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 장자

한 노인이 땅을 파서 길을 뚫고 우물에 들어가 항아리를 안고 나와 밭에 물을 대고 있었는데 끙끙대면서 힘은 많이 쓰지만 효과는 적었다. 자공이 노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 기계가 있는데 하루에 백 이랑이나 물을 댈 수 있습니다. 힘은 아주 조금 들이고도 효과는 크게 얻을 수 있으니 어르신은 그걸 원하지 않으십니까? (…) 나무에 구멍을 뚫어 기계를 만들되 뒤쪽은 무겁고 앞쪽은 가볍게 하면 잡아당기듯 물을 끌어올리는데 콸콸 넘치듯이 빠릅니다. 그 이름은 두레박이라고 합니다.” 밭일하던 노인은 불끈 얼굴빛을 붉혔다가 웃으면서 말했다. “내 스승에게 듣기로는 <기계를 갖게 되면 반드시 기계로 인한 일이 생기고, 기계로 인한 일이 생기면 반드시 기계로 인한 욕심이 생기고, 욕심이 가슴 속에 있으면 순수함이 갖춰지지 못하고, 그러면 신묘한 본성이 안정을 잃게 된다. 신묘한 본성이 불안정하게 된 자에게는 道가 깃들지 않는다.> 내가 그 편리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부끄럽게 생각하여 쓰지 않을 뿐이네.” -<장자> 天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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