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생1주차 정리 및 11.14 공지

작성자
정옥
작성일
2019-11-07 21:08
조회
135
소생1주차 정리 및 11.14 공지

책상 두 개를 더 깔다

지난 주 OT로 닻을 올린 소생 2탄이 순항에 나섰습니다. 오늘은 1학기(11.7~12.26) 첫 시간이었는데요. 공지 코너를 통해 저희의 하루 일과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세미나와 강의는 조별로 후기가 따로 올라갈 예정입니다. 기쁜 소식 먼저 나눌까요? 두 분이 더 합류하셨다는 것. 지난 주 OT 이후에 윤순샘이 신청을 해주셔서 무척 기뻤습니다. 또 한 분이 오셨는데요. 어제(11/6)부터 몸 세미나도 시작 되었죠. 세미나에 오신 멤버 한 분이 소생 프로그램 페이지를 100번은 들어와 보셨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망설이신다, 말씀 하셨죠. 100번 들어오셨다는 것은 할 의지를 충분히 다졌다,로 들렸는데, 두구두구 시작 직전 나타나 주셨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요. 이현숙 선생님 여행까지 잘 마쳐 보아요.

 

 

시험, 그 재미난 거

오늘 전체일정은 오전 <역사> 시간에 세계사 쪽지 시험과 다큐 한 편을 보았고, 점심 먹고 산책 한 바퀴 돈 후, 오후엔 <철학> 아나키스트에 대한 인트로 강의를 들었습니다. 역사 시험은 틀린 문제당 2천원의 벌금이 예정되어 있어 우린 조금 민감했어요. 시험 문제는 돌아가며 출제할 예정인데, 오늘은 역사팀 규창이가 출제자였죠. 이분이 살짝 복병입니다. 작년의 출제 경향을 비추어 볼 때, 흐름을 중시했거든요. 연도와 인물을 딸딸 외워서는 핀트가 좀 안 맞죠. 다들 약속이나 한 듯, 아침에 일찍 나와 서로 확인 작업에 들어갔어요. 민호가 정리노트를 들고 핵심을 짚어주었데 적중률은.... 채운샘은 민호 같은 애들이 일등은 못하고, 3등정도 한다고 하셨는데, 적중했네요. 시험은 15문제가 출제되었는데, 문제지를 나눠 준 것이 아니라 구술로 불러주고 답을 적는 방식이었죠. 종이와 달리 이게 또 출제자와 밀당하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정답 ‘수렵’에 사냥조차 인정하지 않는 칼 같은 출제자 중심의 정답 요구에 원성이 빗발쳤습니다. 꿋꿋한 규창이. 어쨌든 12만원이 걷혔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팥이 팥을 좀 뿌렸다는 후문.



 

 

사오정이 시험을 대하는 방법

시험은 우리 신체를 규율화 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제도에 포획되지 않는 존재가 언제나 있게 마련이죠. 그 심오한 세계에 범접하기 어려운 존재 말이죠. 그 해체적 시험법을 볼까요.  일단 아는 것은 정답이 요구하는 것을 넘어 상세히 적습니다.  답을 잘 모르겠다면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를 적습니다.  또  출제자가 불러주는 소리를 귀기울여 듣느라,  문제 번호 적는 것을 잊어버립니다. 그럼에도 답을 밀려 씁니다. 밀려 썼는데,  15문제 중 14번까지 밖에 없는...... 필부필부의 이해도를 넘어서는 답지였죠. 그 무엇도 나를 포획하는 걸 참지 않겠다는 ‘능동적’인 자세로 시험에 임해주셨습니다. 채점자로써 잠시 마음이  흔들렸네요. 감히 어디에 빨간펜을 들이댈 수 있겠습니까? 다음 시험엔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아는 것을 다 적어 놓고, 사후에 번호를 매기는 것은 어떠냐는 안도 제안되었습니다. 언제나 많은 이야기를 제공해주시는 우리의 사오정님!  아 난 왜 사랑스럽지?

