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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학기 에티카 1주차 수업 후기

작성자
양지연
작성일
2017-04-30 14:37
조회
293
                                                         삶을 믿지말고 이해하라

1632년  11월 암스테르담에서 포르투갈계 유대인 공동체의 상인가문에서 태어난 스피노자는 아버지의  죽음이후 가업을 이어받는 자연스러워 보이는  수순대신 철학하는 고난의 길로 빠져든다. 여느 철학자가 다 그렇듯이 참 험난하게도 살았구나..하기에는 내들러의 책 <에티카를 읽는다>의 첫장  '헤렘 즉, 종교적 매장'편에서는 공동체로부터 유례없는 저주를 받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묘사 되는데 그 저주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다는 스피노자의 태도였다. 왜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철학자라는 스피노자를 좀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대목이었다.

라깡, 마슈레, 발리바르, 네그리 그리고 알튀세르 등을 위시한 철학자들에 의해 60년대 프랑스에서 구조주의가  본격화 되기 전 스피노자의 철학은  숙명론과 허무주의로  비판을 받았다.  데카르트의 Cogito 에서 비롯된 정신과 몸의 이원화는 정신을 강조하는 효과를 가져왔고 데카르트 주의자였던 스피노자는 이러한 자유의지를 부정함으로써 결정론 혹은 숙명론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또한 종교가 아닌 존재로서의 신에서 시작하여 신 안에 양태가 있다는 스피노자의 논의를 변증법으로 무장한 헤겔이 공격한다.  내적인 모순을가진 존재가 그 모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전한다는 목적론적이고 직선적인 변증법은,  주체의 정합성을 부정하고 더 나아가 주체는  구성된다는 스피노자의 논리와 양립하기란 불가능한 것이었다.

맑시스트였던 네그리는 스피노자 철학을  헤겔의 변증법과의 비교를 통해 급진적인 정치성을 가진 현재성으로 파악한다.  첫째, 존재의 부정에서 시작하는 변증법적인 생성이 아닌  힘과 역량을 외부에서 구하지 않는 진정한 자유를 가진 존재는 그 자체로 충만하다. 둘째, 세계는 인간의 관념적인 결정론에 의해 설명할  수 없는 우발적이고  절대적인 필연성에서 비롯한다. 세계가 윤리적이지 않다면 윤리적인 세계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윤리적이지 않다는 것으로 다시말해, 존재가 윤리를 구성한다.  셋째, 윤리적인 힘은 생산적인 다른 힘으로 표상의 질서를 구성하는 것을 지칭한다.  넷째,  스스로 변용할 수 있고, 다른 존재를 변용시킬 수 이는 인간의 신체는  무엇이든  자기것으로 만들 수  있는 역량으로 이질성 속에서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성의 기쁨을  이야기하는데 의지가 아닌 인식하고 이해하는 합리주의자로서의 스피노자를 언급한다. 바로 이 대목이 데카르트주의자 이면서도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스피노자가  비판을 받는 부분이다. 데카르트와  달리  스피노자의 이성은 정서와 이미 연결되어있다. 다시말해 정신과 신체의 활동은 정서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스피노자의 주장이다.

스피노자가  이성으로 인식하고 이해하라는 것은 데카르트의 몸을 떠난 이성과는 근원적으로 다르다.  그는 물질이 따르는 모든 법칙을 정신도 겪는다고 주장한 심신일원론자이자 철저한 유물론자이다. 스피노자의 적자로 여겨지는 니체도 신체부터 이야기하고  들뢰즈 또한 "우리는 우리의 신체가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모른다."고 하지 않았던가.  인간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믿는다는 그는, 믿음에 기반한  신앙으로 직진하기전에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이해하자는 '철학'의  길을 권한다.  우리의 정신 혹은 이성은 기하학의 논리에 의해 세계와 존재를 이해하고 알 수 있다.  그가 <에티카>를 기하학적인 구조로 저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들뢰즈가 분석한   두개의  <에티카>는  차분하고 이성적인 기하학적 정리와 공리의 한 부분과 투쟁과 정념으로 쓰여진 주석과 부록 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두부분으로  이뤄진<에티카>는 그  자체로 이성과 정서를 모두 가진 인간을 나타내고 있다.

가장 끔직한 헤렘을 당하면서도 의연했던 스피노자는 누구보다 용감하고 두려움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과 세계에 대해  믿지읺고 이해하는, 끝까지  '신중하게(Caute)' 살았던  그의 품성(에티카)을 증명한 철학자다.  작은 비판도 거슬려하며 못견디는 나에게 '신중하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집중해야하는 이번 학기다.
전체 5

  • 2017-04-30 18:23
    헤렘 부분은 자극적이긴 했는데 스피노자한테는 이게 또 어떻게 다가왔을까요. ㅋㅋㅋ;; 그런 말을 들을 정도로 철학을 했던 스피노자의 철학이 어떨지 살짝 궁금해지네요~

  • 2017-05-01 00:06
    지연쌤의 이번 학기 기대됩니다

  • 2017-05-01 11:09
    네그리의 이해 안 되는 글을 읽으면서 스피노자가 자기 시대에서는 물론이고, 다른 시대에 새롭게 불려나올 때마다 매번 현실을 새롭게 문제화하려는 힘들을 견인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스피노자와 어떻게 현재적으로 만날 수 있을까요. 네그리가 말한 '스피노자의 현재성'을 이번 학기 내내 품고가야겠습니다~

  • 2017-05-01 11:59
    우리는 우리의 신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른다! 몸과 정서를 간과하지 않았기에 스피노자는 헤렘 앞에서도 신중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계속 읽으면서 찾아봐야겠어요~

  • 2017-05-14 07:45
    오랫만에 푹~쉬며 느즈막히 후기 읽습니다. 지난 첫 수업은 무얼 읽고 말했는지 참 모호했는데 후기를 보고나니 스피노자의 네그리적 현대성이 훨 이해가 잘 되네요.
    존재의 충만함, 모든 것의 필연성,윤리적 힘,변용되고 변용하는 능력,이성의 힘! 스피노자가 전해주는 사유의 기쁨이 물씬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