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소생 프로젝트 8월 9일 공지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8-08-07 15:37
조회
73
늦었습니다! 후다닥 공지부터 할게요.

이번 시간에는 경미쌤이 함께 했습니다. 다들 어떠셨는지요? 저는 계속 세미나를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ㅋㅋ 바버픽쳐스에 사진이 올라와있으니 관심 가져주세요~ 다음 시간에는 《의식과 본질》 4~6장을 읽어 오시면 됩니다. 4장 발제는 정옥쌤, 5장 발제는 혜림쌤, 6장 발제는 혜원 누나가 맡았습니다. 각 장은 발제자가 질문하고, 주도하는 걸로 오전 토론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알 것 같은 내용을 정리하지 마시고 질문과 함께 초점을 잡고 정리해주세요~ 간식은 정옥쌤과 큰지은 누나에게 부탁하겠습니다.

 

책 내용은 작은지은 누나가 후기로 정리해서 올려줬으니 참고해주시고, 저는 강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겠습니다.

 

이즈쓰 도시히코의 책들을 보면서 각자 소감을 얘기했는데, 저는 ‘공부를 재밌어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재밌다’는 느낌이 그냥 ‘읽으니 재밌어요~’라는 차원보다는 여러 철학과 접속하면서 문제의식을 첨예하게 벼리는 과정과 함께 진행되어서 신기했습니다.

이즈쓰 도시히코는 ‘의식’과 ‘본질’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채운쌤은 이 두 가지가 고금,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철학자들이 고심한 근본적인 주제라고 하셨습니다. 이즈쓰 도시히코는 동양의 유불도, 인도의 베단타, 일본의 국학과 하이쿠, 서양의 스콜라 철학부터 온갖 시인들을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의식과 본질의 관계를 풀어갑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문제의식이 뚜렷하니 어떤 철학자를 가져오든 다 자신의 이야기로 꿰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채운쌤도 얘기하셨지만, 문제의식이 첨예하면 첨예할수록 어떤 것을 보더라도 다 그 문제의식으로 귀결됩니다. 아예 다른 류의 이야기가 펼쳐져도 그게 문제의식을 다른 관점에서 사유하게 만드는 것이죠. 생각해 보면 그런 경험이 몇 번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즈쓰 도시히코가 각각의 철학자들의 시선을 통해 의식과 본질을 어떻게 푸는지 꼼꼼하게 따져가며 읽어야합니다.

또, 소-생의 주제인 이슬람과 관련해서는 곧바로 연결 짓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토론 때 이슬람의 사유를 정답으로 실체화하고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말을 이슬람에 붙이려고 했었죠. 하지만 이 책에서 이즈쓰 도시히코가 이슬람적 사유를 제시한다기보다는 다양한 관점 중 하나로 보여줄 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읽어야할까요? 채운쌤은 한 가지 질문을 예로 들어주셨습니다. ‘무슬림들의 신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은 무엇일까? 그때의 복종에는 어떤 힘의지가 내재해있는 걸까?’ 우리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자라지 않았기에 이슬람 책 몇 권 읽는다 해서 갑자기 그들의 사유를 쑥쑥 흡수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어떤 문제의식 속에서 그들의 사유가 어떠한 것인지 해석해낼 수 있겠죠. 그리고 이때 발휘되는 게 그동안 배워왔던 철학들! 이즈쓰 도시히코가 이슬람을 여러 철학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으니, 그리고 대부분 우리가 배운 것을 활용해서 보여주고 있으니 그걸 참고로 이슬람을 공부하면 될 것 같아요. 그동안 동양 텍스트를 읽으면서 딱히 이리저리 해석되는 게 재밌기만 했는데, 이즈쓰 도시히코처럼 어떤 고민을 하나 잡고 텍스트를 새롭게 독해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면 동양의 사유가 어떤 지점에서 이슬람과 접속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의에서 채운쌤이 동·서양이 각각 무(無)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는지 비교하는 것도 재밌겠다고 하셨는데, 역량이 된다면 차차 시도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책을 읽고 사유하는 게 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채운쌤은 어떤 책을 읽어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신체가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공부의 역량이란 어떤 책을 읽어도 접속할 수 있는 만큼이겠죠. 앞에서 얘기한 문제의식과 연결해보면, 상식을 맹신하지 불편함, 사소한 것도 캐치할 수 있는 예민함, 어떤 책의 문제의식에도 공감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갖추는 것은 문제의식을 벼리는 일과 나란히 가는 일인 듯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짐하듯이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다르게 살아야 한다’ 등의 말로는 부족합니다. 사유를 발생적인 측면에서 전개할 수 있어야합니다.

이슬람을 포함한 대부분의 철학은 우리에게 낯선 방식의 사유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그것들을 아는 게 쉽지 않지만, 다르게 사유하는 순간 관계 맺음도 달라집니다. 관계 맺음을 달리 할 수 있는 기술, 이게 지혜겠죠. 어떤 책을 읽어도 그 책과의 만남 속에서 지혜를 구성해내기. 말은 감동적이지만 아직 너무 먼 경지인 것 같아요.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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