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8]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

해수 산성화는 우리를 스쳐지나가버린 개념 중 하나다. 지난 3000만에서 5000만 년을 통틀어 우리 지구의 화학 조성 및 구조에 일어난 가장 중대한 변화 중 하나인데도 말이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주제는 생태계 전체를 교란할 수도 있는 해수 화학 조성의 근본적 변화다. 바닷물의 수소이온농도는 8.2에서 7.9로, 7.7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데(pH가 낮을수록 산성도가 강함), 이것은 바닷물 맛이 달라질 정도의 어마어마한 변화다. 수소이온농도 수치는 대수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은 차이가 얼마나 큰지 실감하기 힘들다. 우리 머릿속의 기준틀에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릭터 규모 2.0의 지진이 4.0보다 100배 작다는 사실을 실감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다.
해수가 산성화되는 것은 인류가 대기 중에 방출한 이산화탄소의 약 30퍼센트가 바닷물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2500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해수 산성도 변화를 살펴보면 소소한 변동이 자주 일어났으며 그중 일부는 수십만 년간 지속되었음을 알 수 있다. 상황이 예상대로 전개된다면 이후 100년간 해수 산성도는 마치 운석이 지구에 충돌한 것처럼 충격적으로 낮아질 것이다. 지구의 시간에서 100년은 찰나와 같다. 수백만 년 걸리던 과정이 100년 만에 일어난다는 것은 폭발에 버금가는 속도다. (…)
해수 산성화는 모든 시간 모든 바다만큼 거대하고 깊은 개념이다. 청어떼와 둑중개떼, 해덕대구와 쇠돌고래, 굴, 식물성 플랑크톤, 향고래를 모두 합친 것만큼 거대하고, 웅장한 산호초와 그 속의 거북, 뇌산호, 흰동가리만큼 우람하다. 이 단어들은 마치 익족류(바다나비)를 한입 가득 욱여넣는 것 같아서 삼키기가 힘들다. 해수 산성화의 밑바탕에 있는 과학을 들여다보고 얼마나 많은 지구촌 주민이 바다의 건강에 의존하는지 살펴본다면, 2019년에 해수 산성화 개념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1930년에 ‘홀로코스트’라는 단어가 1960년에 비해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과 비슷하지 않은지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해수 산성화 개념의 중요성이 ‘홀로코스트’만큼 커지면, 미래 세대의 가장 간절한 소원은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 낙원의 완전한 상실을 막는 것이 될 것이다. -<시간과 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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