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소생 프로젝트 예술팀 후기

작성자
손지
작성일
2018-07-10 21:45
조회
140
이슬람 예술을 알려면 먼저 역사를 꿰야 하는 법! 예술팀은 무지랭이 두명(민호와 손지)이 만나 이슬람 역사의 기초를 닦았습니다. 후기를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이슬람의 예술은 이슬람 역사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가 없더랍니다. 해서 저희는 이번에도, 다음에도 기초튼튼 역사(=예술) 공부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래는 저희가 교재로 삼는 <이술람 미술>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카렌 암스트롱의 <이슬람>을 읽으신 분은 술술 읽히실 것이야요~


이슬람 미술은 ‘르네상스 미술’이나 ‘바로크 미술’이란 개념과 달리, 특정한 시대 혹은 특정한 지역이나 민족의 미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에스파냐에 있는 알람브라 궁전과 인도에 있는 타지마할은 이슬람 미술에 속한 것이긴 하지만, 단순히 하나로 묶을 수는 없습니다. 19세기에 학자들이 이 모든 미술들을 하나라고 퉁 친 것은 1,000년이나 이어진 이슬람 문명의 황금시대를 단일한 것으로 파악하는 몰이해에서 나온 것입니다.


(왼| 알람브라 궁전, 에스파냐, 13세기 이후 / 오른|타지마할, 인도, 1631~47) 

이슬람 미술은 ‘이슬람교’에 관련된 미술에 국한되지 않고, 이슬람 문화 전체에 관련된 모든 미술을 가리킵니다. 또 이슬람 문화 자체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외지인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한 복잡다단한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슬람 미술을 알아가는 과정은 이슬람 역사를 흥망성쇠를 알아가는 과정과 다르지 않은듯 합니다.


세계사에서 이슬람 문명의 전성기는 7세기부터 17세기까지의 1,000년동안입니다. 이 시기는 로마 제국과 비잔틴 제국의 몰락 이후부터 근대민족국가들이 태동하기 이전까지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 세계의 심장부였던 이슬람은 비단이나 향료 같은 사치품이 교역되던 동·서양의 교차점이었습니다. 이슬람 땅은 진정으로 세계의 중심이었고 풍요를 누리고 있었지요.


첫 시간은 이슬람 문명의 초기인 600~900년 사이에 세워진 건축물을 중심으로 보려 합니다. 이슬람교는 610년, 무함마드가 가브리엘 천사에게 게시를 받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많은 신을 섬기던 메카에서 무함마드가 주장한 유일신 종교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622년, 무함마드와 그를 따르던 소수의 추종자들은 메카에서 도피해 메디나에 정착합니다. 그곳에서 무함마드는 공동체의 중심이자 기도실로 사용할 집을 짓습니다. 이 집이 지닌 세 가지 특징은 1)기도하는 공간이 있고, 2)기도하는 사람들에게 메카의 방향을 알려주고, 3)기도하는 사람들을 궂은 기후에서 보호해주기 위한 일종의 덮개가 있는 아주 단순한 구조였습니다. 이런 특징을 지닌 건물들 아랍어로 ‘마스지드(엎드려 절하는 곳)’라 합니다.

최초의 모스크는 어떤 장식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슬람교가 급속도로 확산됨에 따라 무슬림들은 정착하는 곳마다 집회기도를 위한 건물을 가장 먼저 건설했습니다만, 이들 건물은 자연에 거의 노출된 상태였습니다. 무슬림 공동체가 건물을 아름답게 짓기 시작한 것은 아브드 알 말리크(재위 685~705)가 칼리프로 등극한 때부터입니다. 우마이야 가문이 정권을 잡으면서 수도는 메카에서 다마스쿠스로 옮겨집니다. 그리고 아브드 알 말리크가 692년, 모든 분쟁을 종식시킨 후 중요한 도시들에서 장려한 건물을 짓기 시작합니다. 예루살렘도 그런 도시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예루살렘은 유대인과 기독교의 오랜 성지이기도 하지만, 이슬람교가 태동할 때부터 무슬림에게도 중요한 도시였습니다. 예루살렘에 세워진 건물 중 유명한 것이 '바위의 돔'으로 알려진 건물입니다.


(바위의 돔, 예루살렘, 629년 이후) 

바위의 돔은 최초의 이슬람 건축물이라 불립니다.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가 누구였든 고대 양식만이 아니라 시리아와 팔레스타인에 있던 비잔틴 양식까지 능통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바위의 돔은 7세기에 세워진 그 자리에 지금도 서있어요. 황금 지붕은 목조 돔에 납을 씌우고 다시 황금으로 도금한 것입니다. 원형의 수직벽을12개의 돌기둥이 지탱해주고 있습니다.


