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

절차탁마S 4학기 6주차 공지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0-11-21 08:43
조회
188
날이 추워졌습니다. 확실히 겨울이 왔네요. 이제 정말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게 체감이 됩니다. 남은 시간 동안 후회 없는 에세이 쓰기를 응원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3시 반부터 채운쌤의 정리 강의가 있습니다. 텍스트는 《야만적 별종》 끝까지 읽어 오시면 됩니다. 부록은 같은 내용으로 《전복적 스피노자》 7장 〈스피노자에게서의 민주주의와 영원성〉에 실려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그리고 과제로 완성된 에세이 서론+본문(1/3)을 가져오시면 됩니다. 하루 한 문단 쓰시는 정수쌤을 본받아 저희도 매일 꾸준히 진도를 뽑아보죠! 간식은 경숙쌤께 부탁드릴게요~

사실 이번 시간에 완성된 에세이 서론을 가져왔어야 했는데, 여전히 감을 못 잡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저도 그 중에 포함되죠. ㅎ 그래도 선생님들과 빡시게 토론한 결과 어떻게 써야할지 이제 알게 됐습니다. 간단하게 토론에서 반복되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한 지점들을 정리하겠습니다.

 

각자의 문제의식이 정리·공유되면서 어느 정도 비슷한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불화 없는 매끈한 관계, 조건 없는 자유, 텐션 업으로서의 기쁨. 스피노자를 공부하면서 이런 오해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지금 우리가 겪는 문제는 처음에 극복했다고 생각했던 오해의 범주에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제야 저런 문제들을 마주하고 질문하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영원의 관점에서 지속을 사는 것, 수동을 최소화하고 능동을 최대화하는 것, 정념과 합치하는 이성의 인도에 따라 사는 것 등의 윤리적인 지점들도 이제야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긍정(이해)하기 힘든 것이 신체와 정신의 평행론입니다. 글을 쓸 때도 습관적으로 무엇을 알게 됐으니 문제가 해결됐다는 식의 결론을 내리곤 했습니다. 마치 어떤 것을 알게 됐고, 그것에 상응하는 해결책을 손에 쥔 것처럼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앎이 형성되고, 앎을 다르게 형성하기 위해 신체를 어떻게 조직할 것인지, 다른 신체와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를 고려하지 않은 앎은 공상에 불과합니다. 관념은 신체 변용에 대한 관념이기 때문에, 다른 관념을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신체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몸은 단 한 번도 원하지 않은 것을 실행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실행한 모든 것은 우리의 욕망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저는 의식은 신체적 욕망과 다른 욕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알게 모르게 신체가 행한 것과 다른 욕망 혹은 그 이상을 충족해야 만족하기를 추구했습니다. 그 결과 쓰기나 읽기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들에서 ‘더’ 잘하기를 바라게 됐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매번 처한 조건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것은 실존을 지속하고자 하는 욕망(코나투스)에 따른 결과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행동 중 ‘잘’하지 못한 것은 없습니다. 잘하지 못한 쓰기와 읽기도 없습니다. 쓰고 읽는 능력에 차이가 있을지라도 그것들이 그 자체로 잘함과 잘하지 못함을 담보하지 않습니다. 자유는 조건이 좋든 나쁘든 구성하는 만큼이라는 걸 또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왜 우리가 어떤 조건, 원리에 의해 살아오고 가는지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긍정하고 싶지 않은 흑역사들은 우리가 처한 조건과 우리를 실존하게 만드는 원리에 대한 이해만큼 긍정됩니다. 이해가 없으면 아무리 상황을 정당화시키려 해도 정서적으로 끄달리는 지점들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몸을 자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만큼 의식은 덜 예속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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