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Q

절차탁마Q 3학기 공지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7-07-16 20:45
조회
152
안녕하세요. 2학기 스피노자가 끝났습니다. 이번 에세이 발표는 장장 15시간이 걸려 자정이 넘어서 끝났습니다. 모두 어떠셨나요? 소영쌤이 말씀하신대로 저번 학기 에세이 발표 때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서로의 글에 대해 말하는 것도 지적에 그치지 않고 고민을 같이 해결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에세이를 개떡같이 써온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유익하고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것부터 글에 대해서 얘기하는 방식 등등 앞으로 공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약소한(?) 뒤풀이도 에세이 발표의 연장 같았습니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에세이 발표가 글에 대해 평가만을 하는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열심히 준비할수록 에세이 발표도 즐겁게 할 수 있고, 뒤풀이도 더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시간관계상 미리 가셔야 했던 선생님들도 같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개강일에 다시 자리를 가지면 되니 아쉬움은 접어두는 것으로......!

글 쓰는 과정이 곧 자기가 변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번에 가장 크게 느꼈습니다. 공부를 할 때 혹은 에세이를 쓸 때의 마음가짐을 생각해보면 “이번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지!”라는 태도로 임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바뀌지 않았던 습관이 글 하나 쓴다고 해서 확 바뀌지는 않더군요. 채운쌤은 지금 눈앞에 놓여 있는 작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고원한 경지에 이르기란 불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자신을 마주해야 하고, 마주하는 순간만이 다르게 살 수 있도록 해줍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우선 문장을 간단명료하게 만들고 비문이 없도록 글을 쓰는 게 중요하겠죠. 그런데도 자꾸 욕심이 과해서 생각이 엉키고 그것이 그대로 문장으로 드러납니다. 운동에서 라켓 휘두르는 것부터 배우듯이 글을 쓰기 위한 기본기부터 힘써야겠습니다.

꼭 구별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마도 기본기가 어느 정도 갖춰진 다음에 해야 할 것은 철학자의 개념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다르게 보는 것입니다. 채운쌤이 이번에 지적하신 공통된 문제들 중 하나로는 스피노자의 개념을 가져와서 설명을 했지만 사유하는 방식이 똑같다는 것이 있었습니다. 스피노자의 수동성, 능동성, 덕, 양태들의 실존에 대한 개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매우 다른데, 그런 스피노자의 개념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자신이 보는 방식에 스피노자의 개념을 가져와서 끼워맞추고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채운쌤이 각자한테 하신 상세한 코멘트는 소영쌤이 써주셨으니 그걸 참고하시면 될 것 같고, 저는 몇 가지 이야기만 정리해보겠습니다.

금요일 연구실에 오는 작고 귀여운 악마, 은서와 현서가 있습니다. 채운쌤은 이 둘이 땡깡을 부릴 때마다 “저게 바로 코나투스야.”라고 하셨습니다. 흠....... 코나투스가 여전히 잘 이해된 것 같지 않습니다. 채운쌤은 코나투스를 존재가 계속 지속하게 만드는 본성, 힘 같은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스피노자에게 존재는 어떤 고정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변용을 겪고 계속해서 존재를 확장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코나투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심지어 아메바라 할지라도 존재를 계속해서 확장해나갑니다. 그런데 각각 존재하는 방식, 변용을 겪는 방식이 다른 까닭은 기본적으로 타고난 생명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스피노자는 본성과 코나투스, 역량, 덕을 같은 층위에서 얘기하는 것 같은데, 노자에서 얘기하는 각 개체에게 부여된 덕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 다음 헷갈리는 것은 에티카 안에서 욕망과 정서를 동일한 문장에서 얘기하고, 욕망과 코나투스를 동일한 문장에서 얘기하기도 해서 코나투스가 욕망과 정서와 동일한 층위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코나투스는 존재의 본성이라는 측면에서 얘기되는 것이고, 욕망은 복합적으로 구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같은 층위에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수쌤이 에세이 주제로 쓰신 공통관념은 사실 에티카 안에서 그렇게 명확하게 규정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다양한 관계를 맺는 만큼이 존재의 역량으로 공통관념은 차이가 있는 대상들과 공통적인 것을 구성해나가는 과정, 능동적으로 역량을 키워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들뢰즈는 공통관념을 ‘상호되기’로 표현하는데, 왜냐하면 변용을 겪는 과정은 동시에 대상에게도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채운쌤이 ‘서로가 서로가 아니게 되는 것’이라고 하셨던 게 생각납니다.

