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소생 프로젝트 철학팀 후기 (8.9)

작성자
황지은
작성일
2018-08-10 17:05
조회
105
이번 철학 세미나 시간에는 자끄 엘륄의 <이슬람과 기독교>을 다 읽고 엘륄이 어떤 식으로 이슬람과 기독교를 바라보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번 시간에 읽은 서문의 내용을 디테일하게 들어갔는데요, 80년대 유럽인들이 이슬람과 기독교의 유사성을 찾아낸 세 가지 기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우리(이슬람과 기독교)는 모두 아브라함의 자손들이다, 2. 우리는 모두 유일신론이다, 3. 우리는 모두 책의 종교들이다. 이 세 가지가 어떻게 다른지 세부적으로 논의하기 보다는 이 세 가지 포인트를 통해 ‘자끄 엘륄이 보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근본적 차이는 무엇일까?’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주요 차이점 중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시선이었습니다. 예수라는 존재를 신적 존재로 볼 것인가, 아니면 보통 사람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 기독교는 그 이름이 ‘그리스도교’이듯이 당연 예수를 하나님으로 봅니다. 하나님이 지상의 사람들의 고통을 나누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온 것이죠. 반면 이슬람에서는 예수를 단순히 예언자 내지 사도로 볼 뿐입니다. 이는 무함마드를 보는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즈쓰 도시히코의 <이슬람>에 따르면 마지막 예언자 무함마드 또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밥을 먹고 시장을 돌아다니는’ 인간에 불과할 뿐이라고 하죠. 나머지 인간들과 다른 지위를 주어서 한 인물을 신성시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시선 차이에는 결국 각 종교가 하나님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줍니다. 자끄 엘륄은 이슬람에는 신과 인간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가 부재하다고 말합니다. 예수는 신으로서 우리와 같은 인간의 몸을 하고 이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으며 고통을 같이 짊어지는 등 인간의 삶에 적극 개입합니다. 반면, 이슬람의 하나님은 인간의 삶에 개입하지 않고, 그들의 활동을 판정하고 심판합니다(<이슬람과 기독교>, 98). “하나님은 사랑하지도 않고, 따라서 자기 자신이 인간의 죄를 소멸시키지도 않는다. (...) 따라서 구속도 구속자도 없고, 인간의 마음속에 하나님에 의해 재창조된 자유도 없으며, “새로운 마음”도 없다. 그러한 사실로부터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개인적인 관계 위에 어떠한 윤리도 없다”(99). 확실히 자끄 엘륄의 견해는 그 동안 저희가 카렌 암스르통이나 이즈쓰 도시히코의 관점에서 본 이슬람과 달라 보였는데요, 이 책을 읽고 나니 기독교는 하나님과 인간의 밀착된 관계가 인간의 삶에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처럼 보이는데 인간의 활동을 ‘판정 및 심판’하는 이슬람의 하나님은 인간의 삶을 특정 방향으로 고정시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저희 중 몇몇은 아무래도 엘륄이 기독교인이다보니 기독교에 좀 더 우호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잠깐 나누었습니다 ^^;

 이렇게 서로 다른 시선으로 이슬람을 바라보는 책들을 읽으면서, 저번 주에도 논의한 주제이지만 ‘타자에 대한 나의 시선과 태도는 어떻게 가져야 하는가’를 풀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였어요! 이번에 토론했던 예시로는 ‘딤미’가 있는데, 딤미는 이슬람 국가에서 살지만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보호 받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유럽인들은 이슬람이 얼마나 ‘포용의 종교’인지 찬양하지만 엘륄의 견해에 따르면 ‘보호 받는 사람’에게는 권리가 없다고 말합니다. 누구로부터의 보호인가? 즉 ‘딤미’라는 단어에는 반드시 ‘적대자’가 전제가 됩니다. 그에 대항하여 ‘보호자’가 맞서 싸울 권리를 가지고 있지 그것이 ‘보호 받는 자’에 있지 않다는 것이 엘륄의 주장이죠. 우리는 끄덕끄덕 수긍하면서, 그렇다면 우리가 무심코 생각하는 ‘보호 받아야 하는 이들’, 즉 아이, 노인, 여성 등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ㅎㅎ 좀 특수한 경우일지 모르지만 어떤 사고가 났을때 보통 의사, 경찰 등은 ‘보호자’를 찾습니다. 분명 사고가 난 건 ‘나’인데, 그들은 나의 보호자를 보며 얘기하고 나의 향방을 논의하죠. 보호자라는 단어가 든든하다고 느꼈었는데 나의 권리를 양도하는 것일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희는 이어서 8월 말에 있을 발표를 어떤식으로 할 것인지 계획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ㅎㅎ 우선 자끄 엘륄이 이슬람을 어떻게 보는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파보자!라는 생각으로, 이슬람에 대해 우호적 시각을 가졌던 80년대 유럽의 시대적 상황 및 분위기와 그 맥락 속에서 엘륄이 가졌던 문제의식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이슬람에 대한 그의 시각이 어떻게 정립되었는지를 얘기해볼 예정입니다. 우리가 이미 접한 카렌 암스트롱과 이즈쓰 도시히코가 바라본 이슬람과 비교도 하고, 채운샘이 소개해주신 종교사학자 미르체아 엘리아데의 책들도 참고를 할 예정입니다ㅎ 그럼 다음 시간에 봐요!!ㅋㅋㅋ
전체 3

  • 2018-08-10 18:20
    엘륄의 이해방식은 기독교와 이슬람에 대한 편협함을 키우기보다 좀 더 호기심을 갖게 해주는 것 같아요.
    또 이슬람에 우호적인 시선과 찬양에 대한 그의 고찰이 '믿음'으로 살아가는 인간의 특성을 짚어주는 데까지 나아간다는 점도 인상적이었구요^,^
    담 시간도 기대기대~

  • 2018-08-11 13:19
    이슬람이 타자를 어떻게 관계 맺는지, 특히 딤미에 대한 얘기가 궁금해지네요.
    그런데 아마 무슬림과 딤미의 관계는 역사적인 맥락에 따라 다른 관계를 형성했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얘기는 없었나요?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하네요.
    카렌 암스트롱, 이즈쓰 도시히코에 이어서 이슬람을 다채롭게 설명해주시길 기대할게요~

  • 2018-08-12 18:17
    '딤미' = 보호받는 사람. 이라는 존재성을 둘러싼 여러 힘들의 쟁투가 있군요. 이슬람을 둘러싼 여러 해석들의 맥락에 대한 설명이 저도 기대가 됩니다. 녹음 부탁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