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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후기 [제물론] 1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8-04-17 02:38
조회
87
장자 제물론 복습

 

제물론 1장

 

南郭子綦 隱机而坐 仰天而噓 荅焉似喪其耦 顔成子游 侍乎前 曰何居乎 形 固可使如槁木 而心 固可使如死灰乎 今之隱机者 非昔之隱机者也

남곽자기가 책상에 기대고 앉아서 하늘을 우러러보며 숨을 내쉬는데 멍하니 몸을 잃은 것 같았다. 안성자유가 앞에서 서서 모시다가 말했다. “어쩐 일이십니까? 형체는 참으로 마른나무처럼 만들 수 있고 마음은 참으로 죽은 재처럼 만들 수 있단 말입니까? 지금 책상에 기댄 사람은 좀 전의 책상에 기댄 사람이 아니십니다.”

 

-제물론(齊物論): 1. 제물(齊物)을 논함. 2. 물론(勿論)을 논함.

-제물론의 문장은 1. 아름다운 문장으로 손꼽히고 2. 아마도 <장자> 형성 초기의 문장으로 추정됨. 3. 연암에게 영향.

-혜시: 제물론에 영향을 준 인물. 1. 명가(名家), 상대주의자 2. 합종을 주장하던 유세가.

-南郭: 당시 성 안에는 귀족이, 성 밖에는 평민이 살았음. 그리고 ‘남곽’이란 ‘성 가까이에 살던’, 성 밖에 있지만 여차하면 성 안으로 들어갈 지식인을 일컬음.

-机: 1. 보료 2. 책상

-荅焉: 멍하니

-似喪其耦: 짝을 잃은 것과 같다. 여기서 짝은 몸과 마음.

-何居乎: 1. 하고호: 거(居)를 고(故)로 해석함. 2. 하기호: 이때 거(居)는 해석하지 않음.

 

子綦曰 偃 不亦善乎 而問之也 今者 吾 喪我 汝 知之乎 女聞人籟 而未聞地籟 女聞地籟 而未聞天籟夫

자기가 말했다. “언아, 네가 그것을 질문하다니 훌륭하지 아니한가. 지금 나는 나 자신을 잃어버렸는데 너는 그것을 아는가. 너는 인뢰를 들었어도 지뢰는 아직 듣지 못했고 네가 지뢰를 듣는다 한들 천뢰는 듣지 못할 것이다.”

 

-吾喪我: 나는 나를 잃었다. [인간세]의 ‘心齋’와 통하는 개념.

-人籟: 악기. 사람이 움직이는 도구. 혹은 道

 

子游曰 敢問其方

자유가 말했다. “감히 그 방법을 묻습니다.

 

子綦曰 夫大塊噫氣 其名爲風 是唯無作 作則萬竅怒呺 而 獨不聞之翏翏乎 山林之畏隹 大木百圍之竅穴 似鼻 似口 似耳 似枅 似圈 似臼 似洼者 似汚者 激者 謞者 叱者 吸者 叫者 譹者 宎者 咬者 前者唱于 而隨者唱喁 泠風則小和 飄風則大和 厲風 濟 則衆竅爲虛 而 獨不見之調調之刁刁乎

자기가 말했다. 대지가 숨을 내쉬면 그것을 바람이라고 이름 붙인다. 이것은 일어나지 않기도 하지만 일어나면 모든 숨구멍이 움직여 울린다. 너만 윙윙 울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가. 산림이 높고 백 아름이나 되는 큰 나무의 구멍은 코와 같고 입과 같고 귀와 같고 들보와 같고 술잔과 같고 절구와 같고 쑥 들어가 있는 것과 같고 움푹 파여 있는 것과 같다. 물 가파르게 흐르는 소리, 부르짖는 소리, 꾸짖는 소리, 들이마시는 소리, 날카롭게 울부짖는 소리, 왕자지껄 떠드는 소리, 깊은 소리, 새 지저귀는 소리가 나는데 앞에서 바람소리가 먼저 우- 하면 뒤의 바람이 따라 우-한다. 가볍게 바람이 불면 작게 화답하고 거센 바람이 불면 크게 화답을 하는데 사나운 바람이 지나가면 많은 구멍이 텅 비게 된다. 너만 바람이 내는 우수수 하는 소리와 살랑살랑 하는 소리를 알지 못하는가.

 

-大塊: 큰 흙덩어리. 1. 땅 2. 조물자 3. 자연

-而 獨不聞: 너만 듣지 못했는가?

-激: 물이 가파르게 흐르는 모양

-前者唱于 而隨者唱喁: 1. 앞에서 먼저 우- 하면 뒤에서 따라 우- 한다 2. 바람이 우- 하고 울리면 따라 우- 하고 울린다.