(바위의 돔 내부) 

이 건물의 특징은 내부장식에 있는데, 고대 혹은 중세부터 전해오는 모자이크 가운데 가장 화려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건물은 로마 말기와 비잔틴 건축 전통을 충실히 따르고 있기에 이슬람 건축에 포함시키지 않는 학자들도 간혹 있지만, 이 건물을 세운 사람들은 이슬람적 용도를 고려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바위의 돔에는 어떤 성모와 성자의 모습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인간이나 동물의 모습이 전혀 없지요. 이런 생명체의 부재가 이슬람 미술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무슬림은 알라가 유일하며 비교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알라를 어떤 방식으로도 표현할 수 없다고 믿습니다. 더구나 코란은 이야기식의 서술이 아니기 때문에 종교미술로 형상화할 만한 사건도 없지요.



(우마이야 왕조의 일부 유적) 

우마이야 시대의 세속적 궁전은 단 한 채도 전해지지 않습니다. 다음 세대가 종교적 건물을 보수하는 데만 관심을 기울인 탓인 듯합니다. 그러나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사막 시대에 남아있는 우마이야 시대의 궁전 유적들에서 당시 세속 건물의 몇 가지 특징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전성기에는 궁전과 욕장, 모스크, 연못이 있는 안마당, 그리고 부대 건물을 지닌 복합단지로 어마어마했다고 해요. 가장 화려하게 장식된 것은 욕장으로, 관능적인 무희들로 장식된 출입구는 그 안에서 있었던 쾌락을 짐작하게 해주고요. 하지만 우마이야 왕조는 그들의 예술 양식을 널리 전파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진정한 이슬람 건축이 등장하게 된건, 새로운 아바스 왕조가 세워지면서부터입니다. 750년, 힘의 중심은 시리아에서 이라크로 이동합니다. 우마이야 왕조가 시리아를 중심으로 석조 건물을 세웠다면, 아바스 왕조는 이라크를 거점으로 주로 흙벽돌이나 구운 벽돌로 세워졌습니다. 아바스 왕조는 이라크의 주요 도시들에서 예술과 문학, 그리고 종교와 자연과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지요. 오늘날까지 주된 세력을 형성하는 법 학파는 당시 율법자들에 의해 정립된 것입니다. 당시 이라크는 세계경제의 중심이었습니다. 아바스왕조는 자신들의 업적을 자랑스레 여기며, 엄청난 규모의 자족적 궁전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아바스 초기 왕조가 바그다드에 남긴 유물은 현재 전해지지 않지만 원형의 도시와 그곳에 세워졌던 찬란한 건물들은 중세까지 이슬람 땅 전체에 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알 무타와킬의 모스크, 사마라, 852) 

852년에 세워진 알 무타와킬의 모스크는 한동안 세계에서 가장 큰 모스크였습니다. 이 모스크의 특징은 미라브 맞은편에 세워진 나선형 탑인데, 나선 구조는 아바스 왕조의 신기술이었지요. 광야에서 우뚝 솟은 거대한 구조물은 멀리서도 잘 보였기에 모스크의 위치를 알리는 것이 주된 역할이었습니다.

아바스 왕조가 사마라에 세운 궁전들 가운데 일부가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바그다드가 무너진 이후 그곳에 아무도 살지 않다가 20세기에 들어 많은 지역에서 발굴사업이 진행된 덕분입니다. 사마라의 궁전들의 특징은, 비교적 평등한 사회였던 초기 이슬람 시대에서 계급화된 아바스 시대로의 전환이 건축에 반영된 것이라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모스크가 제도적 장치로 성장하면서 지배자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독립된 계급으로 발전한 학자 집단에 귀속되어 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슬람에서는 종교적 권위와 세속적 권위가 이론적으로 뚜렷이 구분되지 않았지만, 아바스 시대에 이르면서 이 둘은 현실적인 이유로 양분되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모스크는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의 중심지로 발전한 반면에, 화려하게 장식된 궁궐은 피지배자와는 일정한 거리를 둔 칼리프와 지역 지배자들이 향유하는 세속적 권위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다음시간은 900~1500년까지, 지방 세력과 호족들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발표는 이슬람의 건축물을 중심으로 역사와 함께 짚어가는 모양이 될거 같습니다. 고럼 목요일에 만나요~
전체 4

  • 2018-07-10 22:13
    알 무타와킬의 모스크의 나선형 탑 중간에 있는 사람이 개미만하게 보이네요... 사막한가운데에 흙벽돌을 구워 저런 탑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은... 당시 압바스 왕조가 떨쳤던 영향력이 엄청났었단 걸 알 수 있네요! 간단 깔끔한 후기, 동료 무지랭이로서 감사드립니다~

  • 2018-07-11 10:48
    이것이 고유한 이슬람이다!라고 하는 단일한 특징 보다는 시대가 바뀌고 권력 거점이 바뀌면서 건축 재료나 양식이 변화한다는게 재밌었어요 ㅋㅋ

  • 2018-07-11 12:47
    우왕~ 신가방기~!! 이슬람을 역사와 건축으로 보니 현장감 있고 재미있네요~

  • 2018-07-12 17:43
    저 황금돔, 나선형 탑의 신기술. 건축물을 둘러싼 역사와 기술 이야기도 정말 흥미롭스무니다! 생명체가 없는 종교건축이라니, 그것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점이예요.
    으아~ 너무 가보고 싶오요요! 이렇게 공부하고 가면 얼마나 재미있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