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발터 벤야민

생각된 대로 표현된 진리만큼 궁핍한 것도 없다. 그러한 경우, 진리를 기록해도 서툰 사진보다 못하다. 진리 또한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 아이나 여자처럼) 우리가 검은 천 아래 쪼그리고 앉아 글쓰기라는 렌즈를 들이댈 때는 가만히 사랑스러운 얼굴로 이쪽을 바라봐주길 거부한다. 소동에 의해서든 음악에 의해서든 또는 도움을 요청하는 외침에 의해서든, 진리는 화들짝, 돌연 일격을 당한 듯 자기침잠에서 깨어나길 바란다. 진정한 작가의 내면에 갖춰져 있는 비상경보기의 숫자를 다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집필한다’는 것은 그러한 비상경보기를 켠다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러면 진리라는 감미로운 오달리스크가 날렵하게 일어나 자기 방-즉 우리의 뇌-의 혼돈 속에 있는 것 중에 가장 먼저 손에 닿는 최고의 것을 가로채 몸에 두른 다음 거의 알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우리 눈앞을 지나 다른 사람들에게로 도망간다. 하지만 그처럼 왜곡된 모습으로, 낭패인 채인데도 우쭐거리며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려면 그녀는 얼마나 튼튼하고 건강한 신체를 갖고 있어야 할까.  -<일방통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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