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Q

에티카 4주차 수업 후기

작성자
배현숙
작성일
2017-06-03 18:22
조회
156
오늘 새벽 한 시 30분 경, 과제를 꼴찌로 올리고 후기를 올렸지요. 한 짐 덜어놓고 기뻐서 다시 읽어보니 여~엉 시원찮아 씨잘데기 읎이 뒤적대다가 (우째우째~ 많았던 우여곡절은 생략함 ㅠㅠ) 파일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일을 두어 시간 넘게 하다 그만, 새벽 세시경,  홀라당~~~ 날려 버렸습니다! ㅠㅠㅠ

스피노자가 이런 말을 했다지요. "지금 이 세계가 있을 수 있는 유일한 가능 세계다!"  지금 이렇게 일어나고 있는 이 일(세계) 말고 '더 좋은' 것, '다른' 것(세계)은 없다는 절대 긍정의 철학자. 어쩌면 이 모든 일이 필연적 우연이었을 겁니다. 저는 무지에 호소하지 않으렵니다. 지금 이게 최선이니까요.

모든 것이 신 안에 있기 때문에, 오늘도 저는 무언가를 또 이렇게 '생산해 내고 ' 있습니다. 제 욕망은 포기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에서 후자를 더 강렬하게 원합니다. 그 관념은 제 이 변용된 신체로 하여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끄적거릴 수 있는 능동적 힘을 발휘하도록 하네요. 관념은 변용된 신체에 대한 관념이라지요. 뭐가 더 먼저 있어서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 동시적이지요. 스피노자의 이 일원론은 실존에 대해 어떤 변명도 용납치 않습니다. 그것과 연관지어 쌤이 말씀해주신 푸코의 말이 생각납니다. "어떤 대상이란 그것을 대상으로 만들어주는 일련의 실천들보다 먼저 존재하지 않는다." 쌤은 애완동물과 성, 인간학을 예로 들어주셨지요. 이런 실천이 변용된 신체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훈훈한 희망을 가져봅니다.

에티카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뭔가 소화되지 않고 툭툭 걸리는 게 있었지요. 왜 신이 자연이지? 이번 수업에서 쌤은 제 마음을 아신듯(ㅎㅎㅎ) 스피노자의 '신'을 다각도에서 설명해 주셨지요. '道', 그리고 '天地不仁', 그리고 '自然'. 이 모든 개념들이 공통으로 하고 있는 것은 '그냥'입니다. 저는 쌤이 이런 동양 고전에서 가져온 개념들로 서양의 개념을 설명해주시는 것이 개인적으로 차~~암 좋습니다. 역쉬, 태생은 속일 수 없는 가 봅니다. 순종 동양인으로 뇌세포까지 세뇌되어 있어서 그게 훨씬 익숙합니다. 덕분에 스피노자의 '신'이, 그 체증이 좀 뚫렸습니다. 스피노자의 신은 실체는 존재론적으로 어디에나 있는 '그냥 그런 것'이지요. 그러니까 '자기원인'일 수밖에 없고, 그러니까 '하나'고, 그러니까 절대적이지요. 신을 자연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할 때 제가 걸렸던 부분이 자연을 '저 들에 펼쳐진, 저 산과 강과  저 모습들...' 같은 그런 걸로 자꾸 떠올리고 있더라구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배고프면 먹고 싶고, 화나면 소리지르는 게 모두 자연스러운 일이잖아요.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가을 겨울...이렇게 순환되고, 눈 내리고 비 오고,  우리 이쁜 똘똘이가 태어나서 기뻤는데, 어느 날 누군가 된장 바른다고 데려가고... 게다가 지금 내 머릿 속에 들락거리는 , 나타났다 사라지는 온갖 생각들...그 모든 다반사가 다 자연이잖아요.  그 생노병사의 필연적인 일들, 생성과 변화의 그 모든 우여곡절들... 그거 누가 저 먼 곳에서 해주는 일이 아니니, 이게 '자기원인'이지요. 스피노자는 이런 일상성 속에 '신'을 데려온 것이지요. 그 초월적이며 신비한 힘을 발휘하는, 그래서 인간 스스로 한없이 션찮은 결여태를 자초한(짱구들 같으니~!), 저 바깥의 존재를 이제 제 자리로 돌려놓은 것이지요. 2500년 전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그 엄청난 일을... 이 유태계 천재 철학자가 해낸 거네요! 자연이니 실체니 하는 것들이 감이 안잡힐 때는 저도 그 '神'님을 자꾸 생각했더랬죠. 사실, 그 신의 실체를, 자연의 실체를, 이 우주만물의 실체를 파악한다는 일이 괜히 대단하고 막막하게 생각이 됩니다. (관념적으로는 말이지요.)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나라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이 정신과 신체를 통해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지요. 어차피 우리는 좋든 싫든 '지성이 지각하는' 걸로 사유하잖아요. 내가  내 머릿 속에서 (정신은 사유의 속성이지요),"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벌써 훈훈하게 느껴지는 걸 보니 여름은 여름인 게로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은 그 바람을 피부로 느끼면서 동시에 그런 관념이 생겨나게 되는 거잖아요. 내가 정신과 신체로 구성한 그런 자연의 변화가 이 세계의 본질이 아닐까요? 본질이라는 게 뭐 별게 아니라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사물의 성질, 모습을 말하는 거니까요. 암튼, 스피노자는 우리에게 오도된 지식을 전하지 않으려는 완벽함을 고수하느라 삼각형과 원만 좋아했지만, 저는 쌤이 동양 고전의 개념이나 구절들로 설명해주시는 게 훨씬 이해가 잘 되고 머리가 말랑말랑해지는 것 같다는 말씀올시다~^^

