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모리스 블랑쇼

독재자, 이것은 성찰을 하게 만드는 이름이다. 독재자란 말하는 것을 그 특징으로 하는 인간이며 명령적인 반복을 그 직업으로 삼는 인간이다. 그는 미지의 말의 위험이 예고될 때마다, 반론의 여지 없이 아무 내용도 없는 명령이 갖는 엄격함을 통해 이 말과 싸우려 하는 인간이다. 사실 그는 말의 공공연한 적인 듯하다. 아무런 한계가 없는 중얼거림에 다름 아닌 것을 그는 슬로건의 명확함으로 대치한다. 들을 수 없는 것이 암시하는 움직임을 단호한 절규로 대치한다. <햄릿>에 나오는 망령은 지면 아래를 늙은 두더지처럼 아무런 힘도 운명도 가지지 않고 이곳저곳을 방황하는데, 그 망령의 종잡을 수 없는 탄식 대신에 그는 명령을 내리고 결코 의심하지 않는 왕의 이성의 확고한 말을 입 밖에 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 완벽한 적, 그 망령 든 말의 애매모호함이 만들어내는 안개를 자신의 절규와 강철과도 같은 결정을 통해 덮어버려야 할 천명을 받고 태어난 인물은, 사실 그 말을 통해 태어난 것은 아닐까? 부재의 무시무시한 웅성거림을 벗어나려 하고 피곤에 절어 불행해져 버린 사람들의 간청에 따라, 그저 순종만을 요구하고 내면적인 귀먹음이라는 깊은 평온을 약속하는 절대적 우상의 존재로 사람들이 향할 때 나타나는 이 말의 패러디는 아닐까?  -<도래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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