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소생프로젝트 역사팀 후기

작성자
정옥
작성일
2018-07-09 17:28
조회
121
소생 프로젝트/ 팀별 세미나<역사팀>/ 헤로도토스<역사> 1권 후기

소생 프로젝트 페르시아 세미나가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전체 세미나와 강의, 산책, 요가 저녁식사의 꽉 찬 일정 마지막에 팀별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팀별 세미나는 팀별 텍스트 이해와 더불어 한 달마다 텍스트를 공유하는 ‘팀별 발표’가 진행되기 때문에, 두 가지를 다 고려한 맞춤형 진행이 필요하지요. 세미나를 시작하기 전 이 문제를 정리했습니다. 역사팀의 첫 텍스트는 헤로도토스의 <역사>인데. 텍스트를 어떤 관점에서 읽고 나눌 것인지 먼저 논의를 하였습니다. 각자의 주제를 잡고 각 장마다 주제별 탐색을 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탐사를 떠나는 터키와 이란의 역사에 본격 진입하기 전,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자 읽는다는 것에 동의하였습니다. 해서 페르시아 전쟁이 발발하게 되는 큰 줄기와 각 민족의 관습 등을 살피는 문화 인류학적 관점으로 읽는 것이 좋겠다, 정도로 의견 수렴이 되었습니다. 주 2권씩 읽고 발제자가 큰 줄기를 정리해 오면 그것을 중심으로 중요한 사건이나 흥미로운 관습들을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세미나 진행을 하려고 합니다. 발표 때에는 지도를 활용해 분쟁국의 위치와 이동 경로, 문화 등을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하였지요.

이번엔 발제 없이 1권 읽은 것을 함께 짚어 보았습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펠로폰네소스 전쟁(BC432-404) 발발 이후인 기원전 420년경에 저술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역사>의 원제 <historiai>는 분쟁이나 중재에 관련되는 증인이나 조사관을 가리키는 법정용어 histor의 파생어라고 합니다. 그러던 것이 기원전 5세기부터 ‘자연과 인간, 사회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의미하는 “탐구”를 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주로 ‘과거사의 이야기’를 뜻하는 의미로 오늘날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페르시아 전쟁사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마라톤 전투와 세계 해전사에도 기록된다는 영화 300의 배경이 되는 살라미스 해전이 벌어졌던 그 전쟁입니다. 페르시아 전쟁은 BC492-448년경까지 4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어난 전쟁이지요. 투키티데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통해 페리클레스 등 장군들의 연설을 중요하게 다루며 인간 본성에 대한 메세지를 드러냈던 것과는 달리, <역사>는 사건의 발단과 관습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사건이 생기면 그 사건의 발단을 다시 소급해 이야기하는 방식이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선 앞으로 되돌아가 다시 확인하고 연결고리를 찾아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요. 맥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잠깐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는 깐깐함(?) 그러다 지칠 때쯤 재미난 야담 하나를 쓱 던지며 긴장을 풀어주는 독자와의 밀당도 훌륭한 헤로도토스님 입니다. 사건을 본다는 것은 전후 맥락을 객관적으로 보겠다는 것이고, 관습을 통해선 사건을 만든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역사> 서언엔 이 책이 페르시아 전쟁에 대한 탐사보고서이며, 이를 통해 전쟁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보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페르시아는 지금의 이란을 중심으로 세계 최초로 제국을 건설한 왕국입니다. 1권은 페르시아 왕국을 세운 퀴로스왕을 중심으로 페르시아전 최초의 패전국인 뤼디아 왕국과 메디아의 싸움, 퀴로스가 이들을 제압하고 어떻게 이오니아와 소아시아 도시들, 바빌론을 정복하였는지, 퀴로스왕의 최후까지를 큰 줄기로 하고 있습니다. 전반은 크로이소스왕과 솔론의 이야기, 후반은 퀴로스왕의 이야기를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지요, 두 왕의 사건을 중심으로, 뤼디아의 크로이소스왕의 이야기부터 보겠습니다.