시작부터 시험으로 긴장을 풀고(?) 났더니 사뭇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그리곤 역사팀에서 준비한 NHK 제작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관한 다큐를 보고 토론을 나눴습니다. 역사팀 후기로 확인해 주세요.



 

 

담주에는요~

<크로포트킨 자서전> 읽고, 인상적인 부분 뽑아와 읽고 함께 토론합니다. 500페이지가 넘어서 조금씩 읽어 두어야 할 거 같습니다.

<종횡무진 서양사 2부> 2부 시험 준비 해주시고요, 출제자는 혜원입니다. 서양사는 총 7부라 1부씩 읽어 나갈 예정입니다.

1학기 전체 일정 공유합니다.

11.14 <크로포트킨 자서전> <서양사 2부>

11.21/ 11.28 <만물은 서로 돕는다> (2회) <서양사>

12.5/ 12.12/ 12.19 <전쟁과 평화> (3회) <서양사>

12.26 자료집 및 1차 발표

예술의 나라 러시아를 가는데, 시 한편 같이 나누고 싶으셨나 봐요. 채운샘이 추천해 주신 시입니다. 혁명 다음해인 1918년에 씌여진 마야꼬프스키의 시입니다. '언어의 줄칼로 뇌세포를 연마하는' ‘신선하고 새로운 노동’ 이라는 구절이 시인의 태도를 보여주네요.

 

시인-노동자 

                                                                               블라지미르 마야꼬프스키

사람들은 시인에게 소리친다

「자네는 선반 작업장에서 일해야 하는 건데

시란 게 대체 뭔가?

헛소리지!

자네는 분명 노동 능력이 부족한 게야」

우리는

어쩌면

그 어떤 일보다도

노동을 더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나도 공장과 마찬가지

굴뚝 없는 공장이

어렵게 가동되듯

나 역시

굴뚝 없이는 곤란하다

당신들이 실없는 얘기를 싫어하는 것쯤은

나도 안다.

참나무를 베는 것은 노동이다

그렇다면

인간 참나무를 베는

우리 역시

노동자 아니겠는가?

물론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는 것은 신성한 노동이다

그물에 철갑상어가 걸려 있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시인의 노동은 그보다 더 신성하다

물고기 대신 사람을 낚으니까.

용광로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시뻘건 강철을 담금질하는 것은 엄청난 노동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를 게으르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언어의 줄칼로 뇌세포를 연마하는데,

누가 더 고상한가

인류에게 물질적 풍요를 선사하는

기술자인가

아니면 시인인가?

똑같이 고상하다

심장은 발전기와 똑같고

영혼은 복잡한 원동기와 똑같다.

우리는 똑같이

노동 대중에 속한 동지들이다

몸도 마음도 프롤레타리아

우리 함께

우주를 장식하고

우주에 우리의 행진 소리가 울려 퍼지게 하자.

언어의 파도를 방파제로 막아 내고

일터로 가자!

신선하고 새로운 노동이여

게으른 웅변가들은

제분소로 보내자!

제분공들한테 보내자!

언어의 물줄기로 제분기를 돌리자.
전체 3

  • 2019-11-08 10:35
    제도화되지 않는 신체ㅋㅋㅋ 후기가 꿀잼이네요. 신선하고 새로운 노동! 미야꼬프스키의 시도 멋집니다 .

  • 2019-11-08 12:10
    저만 복병인가요? 정말로 복병은 사오정님이 아니었을까요? ㅋㅋㅋ 정말 말씀 그대로 '필부필부의 이해'를 넘어서는 문제풀이였습니다. 다음에도 어떤 문제풀이 방식을 보여주실지 궁금합니다.

  • 2019-11-09 20:27
    포획되지 않은 진정한 자유인 사오정님ㅋㅋㅋㅋㅋㅋㅋ자고로 빵점은 백점과 마찬가지라 했습니다. 그조차도 피해가는, 15개 문제 중 14개만 받아적은 답지 앞에서 무릎을 꿇습니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