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티(불교&티베트)

<불교 of 티베트> 3회 세미나 후기

작성자
키키
작성일
2020-05-19 12:11
조회
151
‘힐링 앤 홀리’ 세미나라고 소문이 난걸까요? 3주차에도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도 한 분 더 오신다고 하니 기대해주세요! 불티 세미나 불티나네요^^ 명상-낭송-책토론의 완벽한 코스로 마음이 평온해지고 수업을 마칠 때면 자비심 지수가 만땅으로 높아지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으니 힐링 앤 홀리는 소문만이 아닙니다.

<1교시_고요하지만 안고요한 명상>
명상 시간에는 윤지 반장님의 싱잉볼 소리와 친절한 가이드에 따라 ‘마음 길들이기’를  해보았습니다. 먼저 지난 시간에 배운 7지(다리, 손, 팔, 척추, 목, 입, 눈) 좌법으로 화살처럼 척추를 곧게 세우고 긴장을 풀어 몸의 기반을 잡았습니다.  그리고는 떠다니는 마음을 지금 몸이 있는 이 자리로 불러오는 연습을 호흡으로 해보았습니다. 몸과 마음을 함께 두고 마음을 알아차리는 거죠. 폭포수같이 많은 생각이 쏟아진다는 경험, 5분이 이렇게 긴지 몰랐다는 등 여러 체험을 하셨다지요. 명상은 티베트어로 ‘곰’이라고 하는데, 친해지다는 뜻을 가지고 있대요. 윤지 반장님의 명상스승이신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님은 명상은 양보다 질이라고 하셨다네요. 정좌해서 오래 견디는 것보다 잠깐 깊게 명상하는 것도 훌륭하다고 합니다.  첫날 찍은 명상자리 사진인데요, 편안하고 단정해 보이죠!



 

<2교시_낭랑하지만 뭥미 낭송>
초기불교 경전인 <쌍윳다니까야> 3. 칼의 품과 4. 싸뚤라빠 무리의 품을 한 명씩 돌아가면서 낭송했습니다. 경전을 소리 내어 읽을 때 그 파동이 몸에 전해지는 것 같아 몸으로 하는 공부 같았습니다. 불알못(?)에 초기 경전을 처음 접하는 저로서는 지혜의 향연 같지만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워서 미리 여러번 읽고 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3교시_끼어들 틈 없는 열띤 토론>
<달라이 라마 자서전> 뒷부분인 8장부터 마지막까지 토론했습니다. 읽는 내내 달라이 라마 존자님의 영적 지도자의 면모와 자비심에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왔고, 솔직담백하고 위트 넘치는 모습에 빙그레 웃음이 그려졌습니다. 병찬쌤이 말씀하셨듯 달 존자님은 진짜 행복하신 분 같아요. 우주만물의 고통을 섬세하기 느끼지만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모습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다들 그 감동을 나누고 우리 같은 중생이 헤아릴 수 없는 자비심에 딴지(?)를 거느라 쉴새 없는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감동을 자아냈던 부분을 지극히 주관적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시련과 고통을 대하는 자세
나는 우리가 겪고 있는 시련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했다.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고통은 자유에 이르는 첫걸음이라는 붓다의 말을 들려주었다. 옛 티베트 격언에도 그와 비슷한 말이 있다. ‘고통으로 기쁨의 크기를 잰다’는 (텐진 가쵸, 「달라이라마 자서전」, 241쪽)

망명 후 처참한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티베트인들의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부모를 잃었지만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즐거움을 잃지 않는 난민 고아원의 아이들, 망명 초기 마구간에서 살 정도로 비참한 환경에서도 아무런 불평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고통을 감내하는 정부관리들까지 참담했던 환경 속에서도 어떻게 이렇게 낙관적일수 있을까요? 환생을 믿는 불교 국가인 티베트의 믿음체계가 더욱 궁금해지는 지점입니다.

매순간, 모든 사람들에게 배우는 자세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어떻게든 그들을 돕고자 했으며, 또 가능한 한 그들한테서 무엇이라도 배우려고 하였다 (텐진 가쵸, 「달라이라마 자서전」, 282쪽)

달 존자님은 현대사를 관통하며 크리슈나무르티, 마오쩌둥, 네루 등 유명한 인물들을 두루 만났는데요,  선악호오  선입견 없이 만나고 배웁니다.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열린 마음으로 배우고 관계맺습니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게 말은 참 쉬운데 너무 어렵잖아요! 그 실천버전을 보여주신 듯합니다. 무자비한 폭력으로 처참하게 티베트인들을 죽인 중국도 형제자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저는 몸에 전기가 통하는 거 같았어요! 달 존자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적대심을 키우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것은 그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 존재의 행위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모습에서 제가 관계 맺는 모습에 죽비를 내려쳐주시는 듯 했어요!