-<장자>에서부터 氣에 대한 철학이 논의됨

 

子游曰 地籟 則衆竅是已 人籟 則比竹 是已 敢問天籟

자유가 말했다. “지뢰는 여러 구멍이군요. 인뢰는 비죽이고요. 감히 천뢰에 대해 묻습니다.”

 

子綦曰 夫吹萬不同 而使其自己也 咸其自取 怒者 其誰邪

자기가 말했다. “모든 존재가 불어내는 소리는 같지 않지만 그 소리는 자신으로부터 나온다. 자신으로부터 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니 그렇다면 그 소리를 내게 하는 자는 누구인가.”

 

-怒者 其誰邪: 나로 하여금 소리내게 하는 자 누구인가. 1. 주재자가 없음. 2. 氣 이전에 뭔가가 있다(道) 3. 오로지 氣만 있다.

 

大知 閑閑 小知 閒閒 大言 炎炎 小言 詹詹 其寐也 魂交 其覺也 形開 與接爲構 日以心鬪 縵者 窖者 密者 小恐惴惴 大恐縵縵 其發 若機栝 其司是非之謂也 其留如詛盟 其守勝之謂也 其殺 若秋冬 以言其日消也 其之所爲之 不可使之也 其厭也如緘 以言其洫也 近死之心 莫使陽也 喜怒哀 慮嘆變慹 姚佚啓態 樂出虛 蒸成菌 日夜 相代乎前 而莫知其所萌 已乎 已乎 旦暮 得此 其所由以生乎

대지(大知)는 한가하지만 소지(小知)는 자잘하게 따지며 대언(大言)은 담담하고 소언(小言)은 수다스럽다. 소지, 소언을 일삼는 사람들은 잠들었을 때 혼이 어지럽게 뒤섞이고 깨어나면 몸의 감각이 열리며 접하는 것과 뒤얽히고 매일 마음이 고달파서 여유로운가 하면 심각하게 달려들고 또 숨기기도 한다. 작은 초조함은 불안에 떨게 하고 큰 두려움은 축 쳐지게 된다. 화살 쏘듯 튕겨나가는 것은 시비를 따질 때의 마음을 이르고, 맹세라도 한 듯 고집스럽게 머무는 것은 승리를 지키려는 것이고, 가을과 겨울처럼 기운이 감소하는 것은 나날이 감정이 소모됨을 말하고, 욕망에 빠져 있으면 회복될 수 없고, 어리석음과 고집으로 덮여있음은 나이가 들어 점점 고집이 센 것이라 죽음에 가까이 간 마음이라 다시 살아날 수 없다.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생각, 탄식, 미련, 집착, 경솔함, 방탕함, 욕망, 자기기만과 같은 것은 음악소리가 빈 구멍에서 나오고 증기가 곰팡이를 만드는 것과 같다. 우리 앞에서 밤낮이 서로 교대하는데 그 시작을 알 수 없다. 그만 두어라, 그만 두어라, 아침저녁으로 이것을 얻으니 그것은 어디에서 생겼겠는가.

-閒閒: 자기가 아는 것을 칸막이를 쳐가며 분류하는 것.

-大言/小言: 대지/소지를 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

-魂交: 번뇌가 많아 잠들었는데도 혼이 뒤섞여 괴로움.

-其覺也 形開: 깨어나면 바로 감각이 열려서 감각적인 것을 추구하게 됨.

-其守勝之謂也: 1. 고수하면서 이기겠다 한다. 2. 수비를 승리로 삼다.

-蒸成菌: 증기로 인해 일시적으로 곰팡이가 피듯 감정도 시시각각 변하는 것.

 

非彼 無我 非我 無所取 是亦近矣 而不知其所爲使 若有眞宰 而特不得其眹 可行 已信 而不見其形 有情 而無形 百骸 九竅 藏 賅而存焉 吾 誰與爲親 汝 皆說之乎 其有私焉 如是 皆有爲臣妾乎 其臣妾 不足以相治乎 其遞相爲君臣乎 其有眞君存焉 如求得其情與不得 無益損乎其眞

一受其成形 不忘以待盡 與物 相刃相靡 其行盡 如馳 而莫之能止 不亦悲乎 終身役役 而不見其成功 苶然疲役 而不知其所歸 可不哀邪 人謂之不死 奚益 其形 化 其心 與之然 可不謂大哀乎 人之生也 固若是芒乎 其我獨芒 而人 亦有不芒者乎

夫隨其成心 而師之 誰獨且無師乎 奚必知代 而心自取者 有之 愚者 與有焉 未成乎心 而有是非 是 今日適越而昔至也 是以無有 爲有 無有 爲有 雖有神禹 且不能知 吾獨且奈何哉

