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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작성자
지은
작성일
2017-08-31 22:52
조회
42
절차탁마 M/ 공통과제/ 드라큘라/ 지은

 

믿어야 알 수 있는 것들


최근 화제가 되었던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와 SpaceX의 대표 엘론 머스크의 AI의 영향에 대한 토론은 우리가 앞으로의 세계에 가지고 있는 불안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보여준다. AI로 인해 누리게될 여러 생활의 이점들이 있는가 하면 그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것은 물론 인간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공포마저 생기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19세기의 산업혁명과 과학의 발전은 낯설지 않은데, 대량생산 기계의 등장을 맞는 그들이 맞았을 막연한 두려움과 기대감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앞두고 있는 우리의 그것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브램 스토커의 소설『드라큘라』에서는 과학의 영역을 벗어난 미신과 환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학의 발전이 환상의 한 부분을 시들하게 만들고 있는 반면, 인간 조건의 경게를 더욱 분명하게 만듦과 동시에, 그 경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사실도 인식하게 해준다. 인간의 힘에 대한 자신감이 늘어 가는 반면에, 저승의 어둠과 죽음의 그림자도 더욱 짙고 더욱 두려운 것으로 나타난다.” (642)

인류의 최대 미지의 영역인 이 죽음이라는 영역은 과학이 발전하고 인간의 능력이 향상되었음에도 풀지 못하는, 어쩌면 그래서 더 두려운 지점으로 느껴진다. 스토커는 드라큘라를 통해 과학이 어찌할 수 없는 죽음의 영역을 형상화함으로서 인간의 원초적 두려움을 드러낸다. 하지만 동시에 그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필요한 인간의 신념과 의지를 강조함으로서 인간의 능력을 긍정하기도 한다.

스토커는 반 헬싱 박사라는 인물을 통해 19세기의 과학 만능주의를 비판하며, 과학과 이성만으로는 죽음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이해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반 헬싱은 가장 먼저 드라큘라의 존재 가능성을 인지하고 그를 제거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그 존재를 알린다. 그는 모든 학문이 분리되던 시대에 이례적으로 르네상스적’ 인물로 그려지는데, 그의 학문영역은 철학과 형이상학 그리고 과학까지 아우른다 (200). 그는 절친한 친구가 사랑하는 여인 루시의 병을 고치는 주치의가 되는데, 치료방식으로 의학적 지식과 미신적 처방을 혼용한다. 빈혈인 루시에게 수혈을 하기도 하지만 그녀의 몸과 그녀가 머무르는 방을 온통 마늘과 십자가로 둘러놓기도 하는 것이다. 그녀가 흡혈귀인 드라큘라 백작의 공격을 받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 헬싱과 다르게 의학과 과학의 영역에만 머물러 모든 것을 추리하는 수어드 박사가 그의 제자로 그려지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반 헬싱은 수어드에게 삶과 죽음이라는 ‘신비의 영역’을 이해하려면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각종 기이한 일들에 대한 열린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336).

반 헬싱은 삶과 죽음을 이해하려면 선입견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믿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너무 의심 많고 이기적인 이 시대”에 삶과 죽음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기제가 된다 (328).

“세상에는 보통 사람들의 눈으로 보아서는 안 되는 일들이 있네. 오래된 것도 새로운 것도 있네. 보통 사람들은 그것을 볼 수 없지. 다른 사람들이 가르쳐 준 어떤 것만 알고 있기 때문이지 (…) 우리가 하는 과학의 잘못이지. 과학은 모든 걸 설명하려고 들거든. 그러다 설명이 안 되면, 설명할 게 없다고 말해 버리지. 그러나 매일 우리의 주위에서 새로운 신념들이 성장하는 걸 보라고.” (332)

우리는 의심이 많지만 또 어떤 것에 대해서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아이러니를 가지고 있다. 귀족과 평민의 계급을 의심하고 평등을 추구하는 19세기였지만 한편으로는 자유주의 시장경제라는 강한 믿음이 떠오르는 시대이기도 했다.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이며 인간의 생명은 신성하다는 믿음은 또 어떠한가? (『호모데우스』, 100) 믿음 없이는 앎이 구축될 수 없다. 현재 나의 앎의 영역에서 어떤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면, 우리는 다른 체계의 사고방식을 ‘믿어야 한다’. 따라서 반 헬싱 박사를 비롯한 친구들은 점점 드라큘라가 흡혈귀일 것이라는 가능성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인식의 체계를 열어놓은 인간은 미지와 두려움의 영역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반 헬싱과 그의 친구들은 포기하지 않고 그를 쫓아가 결국은 그를 죽이는데 성공한다. 이에 각종 기록들이 혁혁한 공을 세우는데, 즉 과학의 토대가 되는 객관적 사실들의 나열이 드라큘라를 무찌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스토커는 19세기 과학의 시대를 비판하면서도, 다른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진 인간의 이성과 합리적 판단은 여전히 과학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을 극복하는데 유용히 쓰일 수 있는 도구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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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9-02 08:01
    19세기의 과학이란 것도 결국 하나의 '믿음' 체계였다는 점을 브람 스토커가 지적한 것 같습니다. 논리적 추론 가능성, 정확한 계산 가능성 이 모든 것이 드라큘라와 함께 휘청대던 모습도 흥미로웠지요. <드라큘라>에서 '터무니 없는 미신'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인의 과학'으로 재탄생하게 되는지를 핵심 장면 몇 가지를 중심으로 자세히 정리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