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2] 스즈키 다이세쓰

자력(自力)이란 스스로 의식하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타력(他力)이란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더는 할 수 없는 곳에서 비로소 그 활동이 나타납니다. 자력이 다한 자리에 타력이 생기는 셈이지요. “궁하면 통한다”는 말은 이를 가리킵니다. 의식적인 노력이 극에 이르면 그 이상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지요. 이 지점을 돌파하는 것,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내딛는다(百尺竿頭進一步)”라고 할까요? 여하튼 별천지가 열리게 됩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자신이 의식하지 못한 힘이 작용합니다. 진종에서는 이 힘을 ‘타력’이라고 하고, 선종에서는 “크게 한 번 죽어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大死一番)”고 말합니다. (…) 깊고 깊은 곳까지 더는 뚫고 나아갈 수 없는 지점에 이르면, 이윽고 자력을 던져 버리고 맙니다. 자력이 다한 곳, 그 자리에 자연스레 펼쳐지는 세상은 또 다른 우리의 객관계가 아닐까요? 어쩌면 절대객관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심리학이나 논리학에서 주관과 객관을 연구하고 있지만, 주관이라며 바라본 근원에 이르고 나면, 마치 터널의 입구처럼 객관이라고 생각하던 쪽으로 빠져 나옵니다. 터널의 입구와 출구를 보는 듯합니다. 한쪽에서 더 깊은 곳으로 돌진해 가면, 저편과 이편이 결국엔 같은 곳으로 빠져 나오게 되는 이치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禪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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