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파스칼 샤보

존재와 사유로부터, 둘의 가장 내밀한 만남에서부터 삶의 가치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드디어 이곳까지 온 것이다. 이곳이 철학의 중심이다. 우리는 욕망하고, 해명하고, 해방하고, 자신을 알고자 애쓰고, 행동한다. 그리고 문득 동굴 속에서 그리스적 질문, 아폴론의 신탁을 받은 무녀의 질문을 듣는다. 너에게 이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다시 침묵. 이 질문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대답하지 않는 편이 낫다. 이 질문은 길들이기 어려운 새와도 같다. 붙잡으려고 하면 날아가 버린다. 그냥 이 질문을 지닌 채로 살아가는 편이 낫다. 답이 없는 질문을 평생 대면하는 것이다. 굳이 서두른다면 어떤 식으로든 대답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서두르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침묵을 즐기는 게 낫다. 철학의 중심에서는 어떤 말도, 어떤 개념도 움직이지 않는다. 한 줌의 바람이 이 질문을 스쳐 지나간다. 무슨 일인가가 벌어진다. 무슨 소리인가가 들린다. 하나의 관계가 끊어진다. 이제 큰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철학의 중심에서 부는 바람이다. 우주적인 차원을 획득한, 존재하는 내가 내쉬는 숨이다. 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하늘에 구름이 한 점 지나간다. 참으로 아름다운 구름이다.  -<논 피니토 :미완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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