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 사카구치 안고

한동안 집을 비우고 밖에서 술을 마시거나 여자와 놀다가, 또 때로는 아주 평범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다. 그러면 집에는 반드시 후회가 기다린다. 꾸짖는 어머니도 없고, 화를 내는 아내도 자식도 없다. 옆집 사람에게도 인사조차 나눌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집에 돌아간다, 했을 때는 언제나 야릇한 슬픔과 미안함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 ‘돌아간다’는 일에는 이상한 힘이 작용한다. ‘돌아가지’ 않으면 후회도 슬픔도 없다. ‘돌아가는’ 한은 아내도 자식도 어머니가 없어도 후회와 슬픔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돌아간다고 하는 행위에는 반드시 반성하게 만드는 이상한  힘이 있다. 이 후회와 슬픔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는 요컨대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언제나 전진하면 된다. (…) 사람은 본디 고독한 법이기에 아무도 눈치볼 필요가 없는 생활 속에서도 결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문학은 바로 그렇게 돌아간 곳으로부터 생겨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일본 문화 사관(私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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