뤼디아는 앗시리아 멸망 후 지중해 연안에서 무역을 통해 큰 부를 누리며 힘을 떨치던 지금의 터키 서부에 위치한 왕국입니다. 뤼디아 왕 크로이소스는 소아시아 여러 민족들을 지배했고 헬라스인들에게도 조공을 강요했을 정도로 강한 나라였습니다. 그러던 중 아테나에서 학자 솔론이 견학 겸 뤼디아를 방문합니다. 크로이소스는 아테나에서 유명하다는 솔론이 찾아오자 그를 환대하며 그가 ‘행복한 사람을 본 적 있는지’ 물어봅니다. 내심 강성한 왕국의 왕이고 온갖 보물을 가진 자신을 지목할 거라 기대했지만, 솔로은 다른 사람들을 말했고 ‘행복은 죽음까지를 보아야 평할 수 있다’고 냉정하게 말하지요. 예상한 답을 듣지 못하자 크로이소스는 기분이 상했고 솔론을 냉담히 떠나보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을 거란 신탁으로 보호하고 있던 크로이소스의 아들이, 멧돼지 사냥을 나갔다가 창에 찔려 죽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창을 던진 자는 원래 살인을 저지르고 뤼디아로 이민 온 외부인이었습니다. 크로이소스는 그의 살인죄를 용서해주고 의식주를 제공해 주었는데 자신이 살려준 사람에게 아들이 죽자 비탄에 빠집니다. 그 사이 옆나라 메디아 왕국은 점점 세력이 강해지고 이에 위기를 느낀 크로이소스는 전쟁을 대비하면서 다시 신탁을 구합니다. 그러나 그만 신탁의 내용을 오해하여 자신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결과는 크로이소스의 패배였습니다. “크로이소스는 14년간 통치했고 14일간 포로로 잡혀 있었으며 예언대로 대국을 멸했는데 그것은 자신의 대국이었”습니다.(79) 그는 메디아의 포로가 되었고 그때서야 솔론이 했던 충고를 떠올리게 되지요. 그런데 그가 화형당할 위기에 처하자 맑았던 하늘이 흐려지고 비가 내려 기적적으로 살아납니다. 퀴로스는 크로이소스가 신들에게 사랑받는다고 여기고 그를 조언자로 우대합니다. 세속적 가치인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던 크로이소스는 처음엔 오만한 인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사는 누군가 함부로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이후로 신이 허용한 운명 덕분에 살아나 퀴로스의 참모가 되고 그가 다른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왔으며 나중에 퀴로스가 죽은 후에도 메디아 왕국을 보살피게 됩니다.

이제 퀴로스왕의 이야기를 볼까요. 퀴로스는 아시리아제국을 멸망시킨 메디아 왕국의 아스티아게스 왕의 외손자입니다. 아스튀아게스에게는 아들이 없었는데, 어려서 퀴로스가 왕이 될 것이란 예언을 두려워한 아스티아게스는 하르파고스를 불러 퀴로스를 죽이라고 명합니다. 그러나 하르파고스는 퀴로스를 직접 죽이지 않고 왕의 소치기에게 죽이라고 넘겼고 소치기도 차마 아기를 죽이지 못해서 사산된 자기 아기와 바꿔치기 하고 자신들이 퀴로스를 길렀습니다. 하르파고스는 사산된 아이의 시신을 보고 퀴로스가 죽었다고 생각했고 아스튀아게스에게는 임무를 끝냈다고 보고했지요. 세월이 흘러, 퀴로스가 동네 아이들과 왕 놀이를 하던 중 왕으로 뽑히게 됩니다. 이 때 고위 관리의 아들이 자신은 소치기집 아들의 명령은 들을 수 없다고 뻗댔고, 퀴로스는 왕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며 관리의 아들을 두들겨 패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 일을 아스튀아게스가 알게 되고 퀴로스를 불러 심문하게 됩니다. 퀴로스는 “놀이이지만 왕의 명령에 거역해서 벌했다” 라며 당당히 자신의 입장을 밝힙니다. 이 모습을 본 아스튀아게스는 퀴로스가 자기의 외손자임을 알아보고, 소치기를 불러 심문하여 전모를 알게 됩니다. 뒤늦게 사실을 안 하르파고스도 왕의 명령을 정확히 수행하지 못했음을 인정합니다. 아스튀아게스는 외손자를 또 죽이고 싶지는 않았는지 신탁을 통해 친부모에게 돌려보내고 소치기도 돌려보냅니다. 왕의 분노는 하르파고스에게로 향합니다. 분노를 감춘 왕은 하르파고스의 13살짜리 아들을 궁으로 부르고, 하르파고스도 식사에 초대합니다. 아스튀아게스는 하르파고스의 아들을 죽여 고기 요리를 대접했고, 특별한 고기라며 바구니를 줬는데 그 안에는 하르파고스의 아들의 머리와 사지가 잘려 담겨 있었습니다. 하르파고스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왕에게 사죄하고 이 처벌을 달게 받아들이겠다며 다시 충성을 다짐했고, 아스튀아게스도 만족했는지 하르파고스를 다시 중용했습니다.

페르시아로 돌아가 장성한 퀴로스는 하르파고스의 충동으로 반란을 일으켰고, 아스튀아게스는 하르파고스에게 진압을 명령하며 병력을 맡기게 됩니다. 하르파고스가 기다리던 순간이지요. 퀴로스와 하르파고스의 연합 공격으로 메디아왕국은 패하게 되고, 아스튀아게스는 왕위를 잃었지만 퀴로스의 자비로 남은 여생은 평온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후 퀴로스는 뤼디아와 이오니아 해안 왕국, 바뷜론 등을 차례로 정복하며 세력을 넓혀갑니다. 그러다 맛사게타이족과의 전투에서 목숨을 잃게 됩니다.

