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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주제별 글쓰기

작성자
정옥
작성일
2017-09-02 16:46
조회
41
절탁M/<드라큘라>주제별글쓰기/170829/정옥

 

렌필드와 광기

 

광기는 경계에서 발생한다

렌필드는 수어드 박사의 정신병동에 감금되어 있는 생육식을 하는 기이한 인간이다. 이성으로 중무장한 수어드 박사 그룹들과는 대조적으로 광기와 비이성의 상징이다. 설탕을 뿌려 파리를 모으고 거미를 키워 파리를 먹이고, 참새에게도 먹이고, 새끼고양이를 사달라고 애원하기도 한다. 수어드 박사가 ‘육식성 편집증’으로 진단한 렌필드는 피와 생명체를 먹어치우는 기이함과 폭력성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그는 광기와 함께 뛰어난 ‘지적 회복력’과 ‘철학’을 논할 수 있는 ‘완벽하게 정상적이고 공평무사’ 한 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렌필드의 광기는 수어드 박사에 의해 이름 붙여진 것이다. 박사는 렌필드의 생육식으로 병명을 규정했고, 그 규정에 렌필드가 가진 이성은 제외되었다. 그의 이성은 오히려 박사 일행에게는 호기심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렌필드가 생육식을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삶이 ‘긍정적이고 영속적인 실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하찮은 파리일지라도 대량 섭취함으로써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 원기 강화의 매개체는 ‘피’이다. 피를 통해 생명을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드라큘라 백작을 ‘주인님’으로 모신다. 백작이 그를 위해 살아 있는 파리와 쥐떼를 선물하며 그를 따를 수 있도록 행동했기 때문이다. 백작은 살아 있는 인간의 피로 수백 년 생명을 연장해 오고 있다. 그는 시간이 없는 세계에 살며, 자신 안에 시간을 축적하고 있다. 렌필드가 이성과 광기의 경계에 존재한다면, 백작도 죽었으되 죽지 않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다.

그런데 이 경계의 모습은 이성과 과학적 사고를 원칙으로 살아가는 수어드 박사 일행에게서도 발견된다. 루시는 백작에게 피를 빨리기 전 동시에 3명의 남성으로부터 고백을 받았다. 그녀는 이 훌륭한 세 명의 남성을 두고 왜 한명의 남성과 결혼해야만 하는지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다. 그녀는 동시에 세 명의 남성과 결혼하고 싶어 한다. 루시는 근대 가족의 경계에 문제를 제기한다. 루시의 친구 미나는 루시가 죽고 나서 남성들의 보호대상이 된다. 그들은 남성과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을 나누고 드라큘라를 추적하는 계획에서 미나를 제외시켰다. 그러나 미나는 백작에게 피를 빨리는 상황에서도 타이핑을 쳐 기록을 남기고, 최면을 통해 백작과 교신함으로써 드라큘라를 잡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그녀는 남녀의 경계에서 자신을 소외시키고자 했던 남성들보다 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질서를 무너뜨린 것이다. 또 수어드의 스승이자 백작 추적팀을 이끌고 있는 반 헬싱 박사는 어떤가? 그는 이성과 과학적 지식과 경험등 전문성을 바탕으로 추적팀을 이끌고 있다. 드라큘라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습득이 늦다는 것을 알고 ‘어린아이 같은 뇌’를 소유한 사람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그런데 그는 백작에게 흡혈 당해 감염 된 루시가 밤마다 다른 이의 피를 흡혈하러 다닌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죽었지만 죽지 않은 루시의 상태를 온갖 미신과 전설로 설명하고, 백작을 쫒아내는 도구로 마늘과 십지가를 제시한다. 그는 과학으로는 도저히 설명해 낼 길이 없는 루시의 상태를 비이성적 방식을 통해 일행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해냄으로써 루시가 영원한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는 과학과 비이성의 경계에 있는 인물이다. 이 모든 경계에는 흡혈이 존재한다. 피는 렌필드나 드라큘라에게 생명을 제공하는 매개체이지만 다른 이들에겐 경계를 넘나드는 매개이기도 하다. 이 매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광기는 자유이다

피는 기본 질서를 깨는 힘이다. 렌필드는 생육식을 하며 인간이 음식을 통해 몸을 구성하고 에너지원을 얻는다는 질서를 위배한다. 드라큘라 백작 역시 삶과 죽음의 질서 바깥에 있다. 박사 일행도 가족과 남녀, 이성의 질서를 무시한다. 그럼으로써 질서 밖의 세계로 도약하고, 새로운 지평을 열어 제친다. 렌필드도 예외는 아니다.