이림쌤이 쓰신 정념적 사랑의 신을 향한 사랑화(?)는 스피노자의 개념은 아니지만 에로스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고대 서양에서 곤궁하다는 것은 계책이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곤궁의 신은 어느 파티에서 잠자고 있던 계책의 신을 발견하고는 몰래(?) 겁탈을 해서 자식을 낳았는데 그것이 에로스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에로스는 자신에게 없는 것에 대한 갈증, 결여감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그것을 해결할 계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피노자가 사랑을 정념적인 차원과 능동적 정서 둘 다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이 조금 더 이해된 것 같습니다.

스피노자의 능동성을 우리 삶에 끌어왔을 때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까요? 그 시대의 나이와 지금 시대의 나이를 체감하는 것이 아예 다르겠지만, 스피노자는 젊은 나이에 자신이 속했던 유대인 사회로부터 추방당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방된 것에 휩쓸리지 않고 오히려 인간에 대해 통찰했습니다. 스피노자에게 금욕이란 말만큼 어울리지 않는 말은 없지만, 그 삶의 모습은 금욕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거의 흡사하다고 합니다. 아마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이라면 어떤 일이든 항상 지성의 역량으로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채운쌤이 이게 바로 항상성이라고 하신 것이 기억납니다.

현자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때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두렵기 때문은 아닙니다. 현자가 죽음을 생각하지 않은 까닭은 죽고 난 뒤의 영역은 자신이 경험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사라지고 난 뒤에는 모두 상상에 의존해야 합니다. 하지만 적합한 관념을 구성해가는 현자에게 상상의 영역에 있는 죽음은 사유의 대상이 아닙니다. 혹은 죽음과 삶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다면, 현자는 삶으로부터 죽음을 사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그 날 에세이 발표 사진 몇 장만 올리고 끝내겠습니다.

15시간 에세이 발표는 처음이었는데 그동안 이것을 겪으셨던 것인가요....!


첫 에세이 발표하시는 선생님들. 그리고 왼쪽의 채운쌤.
(채운쌤이 찍힌 사진을 보면 이상하게 현장의 카리스마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대신 귀여운 표정만 나오네요. 신기하군요.


에세이 발표부터 뒤풀이까지 끝없는 체력을 자랑하신 '와중'쌤^^ 그리고 정수쌤.
두 분을 포함한 이번 조원분들 덕분에 스피노자를 약~간이나마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_ _)


진지한 표정의 이정념쌤. "아직 정념적 사랑을 할 수 있다! 난 하고 있다!"


맷집을 키우고자하는 박맷집.(.......)


따로 저녁시간을 갖지 않아서 중간중간 이렇게 간식을 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군가한테는 이렇게까지하면서 공부를 한다는 게 이해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얼마전까지의 저라면 그 누군가였을텐데 ㅋㅋ;;
왜 공부를 하고, 머리가 빠개지는 아픔을 견디면서 에세이를 쓰는지 조금 알게 됐습니다.


이번 주는 방학이고, 다음 주에는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세상)의 머리말 읽어 오시면 됩니다. 오실 때는 씨앗문장 잡아서 간단한 공통과제를 들고 오세요~ 간식과 후기는 현정쌤과 현희쌤입니다. 다음 주에 봬요~!
전체 3

  • 2017-07-16 22:20
    오~ 어쩐지 우리 박맷집이 맷집이 좀 생긴 거 같은 느낌이랄까?ㅋㅋㅋ 이게 다 절큐 동학샘들의 덕분인 듯하옵니다. 방학 잘 보내시고 모두 담주에 뵈어요~

  • 2017-07-20 14:19
    스승의 하해와 같은사랑을 받고 있는 우리규문 연구원들이 차암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혼내줄 수 있는 스승이 곁에 있고, 그 나이에, 그런 연구공동체에 몸 담고 있다는 것은 분명 천복입지요, 암요.
    우리 박맷집 선생이 벌써 훌쩍 십센티 커버린 이 느낌...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닐거에요^^ 스피노자 한 학기동안 어린(?) 동학에게서 많은걸 보고 배웠드랬습니다. 맷집선생, 맷집 단단히 키워 우리 니체때 제대로 한번 맞짱 뜹시다 ㅎㅎㅎ

  • 2017-07-25 19:15
    매번 화요일 저녁에서야 공지를 확인합니다~ 수업 가기전 마지막 점검 같은 과정이 저에겐 공지글 확인인가 봅니다 ㅋㅋ 이제 벌써 아련해지는 에티카의 능동성을 맷집글을 보며 다시 되새김질합니다. 2종인식으로 이성적으로 판단하며 질서를 이해하려는 과정이 능동이란 어렴풋한 느낌만 남으니....방학 1주로 이리도 멀게 느껴지네요...이제 3학기엔 어떤 배움이 있을지 동학들 모두와 뜨거운 여름 보낼게 기대됩니다~^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