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 사무엘 베케트

나는 말 속에 있어, 나는 말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다른 것들을 이루는 말들, 다른 것들이 뭔데, 장소도 있고, 공기도 있고, 벽, 땅, 천장, 여러 가지들이 있지, 요컨대 나와 함께, 전 우주가 여기에 있는 거야, 그러니까 나는 공기이고, 벽이며, 유폐된 자야, 모든 것이 버티지 못하고, 열리고, 흘러나오기도 하고, 역류해 들어가기도 해, 여러 작은 덩어리들, 서로 엇갈리기도 하고, 결합하기도 하고, 분리되기도 하는, 그 모든 작은 덩어리들이 바로 나야, 내가 어디를 가건 간에 나는 나를 다시 발견하고는, 나를 버리고, 나한테로 가서는, 나한테서 나오거든, 결국 다 나인 거지, 되찾고서는, 잃어버리는 바람에, 사라져버린, 나라는 작은 한 조각뿐일 거야, 단어들, 내가 그 모든 단어들이야, 그 모든 낯선 단어들, 먼지 같은 그 말들이 다 나야, 내려앉을 바닥도 없고, 흩날릴 하늘도 없는데다, 말을 하려고 서로 충돌하고, 말을 하려고 서로 피하면서, 서로 결합하는 단어들, 서로 떨어지는 단어들, 서로 관심 없는 단어들, 그 모든 단어들이 다 나라고 말을 해.  -<이름 붙일 수 없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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