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티(불교&티베트)

<불교 of 티벳> 시즌2 세 번째 시간 후기

작성자
이현숙
작성일
2020-08-05 12:45
조회
73
200802/ 불교 of 티벳 시즌2 세 번째 시간

 

 

장마철입니다. 2일에도 아침부터 굵직한 비가 오셨습니다. 때마침 휴가철이어서인지 참석하지 못하신 분이 많았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세미나에 참석한 분들은 오붓하게 둘러앉아 여느 때와 같이 명상으로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명상은 마음을 길들이는 것으로 ‘훈습’이라고 합니다. 먼저 발원문을 낭독했습니다. 윤지 샘은 “명상의 1단계인 사마타 명상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2단계 자비 명상을 하면 ‘마음열기’를 통해 발원문의 마음이 우러난다”고 했습니다. 명상을 하든 공부를 하든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에 발원문을 읽고 마칠 때 회향문을 읽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저는 지난 시즌부터 이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명상을 처음 접했습니다. 여전히 잡념과 집중하기를 오가며 헤매느라 시간을 보내기 일쑤지만 매일 아침저녁으로 10~20분간 명상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명상은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느 때나 할 수 있는데, 저는 특히 걸을 때 발걸음을 옮기며 걷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한가운데에 연꽃 장식물을 놓고 형태 명상을 진행했습니다. 명상 1단계에서는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기술이 필요하지만 매 순간 감각적으로 오감(번뇌, 망상)이 밀고 들어옵니다. 윤지 샘은 이런 마음 상태를 ‘새’와 ‘원숭이’에 비유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새나 원숭이는 잠시도 가만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명상에 들어 처음에 마음을 지켜보면 그 마음이 드러나는데, 온갖 번뇌로 부산스럽습니다. 저도 명상을 하면서 마음이라는 게 도무지 잠시도 가만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런 마음을 고요한 상태로 머무를 수 있도록 수련하기가 쉽지 않지만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길이 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형태 명상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육식 중에서 눈으로 보는 것을 방편으로 삼고,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대상은 두 가지뿐입니다. 그것은 형태이고, 색깔이며, 그 외 나머지는 마음의 투사에 지나지 않는다고요. 과거의 경험들이 기억으로 올라오면서 이것이 좋다, 싫다 하는 감정으로도 올라온다고 했습니다. 형태 명상은 시각적으로 특정 사물을 그저 바라보는 것입니다. 시각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내가 지금 ‘본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 사물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대상으로서만 바라보는 것입니다. 오로지 사물의 형태나 색깔에만 집중해서 바라봅니다. 특정 사물을 바라본다는 것을 알아차림으로써 마음을 고요하게 합니다. 윤지 샘은 도중에 눈이 뻑뻑하다면 잠시 딴 곳을 바라봐도 좋고, 또 어떤 사물을 오래 보다보면 그 사물이 두 개로 보이거나 마치 꽃이 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경험은 그전에는 몰랐던 몸의 다른 감각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고 합니다. 오늘은 열린 알아차림 명상을 두 차례 진행했습니다. 명상이 끝나고는 각자 명상한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윤지 샘은 린포체 님의 『세상을 보는 지혜』에서 명상에 대해 언급한 부분(298쪽, 14 삶 속에서 깨어있기)을 다시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이번 주에는 형태 명상을 5~20분간 짧게 여러 번 연습하면서 마음을 길들여보기를 권했습니다.

 

명상이 끝나고 두 번째 시간에는 『쌍윳따니까야』 강독이 있었습니다. 이번 주에는 세 번째 품 ‘꼬쌀라의 품’(310쪽)을 돌아가면서 읽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세상에는 “어둠에서 어둠으로 가는 사람, 어둠에서 빛으로 가는 사람, 빛에서 어둠으로 가는 사람, 빛에서 빛으로 가는 사람” 등 네 종류가 있으며, “뭇삶은 죽어야 하는 것이고, 죽음을 끝으로 하는 것이며, 죽음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탐욕(貪)이, 미움(瞋)이, 어리석음(癡)이 생겨나서 불이익과 괴로움과 불안한 삶이 나타”납니다. 다섯 가지 고리(감각적 쾌락의 욕망, 악의, 해태와 혼침, 흥분과 회한, 회의적 의심)를 버리고, 다섯 가지 고리(더 이상 배울 필요가 없는 여러 계행, 삼매, 지혜, ‘해탈되었다’는 여러 앎과 봄)를 갖추어야 합니다. “늙음과 죽음이 당신을 덮치고 있”으므로 “오로지 여법하게 살고 올바로 살고 착한 일을 하고 공덕을 쌓는 것” 이외에는 “아무 방도나 대책이 없습니다.”

 

세 번째 시간에는 『티벳 해탈의 서』의 둘째 권(‘자기 해방이라 부르는 마음 알기와 실재 보기의 요가’)과 셋째 권(‘스승 파담파 상게의 유언적 가르침’)을 토론했습니다. 수행자의 최상의 가르침을 얘기하는데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윤지 샘은 하지만 이런 책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이런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순간에 망상, 번뇌에서 벗어난다는 것이고, 자체로 선업을 쌓는 일이라고요. 민호 샘은 둘째 권 서론의 “마치 꿀벌이 꿀을 모으듯 종교와 철학의 희귀한 꽃들로 가득 찬 동방의 드넓은 뜰에서 감로를 마음껏 채집할 수 있었다”(313쪽)와 제3부 결론의 “꿀을 맛본 자는 그것을 맛보지 못한 자들에게 그 맛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넘치도다”를 언급하며 이 내용이 니체의 체험과 유사하다고 했습니다. 이에 윤지 샘이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불교에서는 처음부터 이런 훈련을 하며, 이것이 보리심이자 자비심이라고 말입니다. 또 린포체 님은 ‘꿀벌’을 공부하는 자, ‘꽃’은 스승과 같다고 비유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잘 모르더라도 회향하고, 내가 겪은 모든 것을 순환하게 훈련하고 모든 중생과 함께 나누라고 했습니다.