저것이 아니면 나는 없고 내가 없으면 저것을 취할 수 없다. 이것은 가까운 데서 일어나는데 누가 시켰는지 알 수 없다. 가령 진정한 주재자가 있다 하더라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움직이게 하는 것은 알 수 있지만 형체로 드러나지 않으니 실제가 있으나 형체가 없는 것이다. 백 개의 뼈마디와 아홉 개의 구멍과 여섯 개의 장기를 갖추어 존재하니 나는 그중 무엇과 가장 친한가? 너는 모두 그것을 좋아할 것인가? 아니면 그것 중 하나만 사사로이 아낄 것인가? 가령 모두 신하와 첩으로 만들 것인가? 그 신하와 첩은 서로 작용할 수 있지 않던가? 차례대로 돌아가며 서로 군주 되고 신하가 되지 않던가? 아니면 진정한 군주가 잇는 것인가? 설령 그 실정을 구하여 알든 모르든 그것은 참다운 진실에 덧붙여지지도 손해를 주지도 못한다.

한번 그 성립된 형체를 받으면 일정기간은 인간의 신체로 살며 다하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외물과 서로 다투어 마모되는 것이 말을 달리는 것과 같은데 그만둘 수 없으니 슬프지 아니한가. 종신토록 일 하고 또 하며 그 성공을 보지 못하며 다 헤져서 고생하면서도 돌아가 쉴 곳을 알지 못하니 슬프지 아니한가. 사람들은 불사를 말하는데 그게 무슨 도움이 되는가. 그 형체가 변해가면서 그 마음도 형체와 더불어 그렇게 되니 큰 슬픔이라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람의 삶이란 참으로 이처럼 어리석은 것인가. 아니면 나만 홀로 어리석고 남들은 어리석지 않은 것인가.

성심(成心)을 따라 그것을 스승으로 삼으면 누구인들 스승이 없으리오. 어찌 반드시 이치를 알아서 마음에 스스로 깨닫는 자만 이것이 있겠는가. 어리석은 사람은 그것을 알아 이치대로 산다. 마음에 이루어진 것이 없으면 시비가 있게 된다. 이것은 ‘오늘 월나라에 갔는데 어제 도착했다는’는 것과 같다. 이것은 없는 것을 있다고 하는 것이다. 비록 신묘한 우임금이라도 알 수 없을 것이니 내가 유독 이를 어찌 할 것인가.

 

-眞宰: 진정한 주재자=道

-眹: 조짐=朕

-賅: 갖추어짐.

-不忘以待盡: 일정기간 인간인 채로 살며 다하기를 기다린다. 忘=化 / 盡=散

-相刃相靡: 서로 싸우며 서로 마모됨. 장자는 논쟁이 벌이는 것을 서로 소모되는 것으로 여김.

-役役: 일하고 또 일함.

-芒: 어리석음.

-成心: 내 몸을 제대로 관리하는 의식작용.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

 

 

 

드디어 [제물론] 시작했습니다. 분명 열심히 필기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복습하려니 머리가 핑핑 도네요 @_@ 그런데 원문으로 읽는 [제물론]은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번역문으로는 알지 못했던 원문의 그 생생함이 있더라구요. 그리고 원문으로 보는 장자는 심리학의 대가이기도 했습니다. 글자를 그렇게 딱딱 맞춰서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신통방통하게 짚어내는 [제물론]의 장자~!

 

 

 

전체 2

  • 2018-04-19 14:44
    수업시간에 "成心"의 영어 번역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보통 원의가 그렇다고 봐서 부정적으로 보는 데 비해 불교가 들어온 이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주석들도 탄탄하기 때문이었을 텐데요. 영어 번역도 여러가지가 있을 것 같아 조금 살펴 보니, 전통적으로는 60년대의 Burton Watson의 번역이 권위가 있는 것 같고, 80년대 이후를 대표하는 Angus Graham의 번역도 인정 받고 있는 것 같더군요. Burton은 인용된 부분의 成心을 "the mind given" 으로 옮겨서 긍정적인 견해입니다. Graham, Muller 등 다른 번역들에서는 공통적으로 "completed heart-mind", "completion-oriented heart-mind"라는 번역을 합니다. "장자의 다른 데 나오는 成의 다른 용례을 참고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成形, 成功, 成德 같은 것 말이죠. 그러나 Graham 같은 경우 해설에서는 "fixed-heart" 라고 한 것으로 봐서 최근에는 부정적 해석을 따르는 것 으로 보입니다. 이 곳이나 저 곳이나 정답은 없는 것이겠죠. ^^

    • 2018-04-19 18:17
      오...... 이런 자료들을 찾아주실 때마다 항상 감탄하게 됩니다! 수업시간에 그냥 흘려듣고 말았는데 이런 멋진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항상 감사합니다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