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읽기

3.24 스피노자 후기

작성자
지니
작성일
2016-03-29 11:53
조회
590
 

 

  지난 시간, 저는 ‘스피노자의 신 증명이 무신론자에게도 수긍되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갖고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꼭 ‘신’을 믿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살면서 ‘나의/세계의 존재 이유’를 질문하게 되는 순간을 적어도 한번은 맞이하게 됩니다. 스피노자는 지금 나와 세계가 이런 방식으로 존재하는 원인을 논리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고, 그 원인을 ‘신’이라, ‘실체’라 지칭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신에 대해 제가 갖고 있는 표상이 위와 같은 질문을 만들어냈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리 12. 어떤 실체의 속성에 근거하여 그 실체가 분할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내려지는 한, 그 실체의 어떤 속성도 참되게 파악될 수 없다.

정리 13. 절대적으로 무한한 실체는 분할될 수 없다.

정리 14. 신 이외에는, 어떠한 실체도 존재할 수 없으며, 또한 파악될 수 없다.

 

  스피노자는 정리 12-14에서 이 신이 ‘분리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옥쌤은 “찢을 수 없다”고 여러 번 강조하셨는데요. 그것은 신이 ‘실체’이기 때문입니다. 실체는 존재함에 있어 자신이 원인이자 곧 결과인 존재입니다(자기원인적). 실체는 ‘그것의 개념을 형성하기 위해 다른 것의 개념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정의3)’이지요. 다른 것의 개념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에는 실체에게는 외부가 필요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국 실체 외에 아무것도 없다는 ‘유일성’의 의미도, 그것을 한정하는 무엇이 외부에 없으므로 ‘무한’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실체의 본질을 구성하고 있는 것을 속성이라고 했죠. 우리는 신의 모든 속성을 알 수는 없습니다. 단지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정신과 신체 즉 사유와 연장이라는 속성이 신으로부터 주어진 것이구나를 짐작할 뿐입니다. 사유와 연장이라는 두 속성만을 가지고 볼 때, 신을 반으로 잘라서 사유속성 반, 연장 속성 반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정리들에서 증명하듯이 실체의 자기원인적, 무한성, 유일성을 배반하게 됩니다. 즉 실체는 분리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스피노자는 또 무엇을 말하기 위해서 실체의 분리불가능성을 얘기할까요? 일단은 정리 15를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정리 15. 존재하는 것은 모두 신 안에 있으며, 신 없이는 아무것도 존재할 수도 또 파악될 수도 없다.) 존재하는 것이 모두 신 안에 있다. 그런데 그 존재하는 것들은 분리할 수 없다. 신의 본질을 표현하는 속성들이 신과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듯이, 속성들의 변형들 즉 양태들 역시 신과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앞으로 더욱 반복적으로 증명될 것들입니다.)

  정리15의 주석을 보면 ‘존재’에 대한 우리의 시각에 대해 스피노자가 또 끓고 있습니다.(^^) 우리는 존재를 보통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합니다. 그러나 조금 차분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피노자에게는 ‘어떤 일정한 형태로 한정된, 길이와 폭과 깊이를 가진 어떤 양’으로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측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눈에는 거의 모든 물체들이 한정된 테두리를 가지고 있고 그래서 각각이 따로 분리된 개체들로 생각되지만, 무한한 실체인 신으로부터 따라 나온 양태로서의 사물들이 분리 가능한 유한한 것들이라는 것은 부조리합니다. 실체에는 ‘공허한 공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먼지 하나만 사라져도 이 우주는 이렇게 존재하지 못합니다(현옥쌤 강조).”

 

정리 16. 신의 본성의 필연성에서 무한히 많은 것이 무한히 많은 방식으로(, 무한한 지성의 영역에 들어올 수 있는<무한한 지성에 의해 파악될 수 있는> 모든 것이) 생겨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리 17. 신은 자신의 법칙에 의해서만 활동하고, 다른 어떤 것에 의해서도 강제되지 않는다.

정리 18. 신은 모든 것의 내재적 원인이지 초월적 원인은 아니다.

정리 19. [은 영원하다]. 즉 신의 모든 속성들은 영원하다.

정리 20. 신의 존재와 본질은 동일하다.

 

  정리 16-20에서는 이제 실체인 신이 자신이 인식하는 모든 것을 산출합니다(신의 활동). 자신이 인식하는 ‘무한히 많은 것을 무한히 많은 방식으로’으로요. 신은 자신이 산출하고 산출한 것으로서 또 존재합니다. 신은 왜 활동할까요? 그 이유는 어디 외부에 있지 않습니다. 신은 자기원인적으로 활동합니다. 신은 자신의 본성의 필연성에 의해 활동합니다. 필연성은 정의7에 의하면 다른 것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 그래서 ‘강제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신의 측면에서 생각하면 신은 다른 것에 의해 결정되지 않기에, 강제되지 않기에 강제성이라는 것이 만약 있다면 스스로 발휘하는 것일 겁니다. 그래서 신은 유일하게 ‘자유’롭습니다. 그러나 달리 말하면 ‘활동하지(산출하지) 않을 수 없음’ 자체가 신의 본성이자 그 존재 자체입니다. 신의 자유는 자신의 필연적인 본성에 따라 활동하는 것이지 무엇을 하고 싶어서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하는 ‘인간적’ ‘의지의 자유’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의 자유에는 ‘임의성’이나 ‘자의성’같은 것이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신의 필연성에 의해 따라 나온 것입니다. 인간의 관점에서 아무리 나약하고 결핍된 것으로 보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신의 필연성에서 나온 완전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신은 영원합니다. 신의 본성에는 존재한다는 것이 속하지요.(정의1, 정리7) 인류가 멸망하고 지구가 사라진다고 해도 신은 존재합니다. 신은 멸망과 사라짐 자체로 즉 신의 변형으로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영원성은 존재의 불변성을 말합니다. 그것은 양태들의 변형과는 전혀 무관한 존재 자체의 불변입니다.

 

정리 21. 신의 어떤 속성의 절대적 본성에서 생겨난 모든 것은 항상 그리고 무한히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된다. , 동일한 속성에 의해 그것들은 영원하며 무한하다.

정리 22. 신의 어떤 속성이 그 속성에 의하여 필연적으로 그리고 무한히 존재하는 어떤 변형으로 변환된 한에 있어서, 그 속성으로부터 생겨난 모든 것은 필연적으로 그리고 무한히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리 23. 필연적으로 그리고 무한히 존재하는 모든 양태는 필연적으로, 신의 어떤 속성의 절대적 본성에서 생겨나거나, 또는 필연적으로 그리고 무한히 존재하는 어떤 변형으로 변환된 어떤 속성에서 생겨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리21에서 23까지는 산출된 것들 즉 양태라고 하는 것들 입장에서 신의 본성을 거꾸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신 안에 있으므로 신에게서 생겨난 모든 것은 영원히 그리고 무한히 존재할 것이지요.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건 그것은 신의 속성으로부터 ‘어떤 변형으로 변형된’ 것들입니다. 그리고 더 밀고 나가보면 그들이 곧 신의 존재방식, 신 자체일 것입니다.

 
전체 1

  • 2016-03-29 13:34
    아이구, 엄청 자세한 후기~ 고맙습니다! 쌤 열공 하신게 티가 팍팍 나네여~
    다들 정리하시는데 도움이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