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5] 로베르트 무질

정확히 관찰해보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그 반대다. 아무도 그럴 수가 없고 모두가 그냥 받아쓰고 베껴 쓸 뿐이다. 오늘날 괴테의 시가 세상에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적이 일어나 괴테 본인이 그 시를 쓴다고 하더라도 그 시는, 멋진 옛 시이긴 하겠지만, 시대착오적이며 여러모로 의심스러운 시일 터이다. 이 수수께끼에 대해, 이 시가, 괴테 본인의 시를 베껴 쓴 시들을 제외하고는, 동시대의 어떤 시도 베껴 쓰지 않고 나왔다는 것 말고 다른 설명이 있는가? 동시성은 늘 베껴쓰기를 의미한다. 우리 선조들은 곱슬머리처럼 말린 아름다운 긴 문장들로 산문을 썼다. 우리는 이를 좀더 짧은, 일의 본질을 더 빨리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문장으로 쓴다. 그리고 세상의 그 누구도 자신의 사고를 그의 시대가 언어의 옷을 입는 방식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없다. 따라서 그 누구도 자신이 쓴 것 가운데 얼마만큼이 정확히 본인의 의도에 맞는지 알지 못하며, 글을 쓸 때 인간이 단어를 왜곡하는 것보다는 단어가 인간을 훨씬 더 많이 왜곡한다.  -<생전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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