명하는 톤 말고도 다르게 글을 쓰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랑시에르처럼 스피노자를 꺼내지 않고도 그의 사유가 드러나는 글을 쓰듯이, 공자나 맹자, 장자 같은 사유가 그들의 말을 빌리지 않고도 드러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주제들이 마구 퍼져나가다 보니 굳이 발표를 하나의 주제로 통일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다만 공통된 이야기의 테마나 문제의식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책 한 권을 매 달 같이 읽기로 했습니다. 여러 권의 책이 나왔는데, 최근 가장 핫하고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관점의 철학이란 점에서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를 1월 한 달 동안 읽기로 했습니다. 다음에 모이는 1월 10일까지 ‘두 번째 편지’ 챕터까지 읽고 각자 메모한 것을 나누면서 공부하는 과정을 밟기로 했습니다.

*첨부파일은 회의의 대강의 말들을 기록한 녹취록입니다.
전체 1

  • 2020-01-07 15:39
    공통관념을 형성할 수 있는 책 한 권을 읽자는 얘긴 이미 제안했던 걸로 아는데. 111(한 사람이 한 달에 한 권씩) 프로젝트 생각 안나나... 같이 읽되, 한 사람이 그걸 가지고 매달 1회 미니강의를 하는 식으로 6개월치를 미리 정할 것.(한 사람이 한 권씩) 그리고 코기너스 형태가 됐든 개별 강의가 됐든 뭐가 됐든 발표 형식으로 마무리.
    근데 얘기가 너무 중구난방이다. 이러저러하게 하자는 결론을 내야지. 그러니까 뭘 어떻게 하자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