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는 니체

소니 7.17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17-07-13 14:23
조회
142
니체를 읽다보면, 인간심리에 대한 예리한 분석에 놀라게 되죠. 특히 이번 6, 7장이 그랬는데요, 가령 322절 ‘자살한 사람의 가족들’에서 니체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살한 사람의 가족들은 가족의 평판을 고려하여 그가 살아주지 않은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또 299절 ‘환자에게 충고하는 자’에서는 “환자에게 조언하는 사람은, 그것이 받아들여지거나 거절당하거나 간에 그에 대한 우월감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자존심이 강한 환자들은 자신들의 질병보다도 조언하는 사람을 더 미워한다.” 또 364절 ‘사교모임에서의 오해’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사람은 자신의 판단을 통해, 저 사람은 자신의 애착과 혐오를 통해, 또 세 번째 사람은 자신의 아는 사람을 통해 그리고 네 번째 사람은 자신의 고독을 통해 관심을 끌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연극이 상연되는 것을 보고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곧 유일하게 주목받는 연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리한 통찰만큼이나 놀라운 것은 사람을 넓게 사귀었을 것 같지도 않고, 결혼을 해본적도 없으며, 그렇다고 세계를 떠돌아다닌 것도 아닌 니체가 이러한 통찰을 해낸다는 사실이 아닐까요? 니체는 경험의 절대량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토론 때에도 이런 얘기가 나왔었죠. 423절 ‘부모의 어리석음’을 들어서 “인간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가장 가까운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숙고하지 않고 그것을 단지 받아들이기만 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런 점에서 니체가 보통의 삶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기에 이런 분석이 가능했으리라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실제로 어떠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니체가 모든 관계에서 ‘거리’를 중시한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저는 298절 ‘가장 위험한 당원’을 거론했었는데, 니체는 이 절을 비롯한 몇몇 구절에서 무리의 중심에 머무는 것과 관계에 완전히 밀착되어버리는 것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제하는 인간」의 마지막 절인 ‘친구에 대해서’에서도 니체는 관계에 자신을 투사하는 일을 멈추고 “우리의 모든 동맹과 우정들이” 얼마나 불안정한 땅 위에 서 있으며 “차가운 소나기나 험악한 날씨”에 가까이 있는지를 받아들인다면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좀 더 즐거운 시간”이 오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영원하고 순수한 관계라는 환상을 버릴 때에만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다양한 거리들을 경유할 수 있겠죠. 소유와 독점을 벗어난 우정, 친밀함에 의존하지 않는 신뢰. 타인과의 교제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들은 모두 우리가 고독을 견딜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을 때, 다시 말해 관계에 의존적이지 않을 때 주어지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음 주에는 8장 「국가에 대한 조망」을 읽고 오시면 됩니다. 발제는 수늬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지난 시간처럼 구절들에 대한 각자의 해석을 가지고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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