렌필드는 계속 퇴원을 요구한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은 ‘완벽한 논리력’으로 박사의 팀들을 설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은 정상이라고 강조하면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말과 태도로 헬싱 박사, 수어드, 모리스에게 정신병원에서 자신을 나가게 해달라고’ 애원하며 박사가 자신을 잘못 알고 있다고 호소한다. 자신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생육식을 하는 존재이나, 자신의 영혼을 위해 싸우는 정상인이란 사실이다. 그는 자신이 정상인이 아니란 근거가 어디에 있냐고 따져 묻고, 심지어 박사들이 정상인이란 사실은 누가 증명해 줄 수 있는지 의심한다.

 

그는 운명을 호령하는 자처럼 굴었다. 그는 실제로 주관적으로 운명을 좌우하고 있었다. 그는 세속적인 일에는 털끝만큼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구름 속에 앉아서 우리 불쌍한 인간들의 나약함과 부족함을 굽어보고 있었다. (펭귄, 105)

 

렌필드가 열어 제친 지평엔 ‘영혼’이 있었다. 그에게 영혼이 중요한 것은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가 파리를 먹는 것은 파리의 날개에 있는 ‘영혼의 비상하는 힘’ 때문이다. 자신은 생명의 수단이 부족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이제 더 이상 생명엔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그의 관심은 ‘영혼’에 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질문에 답하는 것과 달리 ‘먹는다’라는 말 앞에서는 입을 다문다. 영혼이 있다면, 더 이상 먹을 것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에게 영혼의 자유를 위해 몸을 가두는 구속복과 정신병원은 벗어나야 할 것들이었다. 신체의 구속은 정신의 구속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는 실제로 주관적으로 삶을 좌우할 판단을 하고 만다. 무언가 모를 열망을 수용한 것이다. 그것은 드라큘라와의 관계에서 벌어졌다.

백작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에게 먹을 것을 보내주지도 않았고 그의 허락 없이 함부로 병실을 드나들었다. 심지어 렌필드의 처지를 비웃기까지 했다. 렌필드는 자신의 힘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자유는 드라큘라 백작이라는 구속복을 벗을 때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를 설명하고 자기를 찾기 위해 드라큘라와 맞선다. 그러나 주인을 벗어난 노예의 운명엔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있는 힘껏 그 자를 움켜쥐고 내가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자의 눈을 보기 전까지는요. 나는 그 자가 더 이상 그녀의 목숨을 빼앗아가지 못하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가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맥이 딱 풀렸습니다. 그 틈을 타서 그자는 슬쩍 빠져 나갔고, 내가 빠져나가려 하자 나를 번쩍 들어 내동댕이 쳐버린 거지요. 눈앞에 붉은 구름이 보이고 천둥 같은 소리가 들렸는데, 안개는 그 사이 문틈을 슬그머니 빠져나가 버렸습니다.

 

그는 머리가 깨지고 온몸이 뒤틀렸다. 렌필드의 입장에서 노예가 아닌 자유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삶을 바꾸는 길 밖에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인식의 변화보다 자신의 생이 바뀌어야 신체적 구속에서도, 백작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관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좌우할 판단을 내린 것이다. 성인 20명의 힘을 가진 백작이 그를 들어 바닥으로 내동댕이치는 순간 구름 위에 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 에녹의 자리를 걷어찼다. 그 삶은 그가 택한 삶이다.

수어드 박사가 ‘인간은 감시 하지 않으면 믿을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하는 것에 비하면 그는 얼마나 자유로운 존재인가. 그러니 누가 광인이고 무엇이 정상인지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단 말인가? 경계에서만이 자유가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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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9-02 19:25
    렌필드라는 또 하나의 경계인을 발견하셨군요. 렌필드가 그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드라큘라와 맞서고 있었다는 것을 정옥선생님 덕분에 알게되었습니다.
    차근차근 생의 역학을 역추적해가는 렌필드가 보기에 드라큘라는 그저 자신의 '과거'에 머무르려고 하는 어리석은 존재였지요.

    렌필드가 통과하는 몇 단계의 경계들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