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4] 이탁오

옛날 사람들이 대문 밖에 나가지 않고도 천하를 알고 창문 틈새로 엿보지 않아도 별들의 운행을 보았다는 말은 황당무계한 소리가 아니다. 대저 별들은 지극히 높은 곳에 있으므로 창문 틈새를 통하지 않고도 볼 수가 있고, 천하라는 개념은 지극히 원대하므로 문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 된다. 이는 가까운 곳은 애당초 먼 데가 아닌 적이 없고, 먼 곳은 일찍이 또 가까운 곳이 아닌 적이 없다는 이치다. 마찬가지로, 낮은 곳은 높지 않은 적이 없고, 높은 곳은 또 낮지 않은 적이 없었다. 가까운 것으로 하여금 멀어지지 못하게 하면 거리가 정녕 가깝기는 하겠지만, 가까운 데서 무엇을 취할 것인가? 멀리 둔 채로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면그저 먼 곳에 불과할 뿐, 저 멀리서 귀할 게 또 무엇이겠는가? 오로지 그곳에 가깝기에 또 멀어지는 것이며, 먼 곳이기에 가까워지기도 하는 것이다. 낮기 때문에 또 높은 곳이 되고, 높아서 낮은 데로 나아가기도 한다. 이것은 가깝고 낮은 데로부터 비롯한다는 주장으로, 원래는 그 자체로 멀고 가깝거나 높고 낮은 차이가 존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 그러므로 군자의 도는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니, 굳이 저 먼 데까지 아우를 필요가 없다. 낮은 데서 행하면 족하니 기필코 저 높은 곳까지 헤집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명등도고록(明燈道古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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