 

모든 경전은 ‘귀의’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불교에서 진리는 공, 무아, 무상뿐, 이것 이외에 진리는 없으며 나머지는 방편이라고요. 파드마 삼바바는 이미 깨달은 자로 태어나 배울 필요가 없음에도 공부를 했습니다. 대중은 어떤 삶을 사는지 이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것이 보리심입니다. 불교 용어 가운데 ‘일수사견(一水四見)’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같은 물이라도 하늘사람은 보배로운 땅으로 보고, 인간은 마시는 물로 보고, 물고기는 보금자리로 보고, 아귀는 피고름으로 본답니다. 이기심이 본성인 중생이 흔히 그렇듯 마음 상태에 따라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것이지요.

 

도대체 마음이란 무엇일까요. 사람의 마음은 우리가 흔히 마음이 좋다 안 좋다 할 때의 감정을 뜻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이성을 뜻하기도 합니다. 불교의 유식론(唯識論)에서는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생긴 것인가를 8가지 단계로 설명합니다. 이 가운데 제8식은 겉으로 나타나지 않고 맨 밑에 숨어 있는 잠재의식으로 무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육식(六識)이 성립되는 근거로 자아의식(ego)으로서의 제7말라식이 있습니다. 말라식은 모든 미망과 무명, 무지의 근본이 되는 식으로 나쁜 것과 옳은 것, 싫은 것과 좋은 것을 분별해내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들 7식 모두가 성립되는 근거로서 제8아뢰야식이 있습니다. 잘 때는 더 이상 눈 귀 코 혀 몸 생각하는 마음이 활동하지 않지만 제7말라식과 제8아뢰야식은 쉬지 않고 활동하는데, 이것이 꿈의 본질이라고 합니다. 결국 꿈이란 우리가 이미 경험한 것이나 우리 의식에 저장된 것이 발현된 것이지요.

 

저는 둘째 권 예비지식의 ‘욕망의 결과들’에서 “자기만의 신앙과 습관에 따르면서 욕망의 노예가 되어 있는 사람들 역시 투명한 빛을 감지할 수 없나니”(325쪽) 부분과 관련한 각주 내용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카르마는 어떤 방식으로도 회피할 수 없으며, 아무리 두려울지언정 이번 생이 아니면 다음 생에라도 결국은 맞닥뜨려 경험해야 한다. 자기 행위의 결과나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내용은 근기가 부족하고, 번거롭거나 귀찮은 일은 이런저런 이유로 끝까지 미루는 습관이 있는 저에게 경종을 울렸습니다. 어떤 샘이 수행을 위해 강을 건넜으면 뗏목은 버려야 하고, 나를 괴롭히는 것이 나를 깨닫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는 잠시나마 마음의 고삐를 죄었습니다.

 

세미나 일정이 끝난 뒤 달라이라마 동영상 ‘지혜를 말하다’를 30분간 시청했습니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불교는 기본적인 교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개인적인 환경에 전생의 업력, 그리고 스승의 가르침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기초 위에 수행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수행을 통해 마음의 본성을 깨닫는 것이 의미 있으며, 우러난 한 생각에 이어 다른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오로지 현재에 머무르십시오. 현재의 본래적인 자각이 진정한 경험입니다. 마음이 과거나 미래로 나가는 것을 삼가고 오직 현재에 머물러야 합니다. 오로지 현재를 알아차리고 머무는 것. 마음의 본래적 자질은 맑은 빛입니다. 본질적 자각수행이라는 것은 한 생각이 일어났다 사라지고 다른 생각이 일어나는 그 사이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진지한 수행은 외부적 물질에 의존해선 안 됩니다. 마음이 본래 가지고 있는 자질을 개발해야 합니다.

 

다음 주(9일)에는 오전 10시 명상 시간을 가진 후 10시 30분에 채운 샘의 ‘밀교와 현교’에 대한 특강이 있습니다. 모든 텍스트를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하시면 된다는 반장님의 전언입니다. 모쪼록 장마철 건강에 유의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전체 2

  • 2020-08-05 16:55
    우와 지난 수업에서 오간 말과 텍스트의 내용이 촘촘하게 녹아있는 후기네요! 현숙샘께서 명상시간과 토론시간에 고민에 찬 표정으로 꼼꼼히 메모하시는 모습을 보면 뭔가를 쭉쭉 흡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마도 꿀맛을 보고 계신 거겠죠? 명상과 함께 주변이 바뀌고 있다는 현숙샘, 후기 재밌게 읽었습니다~~~

  • 2020-08-06 17:55
    언제나 진지하게 참여하시는 현숙샘의 열정이 느껴지는 후기 감사합니다! 4시간의 세미나 내용을 모두 찬찬히 짚어주셨네요. <티벳 해탈의 서>는 비록 쉽지 않은 텍스트였지만 이 귀한 텍스트를 만난 인연에 감사할 따름이예요. 저희의 세포 어딘가에 파드마삼바바와 파담파 상게의 지혜로운 언어가 새겨지지 않았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