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Q

에티카 4주차 수업 후기

작성자
이미영
작성일
2017-06-03 21:49
조회
185
1부 신에 대하여

스피노자는 왜 에티카를 신에서부터 시작했을까?

인간들은 자신이 어떻게 존재하게 된 것인지 또한 많은 일들은 왜 일어나는지 그것의 원인을 밖에서 찾는데 급급하다. 특히 천재지변이나 각종 사건사고, 질병 등 고통의 원인을 이해할 수 없으면 힘들어 한다. 그 원인을 찾다가 도달하는 것이 신이다. 그러나 그때의 신은 우리 위에 군림하는 초월적인 신이다. 자신의 실존과 연결해서 이해하는 방식으로 원인을 찾은 것이 아니라 무지에 의지하는 방식으로 요청된 신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신의 의지로 생겼다면 ‘왜 악을 만들었을까?’ 이것에 대한 의문은 우리 밖에 존재한다는 신에 대한 표상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기껏해야 인간들에게 선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라는 이상한 논리를 만들 따름이다.

스피노자는 왜 종교가 독단으로 흐르는지를 고민했던 사람이다. 그는 정말 신이 권력이 있다면 무엇인가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신을 다르게 규정했다. 그래야 기존의 사유를 비판할 수 있고 존재를 부정으로 이끌지 않기 때문이다.

유일한 실체인 신은 ‘자신 안에 있고 자신에 의해 인식되는 것’이다. ‘~안에’라는 것은 ~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 안에 있다’라는 말은 어떤 외부원인이 없이 모든 것이 내재적이라는 말이다. 그런 신을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신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신은 자기원인으로 존재하며, “신의 역량은 신의 본질 자체다.”(1부 정리 34) 신의 역량이란 생성, 소멸, 변화하는 역동적인 장 안에서 만물의 생산을 통해 드러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본질을 가진다. 신의 본질을 구성하는 것은 속성이다. 만물은 속성을 통해 신의 본질을 지각한다. 나무도 풀도 신을 지각할 수 있다. 그 나름대로의 영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무한한 속성 중 단지 두 가지의 변용인 신체와 정신을 통해 신을 표현한다. 그러므로 만물은 각자의 신체의 탁월성이 다를 뿐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신을 원인으로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우리는 생주이멸하는 역동적인 장 안에서 그냥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면 신 안의 모든 것은 긍정된다. 그 장에서 이루어지는 실재들의 차이는 고정되어 선험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다. 동일한 것이 어제는 나쁠 수도 있고 오늘은 좋을 수도 있다. 또한 원수가 벗이 될 수도 있고 벗이 원수가 될 수도 있다. 차이는 차이 그 자체로 긍정할 수 없다. 그것이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야한다. 즉 어제 나빴던 일이 오늘은 왜 좋은 일로 다가오는가를 이해해야한다. 늙음을 그 자체로는 긍정할 수 없지만 그 나이에 맞게 독특한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그것을 긍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유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길을 가더라도 자기 역량을 잘 펼쳐내느냐의 문제이다. 신 안에서 오직 변용만이 전부인 우리 자신들이 어떻게 체념하거나 타자를 원인으로 하지 않고 자신의 본성의 필연성에 의해 능동적으로 활동하느냐의 여부가 자유를 결정한다.

2부 정신의 기원과 본성에 대하여

  2부는 신의 본질인 속성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그것은 영원하고 무한한 존재자로부터 필연적으로 무한하게 많은 것이 무한하게 많은 방식으로 따라 나와야 했다. 그러나 인간의 지성으로 지각할 수 있는 것은 신의 속성 중 두 가지 차원이다. 그것의 기원과 본성을 살펴보며 신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피노자는 정리 1과2를 통해 사유와 연장은 신의 속성으로 신은 사유하는 실재이고 연장되는 실재임을 증명한다. 독특한 사유들과 연장들, 또는 이러저러한 사유들과 연장들은 양태들이며, 이것들은 신의 본성을 일정하게 규정된 방식으로 표현한다. 또한 이것들은 각 속성의 개념을 함축하며 그것을 통해 인식된다. (윤리학 p41)

