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 호시노 미치오

카리부의 새끼가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설원에서 태어나는 것도, 한 마리의 검은방울새가 영하 60도의 추위 속에서 즐겁게 지저귀는 것도 단지 그 속에 생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도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입니다. 모든 생명에게는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는 강인함이 있습니다. 또 너무나 쉽게 사라지는 연약함도 있습니다. 나는 생명이 가진 그 연약함 때문에 알래스카를 사랑합니다.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은 그저 당연한 일상이 아니라 기적입니다. 오늘 나의 심장이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움직였다는 것 자체가 기적입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기적 중에서도 가장 큰 기적입니다. 아내가 유산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역시 모든 생명이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연약함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나는 누구도 원망할 수 없었습니다. (…) 이런 연약함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다시 말해 어떤 한계 내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잊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여행하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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