망명, 전쟁 속에서도 매일매일의 수행
아무리 존자님이 달라이 라마의 화신이라 해도 이런 것이 가능했던 것은 매일매일의 수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종교적인 수행과 일상적 생활 사이에 어떤 구별이 없어야 한다는 믿음 아래 항상 다섯 시간 반 이상은 기도와 명상과 공부를 하셨답니다. 망명정부와 공동체를 만드는 역경 속에서 정치적 수장으로서의 복잡다단한 외교적 역할을 하면서도 늘 일상적으로 수행하셨다는 건 참 놀라웠습니다. 저는 조금만 힘든 일이 생기면 힘든 일에 막 흔들려 공부는 하는 둥 마는 둥 하는데 말이죠.
만트라 암송과 예불, 명상, 불교철학 공부 등 끊임없는 수행 속에서 모든 존재가 무상하다는 진리와 고통받고 있는 존재의 실상을 깨달으셨다고 합니다. 때문에 보편책임과 근본믿음으로 보살의 이상을 추구하는 삶을 살며 자비와 이타행을 실천하셨습니다. 표면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고 고통을 원치 않으며, 의심하기보다 다른 사람을 믿고 싶어하는 인간 욕망의 본질을 꿰뚫어 보시며 인간애를 보여주십니다. 중국의 무차별 폭압에도 관념이 아닌 아힘사(Ahimsa) 비폭력을 실천해 가시는 힘이기도 할 것입니다.

신비는 언표를 넘어서는 언어의 풍요
가장 뜨거웠던 토론은 신통력과 신비였습니다. 티베트의 신비는 툼모요가, 신탁, 화신, 티베트의학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요, 특히 쿤둔 영화에서도 생생하게 확인한 신탁은 티베트의 불교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단지 무속신앙 같은 신통력이라고 봐야하는지 아닌지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그러나 책에서는 어떤 것을 잘 이해할 수 없을 때 그것을 신비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법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어떤 것을 발견해내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는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현정쌤은 최근 읽은 책의 구절을 들려주시며 “신비는 언어의 빈곤이 아니라 언표 불가능한 것까지 넘어서는 언어의 풍요”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너무 지적인 현정쌤은 이부분을 아나운서처럼 똑똑한 딕션으로 말씀해주셨는데, 제 뇌는 여기까지만 담았습니다. 정확한 구절과 책도 소개해주세요^^)

달 존자님이 동서양 여러 곳에서 초청을 받아 연설하실 때 주로 3가지를 강조하셨다고 합니다. 먼저 우리 인간 모두가 서로에 대해서, 그리고 모든 중생에 대해서, 더 나아가 자연에 대해서 가져야하는 ‘보편 책임’입니다. 또 모든 인류의 행복을 추구하도록 서로 다른 종교인들이 화합하고 상호이해를 증진해야 한다는 것과 점령당한 티베트와 고통받는 민중들, 티베트의 민족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부분을 유념해서 다음 주 연설문을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 공지사항 **

5월 24일 (일) 제4회 불티세미나 공지입니다.

- 1교시 명상: 이번 주 하루 5분씩 명상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 5분 명상을 하루 중 여러 번 하셔도 좋습니다. 앉아서 자세를 바로하고 자신의 몸을 알아차려보는 몸 명상을 복습 해봅니다.

- 2교시 낭송: <쌍윳따니까야>는 ‘불타는 집의 품’ 171쪽부터 ‘끊음의 품’ 205쪽까지 일독해 보세요. 주석을 함께 읽어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 3교시 토론: <티베트의 자유를 위하여> 처음~끝까지 읽고 세미나에서 나누고 싶은 내용을 생각해 오세요. 각 장에 대한 발제를 맡으신 분들은 2~3분가량 짧게 내용을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해 오시면 됩니다. 발제 순서는 책의 차례대로 1. 성민호샘 2. 박차원샘 3. 강지영샘 4. 정태미샘 5. 김수늬샘 6. 이현숙샘 7. 권영숙샘 8. 이현정샘 입니다.

다음 주 간식은 권영숙샘과 김병찬샘께서 준비해주시기로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전체 5

  • 2020-05-19 18:38
    우와 꼼꼼하고 친절하고 위트 있는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두 불교는 전혀 모르지만 이번 책을 읽으면서 달라이라마님께 반해버렸는데요, 특히 샘이 골라주셨듯이 망명과 전쟁 중에도 매일매일 수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주도 기대가 되네요!!

    • 2020-05-19 19:57
      달 존자님께 저도 찌릿찌릿 반했어요! 우리 망명과 전쟁이 일어나면 그때는 매일매일 수행하도록 해요! 하하!

  • 2020-05-19 19:31
    푸하하하 느-무 지적인 No~ 제가 떠올렸던 구절은 <중국 고대사상의 세계>에서 슈워츠가 '노자와 언표 불가능한 도' 파트에서 서술했던 부분입니다. 신비주의의 특성에 관한 설명으로는 충분치 못할 것 같다는 말도 덧붙이지만, 그의 정의가 저한테는 명료하게 다가왔기에 언급했었지요.^^
    "'신비'는 지식의 결여가 아니라 오히려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든 언표 불가능한 원천에 대한 일종의 고차원적인 직접적 지식을 가리킨다. 따라서 이것은 결여보다는 풍요를 의미하는데, 이 풍요는 언어적 이해의 차원을 초월한다."

    • 2020-05-19 19:54
      역시 지적이야! 현정쌤 고맙습니다! 언어의 풍요가 아니라 지식의 풍요었군요! 켁!

  • 2020-05-20 23:21
    이러케나 솜씨있는 후기를 올려주시다니요, 역쉬 이림샘~! 감사요~ ^^
    저희 모두 감동먹어버린 '달 존자님'을 다음 주에 한 번 더 뵙고 끼여들 틈 줘가며 열띤 토론을 해보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