아이쿠, 길어졌네요. 그렇지만 한 가지 더 기억에 남는 걸 이야기 해드리고 싶어요. 이번 수업에서 쌤이 하셨던 말씀 중에 '차이' 에 대한 것, 기억나시나요? 저는 이게 참 인상 깊었어요. 쌤은 '兩行'과 장자의 '萬物諸同'으로 '차이'를 설명해주셨지요. 조삼모사라는 일화를 통해 해주신 말씀은 차이를 차이로 인식하는 한 그건 차이에 대한 사유가 아니라는 것이었죠. (이 말이 맞나 모르겠네요.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그것들이 어떤 규정성을 갖지 않을 때라야 가능하다는 것이었어요. 어제는 나를 기쁘게 해주었던 그 일이 오늘은 나를 슬프게 만든 일이 된 것이 대체 어떻게 가능한지를 사유해야 한다고 하셨지요. 본래부터 기쁘다 슬프다로 규정되어 있다면 그것은 차이를 발생하지 못하겠지요. 그래서 '발생학적 관점'에서 사유해야 '차이의 생성'이 가능하다는 말씀이셨어요. 양행은 조삼이냐 모사냐로 규정되어 있지 않을 때 가능하다는 말씀이지요. 그러려면 '만물제동'이 전제가 되어야 하겠지요. 道의 차원에서 보면 만물은 아무런 구별이 없어 현실의 모든 대립과 차별이 의미가 없어지지요. 조금 더 정치하게 새겨야 하겠지만, '늙음을 긍정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예를 들어주셨던 게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나이는 못속이나 봐요.ㅎㅎㅎ

그리고... 하도 주옥같은 말씀이 많아 매 시간마다  소화를 못시키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날아간 파일을 핑계로 살짝 '직무유기'를 하겠습니다.

아! 관념과 신체의 질서와 연관관계를 좀 더 쓰고 싶었는데... 아마 미영쌤이 잘 써주시겠죠. 암튼, 스피노자는 '신은 역량이다'라고 했지만, 모든 존재는 '역량'임에 틀림없다는 말을 거듭 확인하게 됩니다. 그래서 능동적으로 변용된 신체를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요. 그래서! 규문, 우리 공동체를 생각하면 제 신체가 다르게 변용되나봐요. 이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어요. 결코!  수업 끝나고 돌아오면 바로 다음 주 기차표부터 끊는 제 신체가 제 마음을 말해주는 것이겠죠? ㅎㅎㅎ  이... 와중에... 또 제 자랑을 일삼은 '와중'이었습니당~^~~~^   끄~~~~~읕!!!
전체 5

  • 2017-06-03 20:20
    에너지 넘치시는 현숙쌤이 제 옆에서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고 계신 것 같아요. '그냥'은 제가 살고싶은 삶의 자세입니다. 오늘도 선생님 얘기 재밌게 들었어요. 선생님 만나는 게 수업의 큰 재미예요.

  • 2017-06-03 21:31
    샘, 제가 그럴리가 있나요. 저한테 기대를 하시다니요. 저는 저에게 아무 기대도 없는데요. 저는 책과 채운샘의 강의밖에 정리할 수가 없네요. 그것도 이해하며 차근차근 쓴다고 쓰는데 얼굴이 화끈 달아오릅니다. 시간은 엄청 걸리는데 속빈 강정같은... 아무튼 저도 이제야 끝냈네요. 생생한 살아있는 후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7-06-04 23:38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힘으로 글을 밀고가시는 능력을 참으로 배우고 싶습니다(!) 저도 차이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모든 현상적 차이가 무화되는 지점에 대한 사유가 필요하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네요~

  • 2017-06-05 00:40
    이렇게 글쓴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후기라니. 음성지원이 됩니다 ㅎㅎ 신, 자연, 자기원인을 '그냥'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쉬운 느낌이에요 0ㅁ0

  • 2017-06-05 11:21
    스피노자 개념은 확실히 그것만으로는 이해하기가 힘든 것 같아요 ㅋㅋㅋ 혼자서 이건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지 나름 짱구를 굴려보지만,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 건 마찬가지지만요 ㅠㅜ 그리고 공부에 대한 마음을 이렇게 내고 있자는 자랑! 앞으로도 자주자주 해주세요~ 젊은 것이 계속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