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Q

에티카 6주차 후기

작성자
봉선
작성일
2017-06-19 23:02
조회
170
2. 정신의 기원과 본성에 관하여

 

이번 수업은 에티카 2부 정신의 기원과 본성에 관하여 마지막 수업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3부. 정서의 기원과 본성에 대해서’ 시작합니다. 정신과 정서는 스피노자 입장에서는 본성이 다른 양태가 아님에도 2부, 3부로 딱 나누어서 분류한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2부 정신의 기원과 본성에서는 관념이 어떻게 생기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발제에서 관념이 마치 욕망, 의지, 정신 등이 따로 따로 상자 안에 보관되어 있다가 하나씩 의지적(?)으로 꺼내서 쓸 수 있는 것처럼 여긴다는 지적을 하셨고 신체의 변용과 정신은 활동이라고 여러 번 강조 하셨네요.

우리가 관념을 활동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도 인식을 대상과 일치라고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피노자가 언급한 대로 데카르트의 인식은 대상과 일치라고 보았습니다. 버스라는 대상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버스의 이미지가 연상되고 그 이미지와 버스가 가장 근접하게 일치 할수록 신적인 인식이 됩니다. 데카르트는 이런 대상과 인식이 일치를 참된 인식이라고 보았고 거짓된 인식은 거짓된 대상을 보고 인식하는 경우입니다. 지난 시간에 배웠던 플라톤에서도 이와 같은 유사한 이야기가 있었네요. 이데아에 대한 관념을 인식이라고 하고 계속 변하는 현상들에 대한 것은 인식이 아니라 상상, 미신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존재와 비존재는 어떻게 인식하는가가 아니라 이데아라는 초월적 질서에 대해서 인식하는가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이에 반해 스피노자는 거짓된 대상이 없다고 합니다. 관념은 신체의 변용에 의한 정신의 활동이기 때문에 신체가 거짓에는 변용되지 않고 참에는 변용 된다고 하는 말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정신과 신체도 자연이고 신체의 변용을 일으키는 외부 물체도 자연, 달리 말하면 다 신의 속성을 가진 양태들입니다. 그러니 각자 가진 신체와 신체의 변용만큼 인식할 수 있고 그 변용은 신적인 속성을 가진 것들이 변용들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인식은 참된 인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된 인식은 적합하기도 하고 부적합하기도 합니다. 부적합하고 혼란스러운 관념들은 적합한 관념들, 곧 명석하고 판명한 관념들과 동일한 필연성을 지니고 따라 나옵니다(2부 정리 36). 명석하고 판명한 관념들이 부적합한 관념들과 동일한 필연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신체의 변용으로 관념 즉 인식을 가지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변용은 나의 신체와 외부물체의 본성이 포함되어 인식되고 거기에서 공통의 관념이 생깁니다. 신체와 외부 물체는 신의 속성인 연장속성과 사유속성을 가졌고, 신의 속성을 공통으로 가진 신체와 외부 물체의 만남으로 공통적인 것들이 포함된 변용들이 생겨나고 공통의 관념이 생깁니다. ‘인간 신체와 인간 신체가 보통 그것들에 의해 변용되는 어떤 물체들에 공통적이고 또 그것들(인간 신체와 어떤 물체들)에게 고유한 것. 그리고 그것들 각각의 부분과 전체 안에 균등하게 존재하는 것. 이것에 대한 관념 역시 정신 안에서 적합하게 존재합니다(2부 정리 39).’ 사실 공통관념에 대해서 이해를 못하는 이유가 관념은 이미지이고 독특한 실재의 독특한 사유라는 생각에 잡혀있어서 그런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이 공통의 관념이 없다면 신체의 더 큰 변용도 가능할 것 같지 않아 보여요. 공통 관념이라고 할 수 있는 보편적 통념 또는 관념들은 초월적 용어와 비슷한 원인에서 생긴다고 하네요. 아주 많은 이미지들이 인간 신체 안에서 동시에 형성되어 정신에 상상의 역량을 초과하게 되면 오직 신체를 변용하는 한에서 이들 모두에게 합치되는 것만을 판명하게 상상하게 되기 때문에 하는데...이렇게 되면 신체의 변용 능력이 커지면 더 많은 것과 공통 관념을 형성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스피노자의 적합한 관념은 원인으로부터 인식입니다. 우리 관념 안에는 원인에 의한 인식보다는 경험, 풍문, 우연에 의한 상상이 대부분입니다. 죽음조차도 다른 사람의 죽음을 보고 들었기 때문에 우리가 죽는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죽음의 원인을 모르고 있어서 적합한 관념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이 상상이란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삶에 대한 반전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전체 2

  • 2017-06-20 11:17
    참된 인식은 적합한 관념이 아니었나요...? 댓글로 알려주세요! / 스피노자에게 가장 충격받은 것은 내 의지가 따로 있지 않고 의지조차 변용된 양태에 불과하다는 얘기였습니다. 스피노자는 능동과 수동, 자유와 부자유를 다르게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걸 또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요. 해롱해롱하네요. @.@

  • 2017-06-23 15:35
    저도 새삼 우리가 얼마나 많은 앎들을 풍문이나 우연, 막연한 경험들 위에 쌓아왔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위의 문장은 적합한 관념과 부적합한 관념이 신 안에서는 모두 참되다는 뜻으로 말씀하신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