헤로도토스는 <역사>를 기록하기에 앞서 전쟁을 통해 “전에는 강력했던 도시들이 미약해지고, 자신의 시대에 위대한 도시들도 과거엔 미약했다”는 것과 크로이소스와 솔론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지속되는 힘이란 없다는 것을, 인간의 힘으로 운명을 바꾸는 오만을 저지르지 말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책의 첫머리에 헬라스인과 비헬라스인 사이의 적대 행위들이 어떻게 불신을 싹트게 하는지를 먼저 기술합니다. 그리고 아스튀아게스가 하르파고스에게 한 일들을 나열하며 인간의 감정과 합리적인 처신도 중요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아직 1권을 읽은 것이라 헤로도토스의 메시지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1권에서는 겸손할 것을 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페르시아를 중심으로 관습 몇 개를 소개하며 후기를 정리하렵니다. 페르시아인들은 헬라스인들처럼 신전을 만들지 않습니다. 그들은 둥근하늘 전체를 제우스라 부릅니다. 해, 달, 대지, 바람 등 자연에 제물을 바치지만 제단도, 불도, 헌주獻酒도 피리도 불지 않고 고기를 삶아 바치는 것으로 다합니다. 마고스라는 주술사가 입회하여 제물을 바치고 제를 올린 사람이 임의 처분합니다.

이들은 세계의 중심에 자기 민족을 놓는 것 같습니다. 자기 민족이 가장 훌륭한 민족이고 멀리 떨어질수록 열등한 민족이라고 여깁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모든 민족을 지배하되 특히 자신들과 가장 가까운 민족을 지배하고 또 다른 이웃민족이 이웃민족을 계단식으로 지배한다고 합니다.

또 저자도 칭찬하는 관습은 목숨을 다루는 일입니다. 왕 조차도 한 가지의 과실을 저지른 누군가를 죽여서는 안 되며, 다른 사람들도 단 한 가지 잘못 때문에 하인에게 치명적인 위해를 가해서는 안 된다고 전합니다. 대신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된 다네요. 그리고 진짜 부모를 죽이는 자식은 없는데, 그런 일이 있다면 조사 결과 서자이거나 바꿔치기 당한 아이였다는 믿을만한(?) 결과도 알려줍니다.

헤로도토스는 페르시아인들이 외국의 습관을 기꺼이 수용하는 민족이라고 합니다. 정복한 국가나 주변국의 좋은 관습을 자기화 하여 사용하는데, 메디아에서는 옷을, 아이큅토스의 갑옷을 입고 전장에 나가며, 헬라스로부터는 소년과의 男色을 받아들이는 식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헤로도토스는 ‘어떤 종류의 향락을 배우던 자기 것으로 만드’는 민족이라고 평하고 있네요.

안건을 토의하고 결정하는 ‘신박’한 방법: 술에 취해 토의를 한 후, 결정된 내용을 가지고 다음 날 술이 깨면 다시 만나 그 건을 다시 상정합니다. 술이 깨어서도 동의한다면 결정된 바를 실행에 옮긴다고 하네요. 그 반대로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뤼디아의 관습도 살짝: 하층민 딸들은 결혼 전까지 창녀노릇을 했고 이 일로 결혼 지참금을 마련했답니다. 뤼디아는 최초로 금, 은화 주조한 곳이었다고 하니 크로이소스 왕이 자신의 富를 과시할 만 했겠네요.

주절주절 후기가 길어졌습니다. 탐사길도 세미나 여정도, 한다는 것 말고는 딱히 정해진 것 없는 길이지만, 그래서 더 호기심이 발동하는 길이기도 하네요. 인생이 어찌될지 계획할 수 없음을 여실히 느끼는 요즈음입니다. 덥고 습한 날들 잘 보내고 목요일에 건강하게 만나요.
전체 2

  • 2018-07-09 17:58
    여러 이야기가 중심 없이 던져졌는데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재밌으면서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참 막막한 텍스트인 것 같아요. 다양하게 읽을 수 있지만, 하나로 딱 정하고 읽지 않으면 그냥 사건은 사건대로 흐지부지 해지고 말 것 같아요. 이번에 페르시아 제국의 관습을 샅샅이 훑으면서 나중에 팀별 발표할 때는 헤로도토스가 역사를 기록할 당시의 지도와 지금의 지도를 비교하면서 여기에 어떤 나라가 있었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기대해주세요!

  • 2018-07-10 09:36
    역사팀은 이런저런 재미난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계시군요~ 무려 2천 5백년 전에 쓰인 책을 읽고 나눈다는 것이 참 놀랍네요.
    그리고 술취해 대사를 토론하고 숙취가 남아있을 법도한 다음날 결정을 하는 방법이 대제국을 세웠다니... 한 번 더 놀랍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