신 안에는 필연적으로 신의 본질 및 그 본질로부터 필연적으로 따라 나오는 모든 것에 대한 관념이 존재한다. (정리 3) 신은 ‘자신의 본성의 필연성에 의해서만 실존하고 자기 자신에 의해서만 행위하도록 규정되는 실재’이다. (1부 정리 7) 여기서 ‘본성의 필연성’이란 생성, 소멸, 변화하는 장 안에서 끊임없이 변용하는 것이다. 이 필연성으로부터 신은 오로지 존재하며 활동한다. 신의 활동으로 양태가 생산된다. 양태의 생산은 신의 의지가 아니라 신의 본성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양태가 생산되는 원인은 신이다. 또한 신은 ‘자신의 본질 및 그것으로부터 따라 나오는 모든 것에 대한 관념을 필연적으로 형성할 수 있다.’ 이렇게 존재하는 모든 것의 관념이 신의 무한지성이며, 이것은 신의 사유속성으로서 신은 이를 통해 자신이 생산한 양태들을 알 수 있다. 신의 존재와 역량은 일치한다. 이것은 “신의 본성의 필연성으로부터 신이 자기 자신을 이해한다는 점이 따라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필연성에 의해 신은 무한하게 많은 방식으로 무한하게 많은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윤리학 p42)

“관념들의 질서와 연관은 실재들의 질서와 연관과 같은 것이다.” (정리 7) 이 정의는 스피노자의 중요한 개념인 평행론을 말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가 함축되어 있다. 우선 관념들과 실재들은 상호원인이나 상호제약 관계가 아니라는 것과 관념의 대상(신체의 변용)과 동시에 관념(정신의 지각작용)이 생긴다는 것이다. 관념들과 실재들(=물체들)은 신을 원인으로 생산된 것이며 동일한 인과성에 의해 발생되는 것으로 즉 관념은 항상 관념의 대상(변용된 대상)과 연관되며 실재들 또한 항상 실재의 대상과 연관된다는 것이다.

원의 관념과 실존하는 원은 동일한 것으로, 상이한 속성들에 의해 원의 본질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신을 연장 속성 아래에서 이해하든 사유 속성 아래에서 이해하든 아니면 다른 어떤 속성 아래에서 이해하든 간에, 우리는 하나의 동일한 질서 또는 하나의 동일한 인과 연관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 곧 동일한 것을 두 가지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알게 된다. (윤리학 p44)

우리가 떠올리는 관념은 신체가 경험한 것이다. 신체의 경험에 의해 관념 자체에 긍정과 부정이 내재되어 있다. 우리는 관념의 원인과 대상을 잘 구분해야한다. 예를 들어 미운 사람이 있다면 미운 이유가 미운 상대방에게 있지 않다. 그 사람의 본질에 미움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 사람의 본질에 미움이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다 미움을 받지 않겠는가. 원인은 그 사람을 미워하는 관념 외부에 있는 다른 관념으로 변용된 신이다. 원인은 항상 결과를 함축한다. 적합한 관념을 인식하면 기존의 감정도 바뀔 수 있다. 우리는 신체성이 변용된 만큼 인식한다. 관념이란 그것을 발생시키는 사유의 활동이 중요한다.

신 안에는 변용만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역량을 크게 만드는 변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다른 것과의 작용에서 어떤 행위의 원인을 자신의 본성으로부터 생산하면 할수록 갖게 되는 능력이다. 생명의 본성은 이러한 능동으로부터 느낀다. 결국 다른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제약되는 실재들은 어떻게 능동성을 발휘할 것인지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 남는다.
전체 4

  • 2017-06-04 10:39
    이럴줄 알았다니깐~~^&^ 깔끔하게 정리 잘 할 줄 알았다니깐! ㅋㅋ 근디 이 부분 오타났음 ㅎㅎ ‘~안에’라는 것은 ~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 의존하는 게 아니라, '의존하지 않는다'고 써야는디,
    여러부~~~ㄴ 그렇게 읽으실거죠? ㅎㅎ 암튼 우리가 오늘도 큰 일을 해냈지 말임다!!

  • 2017-06-04 23:52
    충실하고 꼼꼼한 후기 덕분에 채운샘 강의 내용이 속속들이 떠오르네요~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평행론은 정말이지... 조금이라도 이해가 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제가 그 논리에 익숙해진 것인지 계속 헷갈리네요.

  • 2017-06-05 01:01
    그날의 강의가 새록새록 떠오르는 후기네요. 정신과 신체의 관계는 알듯말듯 하지만 이걸 통해서 스피노자가 관계의 윤리학을 만들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2017-06-05 11:29
    미영쌤 역시나 꼼꼼하게 정리해서 올리셨군요...! 신체성이 변용된 것만큼 인식한다. 뭔가 삶이 바뀐다는 것, 사는 방식을 바꾸는 것은 확실히 신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정신과 신체가 다르게 구성되지 않는다는 말을 좀 더 곱씹어야 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