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 프리드리히 니체

골목길들, 욕구들, 목소리들이 빚어내는 이 혼란의 한가운데서 살아가는 것이 내게 우울한 행복을 만들어주고 있다. 얼마나 많은 향락과 초조와 갈망이, 얼마나 많은 목마른 삶과 인생의 도취가 매순간 생겨나고 있는가! 하지만 이 모든 소란을 일으키는 사람들, 살아 있는 사람들, 삶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이제 곧 정적이 찾아올 것이다. 각자의 뒤에는 그의 그림자, 그의 어두운 동반자가 서 있다! 언제나 그것은 이민자를 실은 배가 출항하기 전의 마지막 순간과도 같다. 사람들은 이전 어느 때보다 할 말이 많은데, 시간은 급박하게 다가오고, 대양과 그의 침묵이 참을성 없이 이 모든 소란의 뒤편에서 자신의 먹이를 그리도 탐욕스럽고, 그리도 확고하게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지금까지의 일들은 아무것도 아니거나 극히 사소한 것이며, 가까운 미래가 전부라고 말한다. 그로 인해 이 성급함, 이 비명, 이 마비상태, 이 자기기만이 생겨난다! 누구나 이 미래에서 첫째가는 사람이 되려 한다. 그러나 죽음과 죽음의 정적만이 이 미래에서 유일하게 확실하고, 모두에게 공통된 것이다! 이 유일한 확실성과 공통성이 인간에게 아무런 힘도 미치지 못하고, 조금도 자신을 죽음의 형제로서 느끼게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은 그 얼마나 기이한 일인가! 인간이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으려는 것을 보면 나는 행복을 느낀다! 나는 인간들에게 삶에 대한 생각이 수백 배 더 생각할 가치가 있도록 만들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하고 싶다.  -<즐거운 학문>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